닥플 플러스
수련일수 13일 부족하다고 1년 유급?…'사직 전공의' 소송 결과는?
의대 정원 증원 사태 와중에 사직한 뒤 수련병원을 옮긴 전공의에게 추가수련 기회를 주지 않고, 4년차 레지던트 임용을 불허한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의 처분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13일의 추가수련만 하면 4년차 수련이 가능함에도, 법적 근거 없이 3년차 과정을 1년 더 밟으라고 요구한 과도한 침익적 처분은 허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응급의학과 전공의(레지던트) A씨가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사무국을 상대로 낸 전공의 수련년차 부적합 통보 취소 소송(2025구합56255)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가 학교법인 B대학교에 통보한 A씨에 대한 전공의 수련연차 부적합 통보를 취소하고, 소송비용도 부담하도록 했다.
A전공의는 과거 C수련병원 레지던트 1년차로 근무하던 중 불의의 골절상을 입어 38일간 휴가를 사용했다. 이로 인해 A전공의는 1년차 수련연도 중 총 43일간 수련을 받지 못했다. 현행 전문의 수련규정 시행규칙에는 부득이한 사유로 1개월 이상 수련을 받지 못하면 그중 1개월을 제외한 기간만큼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총 13일 추가 수련을 받아야 했다.
이후 2, 3년차 수련을 이어가던 중 의대 정원 증원 사태가 벌어지자 전공의 집단 사직 여파 속에 수련을 중단하고 C수련병원을 사직했다. 공백기 동안 자녀를 출산한 A전공의는 육아를 위해 연고지를 옮기면서 인근에 있는 D수련병원 4년차 레지던트 모집에 지원해 합격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수평위는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과 전공의 임용시험 지침을 근거로 내세우며 A전공의는 1년차 때 43일간 수련을 받지 않아 3년차까지의 과정을 완전히 이수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수련병원이 달라졌기 때문에 종전 병원에서의 결손일을 새로운 병원에서 보충하는 추가 수련도 불가능하다고 A전공의의 복귀에 제동을 걸었다.
결국 A씨는 4년차 임용 부적합 통보를 받았고, D수련병원은 A씨를 3년차로 정정 보고해 임용할 수밖에 없었다.
3년차 과정을 1년 동안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하는 처지에 놓인 A전공의는 법원에 수평위의 부적합 통보를 취소해 달라고 호소했다.
수련병원 변경 시 추가수련을 부여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전문의수련규정과 시행규칙은 전공의가 부득이한 사유로 일정 기간 수련을 받지 못한 경우 추가 수련을 받을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을뿐, 원고와 같이 수련병원이 변경된 경우 새로운 수련병원에서 부족한 수련기간에 관한 추가 수련을 받을 수 없다고 제한하고 있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수평위가 제시한 중도 사직 레지던트는 사직 시점에 발생한 추가 수련을 해당 병원에서 이수해야 한다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내부 업무처리방침에 대해서도 행정규칙은 상급행정기관이 소속 공무원이나 하급행정기관에 대하여 정한 것으로 행정조직 내부에서만 효력을 가질뿐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다. 처분이 적법한지는 행정규칙에 적합한지 여부가 아니라 상위법령의 규정과 입법목적 등에 적합한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2019년 7월 11일 선고 2017두38874)를 들면서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따라 행정조직 내부의 업무처리 지침에 불과한 방침만으로는 국민의 권익을 제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침익적 행정처분은 상대방의 권익을 제한하거나 상대방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에 따라 그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를 더욱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하고, 행정처분의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대해석이나 유추해석을 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례(2021년 11월 11일 선고 2021두43491)를 제시하며 대외적으로 공표되거나 고지되지도 않은 내부 방침을 근거로 전공의에게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늦어지는 중대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올바른 행정권한 행사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다른 병원에서의 추가 수련을 허용하면 전공의 수련 제도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수평위의 주장도 일축했다.
재판부는 전국 수련병원이 표준화된 전문과목별 수련 교과과정과 학회 전산시스템을 공유하고 있어 병원을 옮기더라도 동질성 있는 수련이 가능하다면서 A전공의가 보충해야 할 기간은 고작 13일에 불과해 D수련병원에서 추가 수련을 받더라도 수련 내용이 본질적으로 달라진다고 볼 수 없고, D수련병원 응급의학과장 역시 구체적인 수련 계획을 밝히며 연속성 확보가 가능하다고 밝혔다고 지적했다.
추가수련을 다른 병원에서 허용하면 전공의들의 선호 병원으로 이동으로 인해 제도적 혼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수평위의 우려에 대해서도 추가수련 대상자가 아닌 전공의는 현재도 자유롭게 수련병원을 변경하여 선호도가 높은 수련병원으로 이동할 수 있고, 사직 전공의에게는 1년 동안 지원을 제한할 수 있다면서 전공의가 단지 선호도가 높은 수련병원으로 이동하기 위해 1년 동안 수련을 중단하는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기존 수련병원을 사직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수평위는 1심 판결에 불복,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내부 지침을 앞세운 행정당국의 침익적 처분으로 수련 연차를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던 응급의학과 사직 전공의가 상급심에서도 온전한 연차를 인정받고 직업의 자유를 지켜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립
2020년 8월 25일. 서울 A대학병원 전공의들이 정부의 무분별한 의과대학 정원 증원과 공공의료 설립 정책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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