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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방역 앞세워 치료권 박탈…윤리적·헌법적 한계"

송성철 기자2026.07.08 16:57
2015년 6월 15일,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OO병원에서 의료진이 코호트 격리(의료기관 내 격리) 속에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의협신문
2015년 6월 15일,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OO병원에서 의료진이 코호트 격리(의료기관 내 격리) 속에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의협신문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인구 전체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방역 조치가 개별 환자에게 필수적인 생명유지 치료까지 제한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정민수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 박사후 연구원(사회 및 행동과학과)은 [한국의료윤리학회지]에 발표한 공중보건이 사적 치유를 우선시할 때: 팬데믹 시대 고립과 치료권에서의 윤리적 딜레마 연구 논문을 통해 방역 조치의 윤리적헌법적 한계를 짚어냈다.

정 연구원은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당시 80번 환자 사례 분석을 통해 과학적 근거가 불확실한 장기 격리로 인해 기저질환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당시의 방역 정책은 공중보건 개입의 윤리적 한계를 넘어섰다고 비판했다.

메르스 80번 환자는 악성 림프종을 앓던 중 2015년 6월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OOO병원 음압 격리 병동에서 약 6개월간 격리됐다. 초기에는 감염과 암 치료를 병행했으나,방역 당국과 병원은 감염 통제기관 부담지속적인 중합효소 연쇄반응(PCR) 양성 반응에 대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화학요법을 중단했다. 환자와 가족은 암 치료를 재개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이송해 달라고 호소했으나, 보건복지부는 메르스 완치 전 격리 해제 불가라는 방역 원칙을 고수했다. 결국 80번 환자는 추가적인 종양 치료를 받지 못한 채 격리 상태에서 사망했다.

정 연구원은 이 사건의 과학적 쟁점으로 역전사 중합효소 연쇄반응(RT-PCR) 검사 결과의 기계적 해석을 꼽았다. RT-PCR은 미량의 바이러스 RNA까지 검출하는 고감도 진단 기법이지만, 전염성이 있는 생바이러스와 전염력이 없는 사멸한 바이러스의 잔존 물질을 구별하지 못한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은 국제 지침에서 양성 PCR 결과 하나만으로 감염성을 확정해서는 안 되며, 임상 증상과 감염 후 경과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감염 후 몇 주 또는 몇 달 동안 PCR 양성이 지속될 수 있지만, 이 기간 바이러스는 대개 전염성이 없기 때문이다.

정 연구원은 당국이 과학적 불확실성을 무시하고 양성 결과에만 의존해 장기 격리를 고수한 것은 비례성의 원칙을 위배한 것이라며 감염병 비상사태라 할지라도 국가의 권한 행사는 인권 보호의 기본 틀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984년 유엔 경제사회이사회가 채택한 시라쿠사 원칙(Siracusa Principles)과 헌법의 최소 제한적 수단 요구를 들어 자유에 대한 제한은 반드시 법률에 근거해야 하고,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하며, 명확한 과학적 증거에 기반해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방역조치로 강제 입원과 격리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만, 법률이 정한 요건과 절차를 충족해야 한다면서 감염성 여부가 불확실한 환자에게 획일적으로 극단적 제한을 가하는 것은 기본권의 부당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코로나19 사망자는 감염 확산을 막는다는 이유로 유족이 임종을 지키지 못한 채 시신을 곧바로 화장장으로 보내야 했다. 유족은 유골함만 인계받아 뒤늦게 장례를 치러야 했다. 선 화장, 후 장례 사례는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 침해 문제를 야기했다. 초기 방역 단계에서 확진자의 개인정보와 동선을 모두 공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요양병원정신병원의 코호트 격리로 말마암은 내부교차 감염과 사망 사례는 생명권 침해 논란을 불렀다.

아울러 공중보건의사군의관 등 의료진 강제 동원, 사직서 수리 거부 및 휴가이동 제한, 민간 병원 병상 강제 동원 행정명령은 노동권 및 신체의 자유 제한 문제와 함께 다수의 안전을 위해 소수의 희생을 어디까지 강요할 수 있는가라는 숙제를 던졌다.

특히 정 연구원은 법철학자 H. L. A. 하트(Hart)의 공정성 원칙(Principle of Fairness)을 인용해 방역 정책의 도덕적 정당성을 평가했다.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의 제약과 기여를 통해 공중보건이라는 집단적 혜택을 누릴 때, 개인이 방역 정책에 협조할 도덕적 의무가 발생하지만 이 의무는 공동체의 부담이 공정하게 분배된다는 전제 하에 성립한다는 것이다.

정 연구원은 메르스 80번 환자의 사례는 방역의 공익적 효과를 넘어서 부담의 분배라는 측면에서 심각한 불공정성을 드러낸 사례라면서 공중보건 비상사태 속에서도 연기 불가능한 생명 유지 치료를 제한하거나 중단하는 조치는 엄격하고 강력한 정당성을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향후 감염병 대비 및 대응 프레임워크는 단순히 역학적인 전파 차단 효과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고 짚은 정 연구원은 위기 상황에서도 필수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할 수 있는 투명한 절차적 안전장치와 지속적인 비례성 검토, 그리고 부담 분배의 공정성을 반드시 통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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