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코로나19 최전선 지킨 공보의 절반 '번아웃' 시달렸다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상황에서 최전선에 투입, 국민의 생명을 지킨 공중보건의사(공보의)들이 정신건강에 심각한 적신호가 켜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공보의 4명 중 1명은 우울 증상을 겪었고, 절반 가까이는 심각한 번아웃(신체적정신적 탈진)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지애이진영송현인최세진최경숙(교신저자) 교수를 비롯해 한상윤(서울대병원 신경외과) 등으로 구성된 국내 공동 연구팀은 대한의학회가 발행한 JKMS 최근호에 국가 보건 비상사태 동안 공보의들이 직면한 업무 관련 요인과 정신건강 간의 상관관계 평가 논문을 통해 공보의들의 정신건강과 원인을 심층 분석했다.
공동연구팀은 2021년 78월 코로나19 최전선에 투입된 공보의 269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횡단면 설문조사를 통해 정신건강 실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45.4%(122명)가 번아웃 증상을, 27.1%(73명)가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의 우울 증상을 나타냈다. 부정적인 환경이나 불공정한 대우 등으로 억울함원망 반응을 보인 비율도 9.3%(25명)에 달했다.
공동연구팀은 임상 경험이 제한적인 상태에서 의무 복무의 일환으로 투입되는 공보의 제도의 특성이 이러한 스트레스를 가중시켰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번 연구에서는 공보의들이 현장에서 겪은 가장 큰 스트레스 원인이 개인이 감당해야 할 임상적 부담보다는 정부의 시스템적 지원 부족에 있었다는 점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설문조사 결과, 공보의들이 겪은 가장 흔한 고통의 원인으로 전국적인 코로나19 치료 지침의 부재(72.5%)와 퇴원 후 환자 관리에 대한 국가적 임상 지침 부재(60.2%)를 들었다. 최전선에 긴급 투입됐음에도 정부 차원의 명확한 매뉴얼이나 절차적 프레임워크가 없는 상태에서 모든 임상적 판단과 책임을 온전히 떠안아야 하는 구조적 취약성을 꼽았다.
공보의의 정신건강 악화에 영향을 미친 구체적인 직무 요인으로는 금전적 보상에 대한 불만족과 장기 파견 기간을 들었다.
보상에 만족하지 못하는 공보의는 만족하는 집단에 비해 우울 증상 위험이 2.48배, 번아웃 위험이 3.00배 높았으며, 특히 원한이나 분노를 느끼는 위험은 3.70배까지 치솟았다.
아울러 36개월 장기 파견은 공보의들을 극도의 탈진 상태로 몰아넣었다. 36개월 동안 비상 대응에 파견된 공보의들은 단기 파견자에 비해 분노 위험이 3.77배, 번아웃 위험이 2.47배 높았다. 이 외에도 과도한 업무 요구량은 우울 증상(1.03배)원한(1.04배)번아웃(1.04배) 위험을 일관되게 상승시켰으며, 직무 자율성의 결여는 번아웃 위험을 더욱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공동연구팀은 예측 불가능한 근무 환경에서 장기간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청년 의사들의 정신적 회복탄력성을 고갈시켰다고 분석했다.
직무 외적인 요인으로는 가족과의 사회적 거리두기(63.2%)가족에게 감염을 전파할지 모른다는 두려움(60.6%) 등을 지적했으나 우울 증상을 제외하고는 번아웃이나 분노 등 치명적인 정신건강 악화로까지 직접 연결되지는 않았다.
공동연구팀은 37개월이라는 고정된 근무 기간과 잦은 이동으로 임상 연속성이 떨어지는 공보의제도 하에서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충분한 훈련이나 전문 분야 고려 없이 전공 외 의료 행위에 내몰리면서(52%가 고통 호소) 정신적 부담이 극대화됐다고 분석했다.
공동연구팀은 임상 경험이 부족한 공보의들은 국가 임상지침 부재 속에 코로나19 최전선에서 낯선 응급 절차를 헤쳐 나가야 하는 이중 부담을 안고 있었다. 공보의의 52%가 자신의 전문 분야 외 임상 업무를 수행해야 할 때 상당한 고통을 받는다고 응답했다면서 국가 재난 비상 대응 시 공보의에게 명확한 임상지침과 적절한 심리적 지원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정책 대안으로 △비상 대응 상황 시 즉각 적용 가능한 포괄적인 국가 임상 가이드라인 수립 △긴급 파견 시 재정적비재정적 인센티브 제도의 현실화 △예측 가능한 파견 기간 기준 설정 및 철저한 관리 △전문적인 심리 지원 및 정신건강 자원 제공 등을 제안했다.
이번 연구는 낮은 응답률(20%)과 단면 조사라는 한계가 있지만,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공공의료의 모세혈관 역할을 하는 청년의사 인력의 정신건강 실태를 최초로 심층 분석해 향후 보건의료 정책 수립의 핵심적인 과학적 근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한편, 공중보건의사는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복무하지만, 보건의료인력지원법상 보건의료인력에 해당, 인권보호 규정을 적용 받는다. 인권침해를 당한 보건의료인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상담 및 지원 업무를 수행할 수 있고, 전문기관에 위탁할 수 있으며, 비용도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가지자체 및 보건의료기관장은 적정 노동시간 확보근무환경 개선건강권 보호근무 선택권 보장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공보의에 관한 구체적인 지원 의무 규정이 미비해 코로나19 유행 당시 감염병 대응을 위해 다른 지역 긴급 파견 상황에서 숙소 제공식사 지원교통비 지원장기 파견 시 생활 지원 등을 개별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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