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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수렁에 빠진 의사

이영재 기자2026.07.01 10:58

책 속에 의사가 등장하면 눈을 크게 뜨고 집중하게 된다. 문학 작품 속 의사들을 보면, 그들이 겪는 갈등과 흔들림이 우리의 현실과 겹쳐 보인다. 그들의 이야기는 소설 속에 머물지 않고, 지금 우리의 삶을 비추는 또 하나의 거울이 된다.

스페인 문학 공부에 빠져 있는 김애양 작가(산부인과 전문의)가 독서 에세이 수렁에 빠진 의사를 펴냈다. 박래후 화백은 책 곳곳에서 글 곁을 그림으로 채웠다.

이 책에서 저자는 문학 작품 속 의사들을 작가의 눈으로 다시 들여다본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망설이고, 때로는 자신이 믿어온 기준을 의심하며, 또 어떤 날에는 뜻밖의 용기를 내기도 하는 모습들과 함께.

책 제목은 조지 엘리엇의 장편소설 미들마치에서 가져왔다.

엘리엇은 빅토리아 시대의 관습을 넘어선 진취적인 여성 작가였으며, 당시 의료제도와 의사들의 관행을 비판적으로 바라본 드문 시선을 지녔다. 그가 그려낸 젊은 의사 리드게이트는 이상과 개혁의 열망을 품고도 사회적 구조와 개인적 선택, 관계의 무게 속에서 서서히 수렁으로 빠져드는 인물이다. 그의 이야기는 오래된 책 속에만 머물지 않고, 지금의 의사들이 겪는 현실적 고민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저자는 문학 작품 속 의사들을 따라가다 보면, 그 이름 아래 숨겨진 인간의 얼굴이 조금씩 드러난다. 이 책이 그 얼굴들을 함께 바라보는 작은 창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장성구 한국의사수필가협회장(전 대한의학회장)은 이 책은 삶을 미화하지도, 과장하지도 않는다. 우리가 외면해온 감정, 그리고 다시 일어서게 하는 작은 희망을 펼쳐보인다. 의료 현장에서 수십 년을 보낸 저는 이 책이 자기 마음을 들여다볼 용기를, 의사도 결국 인간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하는 창이 되리라 믿는다고 평했다.

박경화 원장(현대신경정신과의원)은 정신과 의사로 일하며 수많은 의료인의 번아웃과 갈등, 자기혐오를 보아왔다. 이 책은 그런 마음의 어둠을 문학이라는 거울에 비추어 보여준다. 의사라는 직업이 가진 권력, 책임, 고독, 유혹, 그리고 취약함까지라고 전했다.

김영훈 가톨릭의대 교수(서울성모병원 해부병리과)는 안톤 체홉의 베짱이에서 해부학자 드이모프가 나와서 반가웠다. 아, 소설속에도 우리과 사람이 있네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런 의사가 되고 싶지는 않다. 몸만 들여다보는 해부학자 말고, 마음의 세계도 함께 보는 의사이고 싶다. 이 책은 그런 저에게 예술이 왜 필요한지, 왜 균형을 잃지 말아야 하는지 일깨워 준다고 짚었다.

작가의 차림표다.

▲소름끼치는 남자(주홍글씨 - 나다니엘 호손) ▲예술과 과학의 괴리 사이에서(베짱이 - 안톤 체홉) ▲유혹받기 쉬운 직업(행복한 커플 - 서머싯 몸) ▲탐욕의 대명사(진주 - 존 스타인벡) ▲수렁에 빠진 의사(미들마치 - 조지 엘리엇) ▲인륜을 거스르다니(대통령 각하 - 미겔 앙헬 아스트리아스) ▲출구 없는 미로(모르핀 - 미하일 불가코프) ▲진료 거부(썩은 잎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제때 잘 거절했어야(침묵의 시간 - 루이스 마르틴 산토스) ▲우리 곁의 영웅, 괴짜 작가(그 의사의 코로나 - 임야비) ▲돌팔이를 키운 보건소장(구름 계단 - 와타나베 준이치) ▲연미복에 훈장을 달아야 하는 남자(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마르셀 프루스트) ▲추악한 군상 12부(유의촌 - 정을병) ▲가난한 사람만 치료합니다(하얀 역병 - 카렐 차페크) ▲진료실에 흐르는 연민(아름다운 의사 삭스 - 마르탱 뱅클레르) ▲힘들게 의과대학에 보냈더니(내 아들은 의사 - 플로렌시오 산체스). (☎ 02-585-8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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