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관리급여 시행 하루 전 국회서 격돌 "치료권 침해" vs "관리 불가피"
도수치료 관리급여 시행을 하루 앞두고, 국회에서 정부와 의료계가 제도의 필요성과 부작용을 놓고 정면으로 맞붙었다.
정부와 보험업계는 과잉 비급여를 관리해 필수의료 중심의 의료체계를 회복하기 위한 불가피한 제도라고 강조한 반면, 의료계와 환자단체는 환자의 치료 선택권과 의사의 진료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건강보험과 실손보험 모두에서 충분한 보장을 받지 못하는 새로운 이중 사각지대를 만들 수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관리급여,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정책토론회는 관리급여를 둘러싼 정책 논란을 그대로 보여줬다. 토론회는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주최하고 대한의사협회와 한국중증질환연합회가 공동 주관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이주영 의원은 관리급여를 단순한 도수치료 제도가 아니라 국가의 의료 개입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로 규정했다.
이주영 의원은 급여라는 것은 결국 국가가 국민에게 어느 정도까지 치료받을 수 있는지를 정하는 제도라며 개인과 보험회사 간 사적 계약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람마다 통증과 질환의 정도가 다른데 치료 횟수를 정부가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은 국민 건강까지 국가가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 문제는 특정 진료과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와 선택권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도수치료에서 시작된 관리급여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다른 비급여 영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의료계와 환자단체 모두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의료계는 관리급여가 과잉 비급여를 관리하는 수준을 넘어 사실상 국가가 비급여 진료의 가격과 횟수를 통제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발제를 맡은 이봉근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관리급여가 질환 특성과 환자 상태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연간 15회라는 획일적 기준을 적용해 의사의 임상적 판단을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환자가 비용의 95%를 부담하면서도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는 구조는 기존 급여체계와도 맞지 않는 왜곡된 방식이라며, 향후 관리급여가 확대될 경우 환자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태형 변호사는 관리급여가 건강보험과 실손보험 사이에 새로운 사각지대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국민들은 실손보험을 건강보험을 보완하는 제2의 안전망으로 인식하지만 실제 중증질환 환자들은 보험금 지급 거절과 소송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있다며 관리급여가 도입되면 건강보험의 횟수 제한과 실손보험의 지급 제한이 맞물려 환자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관리급여라는 명칭 때문에 급여가 확대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본인부담률이 95%에 달하는 명목상 급여라며 보험사의 지급 거절 명분만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환자단체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실손보험은 국가 보장성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국민들이 선택한 안전망이라며 관리급여 도입으로 중증환자들이 높은 본인부담과 횟수 제한이라는 이중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특히 암 환자들이 보험금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휴대전화 제출과 위치 확인, 통장 제출까지 요구받는 사례가 있다며 보험사가 어디까지 조사 권한을 갖고 있는지 사회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유방암 환자는 사례 발표를 통해 환자가 치료보다 보험사와 싸우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며 반복되는 보험금 지급 거절과 현장조사, 소송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호소했다.
패널토론에서도 관리급여를 둘러싼 공방은 이어졌다.
이재만 대한정형외과의사회 공보이사는 우리나라 의료는 낮은 급여수가를 비급여가 보완하는 구조로 유지돼 왔다며 비급여를 관리하려면 먼저 정당한 급여수가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급여를 관리하겠다는 것은 결국 환자와 의사 간 자유로운 계약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라며 일부 과잉진료 사례를 이유로 모든 비급여를 관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의료계 자율규제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정부와 보험업계는 관리급여가 의료를 통제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과잉 이용을 합리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형걸 손해보험협회 장기보험부장은 관리급여는 비급여를 일률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 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며 실손보험이 없는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의료서비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형걸 부장은 실손보험 지급액은 2023년 12조원에서 지난해 14조4000억원으로 증가했고 도수치료 등 10대 비급여 항목이 전체 지급보험금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며 5세대 실손보험은 암심장질환뇌혈관질환 등 중증질환 보장은 유지하면서 과잉 이용 우려가 있는 비중증 비급여는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험업계도 중증환자의 치료 기회가 제한돼서는 안 된다는 점에는 공감하며 시행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전현욱 금융감독원 보험상품제도팀장도 초기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을 보완하기 위한 좋은 취지였지만 결과적으로 비중증 비급여 이용 증가와 보험료 상승을 초래한 측면이 있었다며 5세대 실손보험은 중증질환 보장은 유지하면서 비중증 영역은 가격 기능을 회복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리급여 시행 이후 체외충격파 등 다른 비급여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도 건강보험공단과 함께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7월 1일부터 도수치료 관리급여를 시행할 예정이며, 의료계는 제도 운영 과정과 효과를 면밀히 검증하면서 대응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영재 보건복지부 필수의료총괄과장은 도수치료 연간 15회, 최대 24회 기준은 국내 비급여 이용 통계와 보건의료연구원의 근거를 토대로 마련했다며 통계상 이용자의 약 98%는 현재 기준으로도 충분히 치료받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영재 과장은 복지부가 실손보험사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며 정부의 목표는 환자 부담을 줄이고 건강보험 재정을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관리급여와 함께 대한의사협회가 마련한 체외충격파 자율관리 모델도 동시에 시행하는 만큼 두 제도의 효과를 비교해 향후 정책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라며 자율규제가 효과를 입증하면 확대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관리급여를 과잉 비급여를 관리하기 위한 불가피한 제도로 볼 것인지, 국가가 비급여 의료까지 통제하는 시작점으로 볼 것인지를 놓고 접점을 찾지 못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은 관리급여가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제한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택우 회장은 비급여는 건강보험이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환자가 일정 부분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며 실손보험 역시 이를 보완하는 안전망 역할을 해왔다며 정부가 관리와 통제를 목적으로 관리급여를 도입하면서 가장 중요한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가 국가의 통제 아래 놓이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수치료뿐 아니라 다른 비급여까지 관리급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횟수와 가격을 획일적으로 통제하는 방식은 반드시 재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같은 규제가 지속되면 의료기관은 관련 진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고 물리치료사 등 의료인력의 일자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실손보험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를 통제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 전문의 없는 교정 시설…정신질환 수용자 진료 의무화 추진
- 제77차 의료현안 관련 대한의사협회 정례브리핑
- "열 39.4도까지 참아도 돼" 논란 한의사, 결국 사과
- 국립대병원 의료장비 "노후화 심각" 17곳 중 9곳 내용연수 초과 30%↑
- 코로나19 헌신했더니…급여비 환수 철퇴 법원도 '적법' 판단
- 9월 지역의사선발전형 수시모집 앞두고 '거주요건 기준' 변화…왜?
- 의료혁신위 대정부 권고 제안 '일차의료 기능 강화 및 역할 확대'
- 5개 보건의약단체 "차지호 의원 WHO 사무총장 후보 지명 지지"
- 프로포폴 처방 때 투약내역 확인 '권고', 오늘부터
- 국경 넘어 전한 따뜻한 손길…충북의사회, 캄보디아서 의료봉사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