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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중의학의 국제적 직무 범위(Scope of Practice)

안덕선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고려대 의대 명예교수)2026.06.26 12:57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의료인의 직무 범위를 영어로는 Scope of Practice로 표현한다.

캐나다는 의료인에 관한 자격, 면허, 자율, 직무 범위, 수준 등을 법으로 정해 명문화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온타리오주는 지난 1993년에 28개 보건 의료직에 대한 보편적 법률체계를 제정했다.

이 법을 근거로 28개 보건 의료직에 대한 면허기구 설치 의무와 면허 관리지침의 기준을 삼는다.

전통적인 중의학은 캐나다에서 명확한 법적 규제 없이 이민자 사회에서 통용해 왔으나, 감염관리에 무지한 침구사에 의해 집단 간염 발생 등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킨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06년에 온타리오주 정부는 전통 중의학도 다른 보건의료 인력과 같이 별도의 면허기구를 설치하여 전문직에 편입시켜 법적 규제를 따르게 했다.

침구사, 한약사, 한방사, 전통 중의학 의사(Dr, TCM) 등 4총의 면허와 자격을 구분하고, 정식 교육기관의 교육과 면허시험을 받도록 의무화했다.

5년제 교육을 받은 전통 중의사는 Doctor로 표기할 수 있으나, Physician으로 표기할 수 없다.

북미 대륙에서 Physician으로 표기가 가능한 것은 의과대학 출신의 Medical Doctor와 골 병리 의과대학(Osteopathic Medical School) 졸업생의 두 가지 직역만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언어로는 Doctor와 Physician을 구분하기 어렵다. 의사와 전통 중의사는 분명 직무가 다른 별개의 전문직이다.

최근 미국에서 PA(Physician Assistant)나 전문간호사가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이름 앞에 Dr.라고 표기하여 환자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캐나다에서 적용하는 정의에 의하면 직무 범위(Scope of Practice)는 보건의료 전문직이 수행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허용된 직무 범위를 의미한다.

이것은 면허, 교육, 훈련, 그리고 전문적 수준(Standards)에 의해 결정되는데, 환자 안전과 직결되는 개념이다. 법률적 의미는 무엇이 누구에 의해 수행 가능한가를 결정하는 것이고, 여기에 포함되지 않거나 무면허 행위는 모두 불법으로 간주하여 처리한다.

■ 캐나다.호주, 전통 중의학 범위 엄격하게 관리 현대의학적 진단 처방권 일체 불허
캐나다에서 전통 중의학의 직무 범위(Scope of Practice)를 간단히 정의하면, 중국의 전통 의학 기법을 통한 신체 체계의 장애 평가, 그리고 치료법을 이용한 건강 증진, 유지 또는 회복으로 되어 있다.

통상적으로 침, 한약, 중의학적 진단, 기공, 추나, 양생 지도, 건강상담, 생활지도의 영역으로 국한한다. 직무 범위와 동반하여 사용되는 법적 용어로 통제된 행위(Controlled Acts)가 적용된다.

공공의 안전을 위한 제도로서 직역별 직무 분야의 설정과 이를 특정 직역마다 허가된 의료행위(Authorized acts)로 표현하는 것이다.

신체적 위험의 처치를 통제하기 위해 의료 분야 전체를 14가지 범주로 분류한 후, 직역마다 허용범위를 지정했다. 전통 중의학은 14개 영역 중 2개 영역을 허용했다.

즉 중의학의 진단과 치료, 그리고 침술을 위한 진피와 점막 이하의 침습까지가 전통 중의학의 직무 범위다. 이에 반해 의사는 총 13개 영역이 허용된 범위다.

호주도 캐나다와 비슷하나 전국 단위의 중의사 면허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호주는 직무 범위를 전문직 능력(Professional Capabilities)으로 표기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캐나다와 유사하다.

전통 중의학에 의한 진단 및 평가에 관한 범위는 진단, 한열, 허실, 표리 등 중의학 변증, 맥진, 설진, 체질 평가, 증후 평가와 중의학의 치료행위인 침, 뜸, 부항, 이침 등이다.

또한 한약 처방과 조제, 그리고 생활과 양생 지도 분야로는 식이요법, 운동과 기공, 건강관리 조언, 스트레스 관리로 규정한다.

호주나 캐나다의 전통 중의학 면허기구의 지침을 보면, 직무 범위에 속하지 않은 현대의학적 진단, 외과적 시술, 현대의학에서 다루는 처방 약의 처방권은 허용하지 않는다.

여기에 영상 검사, 병리 검사의 공식 판독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검사와 결과 판독은 반드시 현대의학의 주치의에게 관리를 맡겨야 한다. 직무 범위는 허용범위를 표현한 것으로 직무 범위를 벗어나면 징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한 예로 호주에서 전통 중의사가 당뇨환자에게 현대 의료의 약을 중단하고 치료했다가 상태가 악화했는데, 이에 적절한 의료인에게 전원(Referral)하지 않아 호주 중의사 면허기구로부터 직업윤리 위반(Professional misconduct)으로 인정돼 징계처분을 받았다. 전원 미필(Failure to refer)이 징계사유였다.

캐나다 BC주의 의료법 규정을 보면 침술, 약초 치료 등 전통 중의학 관련 치료로 2개월 이내 호전이 안 되면 적절한 다른 의료 전문가의 진료를 권하고 있다. 4개월이 지나도 호전이 안 되면 치료를 중단하고 전원을 권고한다.

호주의 중의사 면허기구도 전통 중의학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중증질환이 의심될 때는 즉시 전원을 권고한다. 호주의 전통 중의학은 현대적 주치의나 병원과 협진을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환자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 중의학 인정 선진국 명확한 직무관리 혼선 없어 우리나라 갈수록 영역침탈 의료 왜곡
의료에서 직무 범위와 직무 적합성(Fitness to Practice) 개념이 도입되면서 현대적 의사 면허제도의 흐름도 더 이상 일반면허(General License)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면허증에는 독립진료(Independent Practice)라는 표현이 대신하게 되었다. 이런 이유로 의사가 직무 범위를 변경할 때는 면허기구의 사전 판단을 받아야 한다.

캐나다의 사례에서 은퇴하는 외과 의사가 주 3일 주치의로 직무 변경을 희망했으나 최소 6개월의 추가 수련을 요청받고 포기하는 사례도 있었다. 다른 사례로 행정업무를 하던 가정의학 전문의가 임상 복귀를 요청했고, 이에 지도 감독하에 진료를 일정 기간 이수한 후 독립진료가 허용되기도 했다.

최근 프랑스에서 현업에서 은퇴한 70대 의사가 다시 복귀를 시도해 면허기구의 요청대로 수 개월간의 집중 교육을 통해 비대면 진료의 일반의학 상담자로 복귀한 사례도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현재 중의학을 이용하는 선진국 중 우리나라와 같은 현대적 기기나 리도카인 사용 등 속칭 면허 범위를 벗어나는 영역침탈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전통 중의학이 인정된 전문직이나 중의학 자체가 완전히 독립 의료체계는 아니어서 전원(referral)과 현대의학의 주치의 협진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나 아직 중의사 자격과 면허제도가 불완전한 나라들도 전통 중의학은 보완 대체 의학으로 인정하고 있다.

아직 중의학이 인정되지 않은 영국은 9개의 주요 의료직의 면허기구 연합체(The Council for Healthcare Regulatory Excellence, CHRE)에서 직무 범위를 넘어서는 의료를 확장된 의료(extended practice)로 표현한다.

확장 의료에 대한 CHRE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관련된 면허기구 간의 합의나 두 가지 면허를 모두 취득한 경우로 한정한다.

우리나라는 보건의료 직역 관리 등 현대적 면허기구에 대한 무지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면서 우리 사회의 의료를 더욱 복잡하게 병들게 하고 있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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