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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재단 '덕분에 70년, 함께 100년'

송성철 기자2026.06.24 16:10
을지재단 창립 70주년 기념 엠블럼. ⓒ의협신문
을지재단 창립 70주년 기념 엠블럼. ⓒ의협신문

을지재단이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았다. 을지재단은 전쟁의 상흔이 곳곳에 남아 있던 1956년, 고(故) 범석 박영하 박사가 서울 을지로에서 개원한 박산부인과의원을 모태로 척박한 현실 속에서 출발했다. 당시는 병원도 부족하고 의료진도 많지 않던 시절이었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기에, 의료는 지금처럼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아니었다. 아픈 사람에게 병원을 찾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다.

폐허 속에서 시작한 이 작은 의료기관은 이후 대한민국의 성장과 궤를 같이하며 의료와 교육의 사회적 역할을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 고 박영하 박사는 1967년 재단법인 을지병원 유지재단을 설립하며 의료기관의 공익법인화를 선제적으로 실천했다.

박준영 을지재단 회장은 70주년을 맞은 지금을 과거를 돌아보는 기념의 시간이 아니라, 의료와 교육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어떤 역할을 수행해 왔는지를 성찰해야 할 시점이라며 을지재단의 발자취는 외형적 성장의 기록이 아니라, 사회가 가장 절실할 때 의료가 어디에 있어야 했는지를 스스로 묻고 답해 온 과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을지재단은 지난 1956년 고(故) 범석 박영하 박사가 서울 을지로에서 개원한 박산부인과의원을 모태로 1967년 재단법인 을지병원 유지재단을 설립, 공익법인화를 실천했다. 사진은 1967년 당시 병원 모습. ⓒ의협신문
을지재단은 지난 1956년 고(故) 범석 박영하 박사가 서울 을지로에서 개원한 박산부인과의원을 모태로 1967년 재단법인 을지병원 유지재단을 설립, 공익법인화를 실천했다. 사진은 1967년 당시 병원 모습. ⓒ의협신문

지역응급필수의료의 든든한 안전망 자리매김
을지재단의 70년은 단순히 대형 의료기관으로 거듭난 성장사라기보다, 의료가 어떻게 지역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정표다.

을지재단은 1981년 대전을지병원 개원을 시작으로 1988년 서울 을지병원(현 노원을지대학교병원), 1995년 강남을지병원을 잇따라 설립하며 의료 네트워크를 확장했다. 이어 2021년에는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을 개원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의료 인프라가 취약했던 수도권 북부의 중증응급의료 거점 역할을 대폭 강화했다.

산하 병원들은 각 지역의 의료 환경과 수요에 맞춰 응급중증필수의료를 전방위로 강화해 왔다. 특히 응급환자 이송체계 구축과 중증 환자 치료 역량 확보는 지역 주민의 생명과 직결된 핵심 과제였다.

최근에는 병원 간 진료정보를 실시간으로 연계하는 통합진료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환자가 원하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생활권 내 의료기관에서 재진과 사후관리를 편안하게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시스템은 의료의 질 향상뿐만 아니라 환자와 가족의 삶까지 고려한 의료 접근성과 치료의 연속성을 동시에 높인 우수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1980년대 서울을지병원과 을지로 일대 전경. ⓒ의협신문
1980년대 서울을지병원과 을지로 일대 전경. ⓒ의협신문

위기마다 빛난 인간사랑, 생명존중 DNA
을지재단은 사회적 위기의 순간마다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재단 의료진은 감염병 확산, 각종 재난과 응급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늘 최전선에서 현장을 지켰다.

최근에는 신혼여행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던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전공의가 기내 응급환자를 위기에서 구했고, 육아휴직 중이던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 간호사가 기내에서 발생한 뇌전증 응급환자를 신속하게 도왔다. 이 같은 미담은 단순한 개인의 헌신을 넘어, 창립자 범석 박영하 박사의 창립 정신인 인간사랑, 생명존중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온 조직 문화와 철저한 교육의 결과라는 평가다.

박준영 회장은 의료는 제도나 정책 이전에 사람으로 완성된다며 을지의 의료진들이 위기의 순간에 주저하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오랫동안 의료는 사익이 아닌 공익을 위한 책임이라고 교육해 왔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 대전을지대학교병원, 노원을지대학교병원, 강남을지대학교병원. ⓒ의협신문
왼쪽부터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 대전을지대학교병원, 노원을지대학교병원, 강남을지대학교병원. ⓒ의협신문

미래 의료를 지탱할 보건의료 인재 양성
아무리 좋은 시설을 갖춘 병원이라도 결국 의료를 실천하는 주체는 사람이다. 을지재단은 오래전부터 의료의 지속 가능성이 결국 사람을 키우는 일에서 시작된다고 판단하고 교육 사업에 공을 들였다.

1967년 서울보건학교 설립을 시작으로 교육사업에 발을 들인 재단은 이후 학교법인 을지학원을 설립하며 교육 기반을 다졌다. 1996년 의과대학을 설립한 데 이어 2007년 보건과학대학, 2008년 간호대학을 차례로 갖추면서 대한민국 최고의 의료보건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했다.

이처럼 진료와 교육, 연구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구조는 을지재단이 꾸준히 지향해 온 방향이다.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대학에서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며, 연구를 통해 미래 의료를 준비하는 선순환 체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는 단순히 한 기관의 발전을 위한 투자가 아니라, 지역과 국가 의료의 미래를 앞장서서 준비하는 백년대계이기도 하다.

의정부을지대병원 의료진이 군 헬기로 이송된 환자를 응급실로 긴급 이송하고 있다. ⓒ의협신문
의정부을지대병원 의료진이 군 헬기로 이송된 환자를 응급실로 긴급 이송하고 있다. ⓒ의협신문

국민 덕분에 맞이한 70년, 국민과 함께 열어갈 100년
을지재단은 창립 70주년 슬로건으로 덕분에 70년, 함께 100년을 내걸었다. 지난 시간을 가능하게 해준 환자와 지역사회, 그리고 모든 구성원에 대한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동시에, 앞으로도 국민과 함께하는 의료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엄숙한 선언이다.

앞으로 우리가 마주할 보건의료 환경은 지금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도전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초고령사회 진입, 지역 간 의료 격차 심화, 필수의료 인력 부족 및 붕괴 우려, 감염병의 상시화 등 해결해야 할 시대적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만큼 의료기관이 감당해야 할 사회적 책임 역시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시대일수록 의료의 역할은 더욱 분명해진다. 을지재단은 지난 70년 역사에서 증명해 보였듯, 다가올 다음 100년 역시 언제나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는 각오다.

박준영 회장은 을지재단의 70년은 한 병원의 역사가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어려울 때 의료와 교육으로 어떻게 응답해 왔는지에 대한 기록이라며 앞으로도 국민의 생명 앞에서 가장 먼저 고민하고, 가장 늦게 물러나는 의료기관의 역할을 묵묵히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전쟁의 상처가 채 가시지 않았던 시절에 시작한 다짐은 어느덧 두 세대의 시간을 넘어섰다. 을지재단의 70년 역사는 수많은 환자와 의료인, 학생과 지역사회가 연대하여 함께 걸어온 위대한 시간의 기록이다. 을지의 덕분에 70년, 함께 100년은 결국, 지역과 필수의료를 책임감 있게 이어갈 사람을 키워내는 인간사랑, 생명존중의 지속 가능한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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