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후 더 많은 서비스를 이용해보세요

닥플 플러스

사전 지시 받았더라도 간호사 EMR 입력·처방 '무면허 의료행위'

송성철 기자2026.06.17 13:49
서울고등법원은 한방병원 운영자인 A 학교법인이 동대문구보건소장을 상대로 제기한 10억원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서울고등법원은 한방병원 운영자인 A 학교법인이 동대문구보건소장을 상대로 제기한 10억원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과징금 부과 처분은 정당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사진=게티이미지] ⓒ의협신문

한의사의 사전 지시에 따라 간호사가 전자의무기록(EMR)에 한약 처방을 입력한 행위는 단순한 업무 보조가 아니라 무면허 의료행위라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간호사의 처방 입력 행위를 한의사 개인의 직접 진찰 및 처방전 발급 의무 위반으로 보아 병원(법인)에 부과한 과징금 처벌을 취소한 1심 판결을 정반대로 뒤집은 결과다. 이에 따라 소속 의료인의 무면허 의료행위에 관한 관리감독을 게을리한 한방병원은 1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물게 됐다.

서울고등법원은 한방병원 운영자인 A 학교법인이 동대문구보건소장을 상대로 제기한 10억원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과징금 부과 처분은 정당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 학교법인 한방병원에서 근무하던 한의사 B씨는 평소 환자들이 장시간 진료를 대기하다가 항의하는 상황이 빈발하자, 외래진료실 간호사에게 사전 약속처방을 내렸다. 오래 대기하는 외래환자가 단지 청인유쾌환, 쌍화탕, 공진단 등 특정 한약 제품을 처방받기 위해 방문한 경우에는, 한의사의 진찰 없이 환자의 요구대로 처방전을 발행하고 나에게 사후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

A 한방병원에서 한의사의 진료 없이 처방전 발행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제보를 받은 서울특별시 민생사법경찰단 C씨는 2022년 11월 3일 환자인 것처럼 가장해 A 한방병원을 방문, D 간호사에게 청인유쾌환을 처방받기 위해 방문했다고 말했다. D 간호사는 EMR에 청인유쾌환 기본 처방을 입력한 후 원내탕전실로 전송했다. 원내탕전실에서는 해당 처방에 따라 C씨에게 청인유쾌환 30정을 인도했다. 같은 날 D 간호사로부터 청인유쾌환 처방 사실을 사후보고 받은 B 한의사는 EMR에 자신이 C씨를 직접 진찰한 것처럼 허위의 외래초진기록을 작성했다.

이 사건으로로 기소된 B 한의사는 형사재판에서 의료법 위반죄(면허 사항 외 의료행위 지시 및 허위 진료기록부 작성)가 인정돼 벌금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이에 불복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형사 판결이 확정되자 보건복지부는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에 따라 B 한의사에게 면허 자격정지 3개월 15일 처분을 내렸고, 이 역시 불복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이후 관할 동대문구보건소는 B 한의사의 처벌 사실을 바탕으로 A 한방병원에 의료법 제27조 제5항(무면허 의료행위 지시 금지) 위반을 적용, 업무정지 3개월에 갈음하는 과징금 10억원을 부과했다. A 한방병원은 과징금 부과에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A 한방병원은 간호사가 EMR에 청인유쾌환 처방 내용을 입력한 행위는 한의사의 사전지시를 입력한 기술적 보조행위에 불과하다며 이는 직접 진찰하지 않은 의사의 처방전 발행(의료법 제17조의2 제1항 위반)에 해당할뿐, 면허 외 의료행위를 시킨 것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은 A 한방병원의 손을 들어주며 10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은 병원 측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간호사의 행위를 단순한 전산 입력 보조로 보았고, 한의사 개인의 진찰 의무 위반으로 판단했다. 의료법령상 한의사 개인의 진찰 의무 위반은 의사 자격정지 사유지만 병원(법인)을 업무정지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보건소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취지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이 사건 위반행위가 의료법 제27조 제5항이 금지하는 의료인에게 면허 사항 외의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의료법 제17조의2 제1항 위반과 달리 의료법 제27조 제5항 위반 시에는 병원(법인)에 업무정지 처분이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2007년 9월 7일 선고 2006도2306 판결)를 인용, 간호사도 의료법에서 정한 의료인이지만,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하에 진료의 보조를 시행할 수 있을 뿐이고, 이를 넘어 의사치과의사한의사만이 할 수 있는 진찰, 처방 등의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는 의료법 제27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며, 이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시나 위임을 받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한의사 B씨의 사전 지시 행위와 관련해 불특정 다수의 환자에 대해 개별적 증상 고려 없이 간호사가 알아서 처방하는 것은 의료법상 허용될 수 없는 위법이라며 간호사가 청인유쾌환을 처방한 행위는 의사 또는 한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이고, 간호사에게 면허된 의료행위인 간호, 의사나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 등의 범위를 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해 무면허 의료행위는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대형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원고가 소속 직원에 대한 관리감독을 게을리해 불법행위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 한방병원의 연간 총수입액(300억원 초과)과 업무정지 3개월(90일) 기간을 기준으로 시행령상 과징금을 산정하면 21억 4524만원에 달하지만, 법정 최고 한도액 규정에 따라 10억원만 부과된 것이라며 처분 기준이 부당하거나 비례의 원칙을 위반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A 한방병원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을 받아보기로 했다.

댓글 0

    많이 본 뉴스

    • (주)이노케어플러스대표자: 진현준
    • 서울특별시 마포구 백범로31길 21, 서울창업허브 본관 415호사업자 등록번호: 748-87-03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