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의료과실 없음'에도 시위 벌인 유족 '배상 책임' 인정
의료과실이 없다는 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왔음에도 이에 불복해 병원 앞에서 허위사실이 적힌 현수막과 텐트를 설치하고 장기간 시위를 벌인 환자의 유족에게 수천만원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유족의 슬픔을 감안하더라도 사회통념을 벗어나 의료기관의 명예와 신용을 심각하게 훼손한 불법 시위에 법적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은 A 대학병원이 병원 앞에서 장기 시위 중인 B 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40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C 씨는 지난 2017년 3월 턱밑샘암(암육종) 진단을 받고 A 대학병원에서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받았으나, 이듬해 2월 암이 폐로 전이되는 등 상태가 악화되어 사망했다.
C 씨가 사망하자 배우자 B 씨를 비롯한 유족은 A 대학병원 부근에 텐트를 설치하고 암 판정 오진, 방사선치료로 전신 마비 잘못, 간단한 침샘 막힘 수술 도중 암으로 판명 등의 문구를 담은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를 벌였다.
A 대학병원은 2018년 10월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했고, 유족 역시 병원 측의 과실을 주장하며 1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반소를 제기했다. 법원은 2021년 9월 A 대학병원 의료진의 진료 과정에 의료과실이 없고, 망인의 사망은 병원의 의료행위와 무관하다며 병원 측의 채무가 없음을 확인하고, 유족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같은 해 10월 최종 확정됐다.
사법부 최종 판결로 의료진의 과실이 없음이 확정됐음에도 시위는 계속됐다. 결국 A 대학병원은 2025년 5월 법원에 시위금지 가처분(위반행위 1회당 20만원 간접강제금) 신청을 제기, 대법원 재항고 소송 끝에 2026년 1월 시위 금지 가처분 결정이 확정됐다.
그럼에도 시위와 허위사실 유포 행위가 지속되자, A 대학병원은 명예훼손에 따른 비재산적 손해배상금 5000만원을 청구하는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유가족 측은 배우자의 사망 원인이 된 의료과실에 대한 의혹 제기이자 공공기관인 대학병원의 의료 서비스 실태에 대한 문제 제기이므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면서 시위 내용이 진실이라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어 위법성이 조각되거나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법인이 하나의 추상적 실체로서 정신적 고통을 느낄 능력은 없더라도, 명예나 신용이 침해된 경우에는 그로 인한 무형의 비재산적 손해가 배상되어야 한다며 법인의 목적사업 수행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는 일체의 행위가 이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민사 소송을 통해 병원 측의 의료과실이 없고 망인의 사망이 의료행위와 무관함이 명백히 밝혀졌음에도 이에 반하는 허위사실을 시위 내용으로 삼은 점,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병원 인근에 현수막과 텐트를 설치해 허위사실을 유포함으로써 병원의 사회적 명성을 훼손하고 영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점, 법원으로부터 시위금지 가처분 결정를 받았음에도 약 7개월간 매일 현수막과 텐트를 설치해 시위를 강행한 점 등을 들어 유가족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민사 사건이 진행 중일 때는 아직 원고 병원의 의료과실 여부가 확정되지 아니한 상태였으나 관련 민사판결이 확정되어 원고 병원의 망인 사망과 관련한 의료과실이 없음이 확정된 이후에는 그 이후의 원고 병원의 의료과실을 주장하며 탓하는 피고의 시위는 사회상규에 해당하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시위 기간횟수간접강제금 규모 등을 종합해 위자료는 4000만원으로 책정했다.
A 대학병원의 소송대리인을 맡은 조진석 변호사(법무법인 오킴스)는 A 대학병원은 고위험 중증 환자의 생사가 공존하는 최일선의 의료현장이다. 의료진과 직원들은 가족을 잃은 유족의 슬픔을 알기에 비난 속에도 묵묵히 참고 상황을 설명하고, 법원의 객관적인 판단을 구하는 등 모든 노력을 다해왔다고 소회를 밝혔다.
조 변호사는 환자가 사망한 것은 심히 안타까운 일이지만, 법적으로 과실 없음이 명백히 인정되었음에도 목적 달성을 위해 거짓 사실을 적시해 장기간 병원의 명예를 훼손하고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는 정당한 의견 표명을 벗어난 것이라며, 이번 판결이 의료기관과 의료진의 명예를 훼손하는 불법 시위 관행이 근절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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