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덕분에 라더니 돌아온 건 환수처분 통지서"
코로나19 진료 현장은 마치 전쟁터같았다.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고군분투한 의료진에게 덕분에라며 엄지 척 하던 팬데믹 사태가 끝나고 돌아온 것은 감사장이 아닌 수천만원의 환수 처분 통지서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지역사회 재택치료 최전선에서 확진자를 돌보며 감염병 대응에 헌신한 동네의사를 상대로 5천만원대 재택치료 요양급여비 환수 처분을 한 것으로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서울시 중랑구에서 동네의원을 개원한 오동호 원장(미래신경외과의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코로나19 재택치료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지난해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오동호 원장은 지난 4월 1차 변론기일이 잡힌 이후 6월 25일 2차 변론을 앞두고 있다.
오동호 원장은 이번 행정소송을 통해 지역 의료기관을 상대로 건보공단이 진행한코로나19 재택치료비 환수조치가 정당한지를 가려보기로 했다.
사건의 시작은 코로나19 오미크론이 대유행 조짐을 보인 2022년 1월로 거슬로 올라간다. 하루 확진자가 10만명을 넘어서며 감염병전담병원 병상과 응급실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의료계 안팎에서 경증 환자를 지역사회에서 관리하지 못하면 의료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코로나 환자의 전담병원 쏠림을 해소하고, 중증환자 병상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으로 동네의원 중심의 재택채료가 떠올랐다. 서울특별시의사회는 지역의사회를 기반으로 코로나 환자를 관리하는 재택치료관리 의원급 의료기관 서울형을 제안, 2021년 12월 13일 출범식을 열었다.
당시 중랑구의사회장을 맡은 오동호 원장은 이에 부응해 10일 만에 중랑구의사회 코로나19 재택의료지원단을 출범, 본격적인 지역사회 재택치료체계 구축에 나섰다. 24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당직체계를 만들고, 중증환자 이송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역내 종합병원과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2022년 1월 27일에는 중랑구청과 지자체 협력형 재택치료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협약식도 열었다.
밤잠을 줄여가며 발로 뛴 오동호 회장의 노력으로 재택치료 의료기관 50곳, 신속항원검사 의료기관 30곳이 참여했다. 재택치료 의료기관은 평일에는 저녁 8시까지, 일요일에도 오전 12시까지 확진자 상담과 모니터링 업무를 수행하면서 감염병전담병원과 보건소에 쏠린 업무를 나눠 맡았다. 요양원과 재가복지센터 등 고위험군이 집중된 시설에는 대면진료와 왕진을 비롯해 재택치료감염관리 교육을 지원했다.
동네의원이 재택치료 참여는 수십만명의 경증 환자를 나눠 맡음으로써 감염병전담병원 포화와 응급실 마비 현상을 해소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재택치료가 끝나고 2년이 넘은 시점인 2024년 11월, 건보공단은 재택치료에 참여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감행했다. 의무기록을 비롯해 증빙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못한 재택치료 의료기관은 진료비 삭감과 환수 처분 통지서를 받아야 했다.
오동호 회장은 재택치료에 참여할 당시에는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체온계와 산소포화도 측정기 등 의료기자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질병관리청의 전산망은 수시로 마비돼 진료지원시스템을 정상적으로 활용하기도 어려웠다면서 수가 고시는 일주일이 멀다하고 바뀌었고, 일선 현장에는 보건당국의 지침이 제대로 전달되지도 않았다고 2년 전 혼란스러웠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미 두 차례나 의료기관 자율점검을 시행했음에도, 또다시 전체 의료기관을 전수조사하며 의무기록을 요구하는 것은 명백히 부당하다고 밝힌 오동호 회장은 전쟁터와 같았던 위기 상황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을 무릅 쓴 의료진에 보상은 커녕 오직 환수만을 목적으로 비현실적인 규정을 들이대며 의료기관을 압박하고, 삭감에 혈안이 되는 것은 올바른 국가기관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오동호 회장은 의료진 덕분에라는 존경과 응원의 여운이 사라지기도 전에 돌아온 것은 진료비 삭감과 환수 처분이라며 위험을 무릅쓰고 헌신한 의료기관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전형적인 갑질 행정이자 토사구팽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지난 4월 9일 첫 변론에 이어 6월 25일 두 번째 열리는 변론에 참여하는 오동호 회장은 사법부가 팬데믹 당시 지역 의료현장의 특수성과 불가피한 한계를 충분히 고려해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코로나19는 2023년 8월 엔데믹으로 넘어왔지만 코로나와 관련된 법적 분쟁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법원은 최근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정부가 사후적으로 만든 기준을 소급 적용한 행정처분에 잇따라 제동을 걸았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3월 코로나19 손실보상금 정산 사건에서 사후에 마련된 감액 지침을 근거로 한 소급 적용은 위법하다며 의료기관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진정소급입법 금지 원칙과 신뢰보호 원칙을 강조하며 감염병 대응에 참여한 의료기관의 정당한 신뢰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코로나19 전담병상 손실보상 사건에서 법원은 사용하지 않은 병상에도 감염병 대응 과정의 특수성을 인정해 손실보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응급구조사의 재택치료 환자 모니터링 업무와 관련한 환수 사건에서도 위기 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하지만 적지 않은 코로나19 환수 처분 취소 소송은 의무기록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하고 있다.
의료계는 코로나19 당시 동네의원들은 국가 방역체계의 마지막 안전망 역할을 수행했다며 감염 위험과 과중한 업무를 감수하며 국민 생명을 지킨 의료기관에 대해 수년이 지난 뒤 환수부터 들이대는 것은 정의와 상식에 부합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오동호 회장을 비롯해 코로나19 재택치료에 참여했다가 환수 처분을 받은 회원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법률지원에 나섰다. 오동호 회장의 소송대리인은 서울의대를 졸업한 국내 1호 여의사 출신 법관 경력의 유화진 변호사(유화진법률사무소)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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