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자율점검·사후정산 배제한 행정처분 '위법'
원내처방 의료기관이 실제 구입한 의약품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약제비를 청구했더라도, 이를 곧바로 국민건강보험법상 속임수나 부당한 방법에 의한 부당청구로 단정해 업무정지 처분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구입약가 사후관리제도는 청구오류 시 자율점검과 차액을 정산하는 절차를 갖추고 있는만큼 의료기관에 점검정산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행정처분은 처분 사유가 존재하지 않아 무효라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는 최근 정신건강의학과의원을 개설한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고 10일의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을 취소했다. 소송비용 또한 피고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전액 부담하도록 했으며, 원고에게 발생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항소심 판결 선고 후 30일까지 처분의 집행을 직권으로 정지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1년 실시한 제4차 요양기관 구입약가 정기 확인 과정에서 A씨가 실제 의약품을 구입한 가격보다 더 높은 단가로 약제비를 청구한 내역을 확인했다. 보건복지부는 현지조사 결과, 2020년 27월, 2021년 1012월 등 총 9개월 동안 A씨가 실구입가 산정기준을 위반해 심사결정 요양급여비용 총액 9억 8169만원 중 총 부당금액 490만원(월 평균 부당금액 54만 5432원, 부당비율 0.50%)을 부당하게 청구했다고 판단, 국민건강보험법 제98조 제1항 제1호에 근거해 요양기관 업무정지 10일 처분을 내렸다.
행정소송을 제기한 A씨는 약제비 청구 프로그램이 업데이트되는 과정에서 약가가 분기 가중평균가격이 아닌 상한가로 자동 입력되는 시스템 오류가 발생해 부당청구가 아닌 단순 착오청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구입약가 사후관리제도는 사후에 정산 절차를 거쳐 차액을 환수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이를 곧바로 부당이득으로 간주해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으므로 절차상 위법하다고 항변했다. 아울러 자율점검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곧바로 현지조사를 실시해 부당청구로 본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먼저 구입약가 사후관리제도의 시행 취지에 방점을 찍었다.
재판부는 구입약가 사후관리제도는 요양기관이 청구한 약품비를 지급한 후 분기 가중평균가와 요양기관 구입약가를 비교해 상이한 건을 점검하고 최종 구입약가를 확정하여 차액을 정산하는 제도라면서 요양기관에 착오 청구 원인을 점검확인할 기회를 부여하고 정산 심사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절차를 보장하고 있으므로, 단지 약품비를 높게 청구했다는 것만으로 부당청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의원이 분기 가중평균가 보다 약제비를 높게 청구하였다는 것만으로 곧바로 부당청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이를 부당청구로 보고 한 업무정지처분은 처분사유가 부존재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일부 기간에 대해 정산 및 이의신청절차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처분사유가 부존재한 이상 이는 이 사건 처분의 위법성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면서 이 사건 처분으로 말미암아 원고에게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인정되므로, 직권으로 이 사건 처분은 이 사건 항소심 판결 선고 후 30일까지 그 집행을 정지한다고 판결했다.
A씨의 소송을 대리한 김주성 변호사(법무법인 반우)는 구입약가 사후관리제도는 약가 변동성을 전제로 사후 정산을 예정한 제도이므로, 정산 전 차액은 확정 전 잠정액일뿐이고 정산 후에는 차액 자체가 해소되어 어느 단계에서도 부당이득이 발생할 수 없는 구조라면서 정산절차를 거치지 않은 차액을 곧바로 부당청구로 보아 업무정지처분을 하는 것은 정산으로 해결할 문제를 제재로 전용하는 것으로서 제도의 취지에 반한다는 점을 법원이 확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김주성 변호사는 약가 사후관리는 원내처방을 하는 병원급 의료기관(입원환자 원내처방)은 총요양급여비용이 크기 때문에 약가 차액만으로는 업무정지처분이 나오는 부당비율(0.5%)에 이를 수 없지만 정신건강의학과의원(정신과 원내처방)은 총요양급여비용이 병원급보다 상대적으로 적어 업무정지처분이 나오는 부당비율(0.5%)에 해당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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