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탈모 급여 공식화에 의료계·정치권 연일 "포퓰리즘" 한목소리
이재명 대통령 입에서 시작된 탈모 급여화 문제가 보건복지부 장관의 공식화로 다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의료계 내부는 물론 정치권까지 연일 건강보험 급여 우선순위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부의 방향성에 우려를 표시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탈모 치료 건강보험 급여화 문제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 공약으로 꼽힌다. 2022년 대통령 선거 때는 이재명은 뽑는 게 아니라 심는 것이라며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공약했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는 요즘은 탈모가 미용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건강보험 적용 확대 검토를 직접 주문하기도 했다.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던 보건복지부는 돌연 지난 11일 탈모 급여화를 공식화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탈모에 건강보험을 적용했을 때 어떻게 할지, 재정은 얼마나 들어갈지 실무 검토를 했다라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탈모 급여화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이 많았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자 의료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재훈 고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16일 개인 SNS에 (탈모 급여화는)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접근할 문제라고 적었다. 남성형 탈모약을 급여화했을 때 투입해야 할 건강보험 재정을 추계해 봤더니 최소 약 1000억에서 최고 7000억원까지 나온다는 추산도 내놨다.
정 교수는 탈모로 인한 고통과 심리적 위축은 진지하게 다뤄야 할 문제라면서도 그 고통을 한정된 공보험 재원으로 풀 것인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지원할 것인가, 새로운 급여를 논하기 전에 이미 들어와 있는 비효율부터 덜어내는 재평가가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공보험은 모두의 돈으로 운영되는 유한한 제도인 만큼 그 돈을 어디에 쓸지 정하는 일은 반드시 원칙과 근거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화와 유전에 의한 남성형 탈모는 냉정하게 말했을 때 생명이나 신체 기능을 위협하는 질병은 아니다. 현행 제도가 미용 목적을 비급여로 두는 이유다라며 한번 이 문을 열면 어디까지 확장해야 하는지 답하기 어렵다. 삶의 질과 심리적 고통을 호소할 수 있는 문제들은 아주 많다. 의학적 필요라는 기준을 한번 놓으면 그다음부터는 목소리 큰 집단, 지지율에 도움이 되는 집단의 요구가 우선순위를 정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 목표가 정말 청년에 대한 혜택이라면 탈모약 한 가지에 쏟을 재원으로 청년 건강검진 항목을 재평가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검사를 지원하는 등 의미 있는 방법들이 많이 있다라며 특히 정신건강, 대사질환 조기 발견처럼 젊을 때 개입했을 때 장기 편익이 큰 영역이 분명히 있다. 청년의 더 의미 있는 미래 건강에 투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도 같은 날 성명서를 내고 정부의 극단적인 모순과 무책임한 포퓰리즘 정책에 깊은 분노를 금할 수 없다라며 의학적 필수성을 망각한 건강보험 재정 탕진 책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의원회는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재정 투입에는 재정 고갈을 핑계로 수가협상에서 역대 최저 수준의 재정을 책정했던 정부가 표심을 자극할 수 있는 선심성 정책에는 수천억원이 들어갈지도 모르는 건보 재정을 아낌없이 쓰겠다고 나서는 것은 모순이라며 겉치레만 화려한 민생 대책이라는 가면을 벗고, 붕괴해 가는 일차의료 현장의 비명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야당을 중심으로 탈모 급여화 적정성에 대한 비판이 연일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은 17일 SNS에 필수의료 위기와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건강보험 우선순위는 거꾸로 가고 있다라며 건강보험의 우선순위는 표심이 아니라 생명이어야 한다고 썼다.
같은 당 김미애 의원도1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탈모의 고통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보건의료 정책을 포퓰리즘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라며 암, 희귀질환, 중증질환으로 하루하루 버티는 환자와 가족이 있다. 이들보다 M자형 탈모가 먼저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불과 6개월 전 보건복지부는 탈모에 대해 생명이 오가는 치료와 연관성이 떨어진다고 했는데 갑자기 실무 검토를 완료했다며 급여화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그 사이 바뀐 것은 대통령의 압박뿐이라며 건강보험 재정은 올해 적자로 전환되고 누적준비금도 29년이면 바닥이다. 건보는 국민 생명의 최후 안전망으로 그 무게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함인경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건강보험의 우선순위와 형평성에 대한 검토는 꼭 필요하다라며 희귀질환과 중증질환자 중에서도 치료비 부담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 건강보험은 모든 것을 지원하는 제도가 아니라 국민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한정된 재원을 우선순위에 따라 사용하는 사회적 약속이라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역시 개인 SNS에 건강보험은 생명을 지키는 약속으로 정치인이 생색내며 나눠주는 하사품이 아니다라며 아직 현장에서는 희귀질환과 싸우는 환자가 많고 그 치료에 쓰이는 신약의 가격은 수천만원대에 달하지만 급여화가 안된 경우가 많다. 표를 얻기 위해 건강보험의 원칙을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 건강보험은 사람을 살리는 가장 따뜻한 수단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환자 단체에서도 탈모 급여화보다는 필수의료 체계 강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환자를 위한 의료정책을 생각하는 사람들(환의사)은 탈모는 삶의 질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이런 안타까움과 공감이 곧바로 건강보험 재정 투입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한정된 건강보험 재원이 상대적으로 시급성이 낮은 분야로 분산되면서 정작 생명과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가 위축될 수 있다라며 건강보험의 존재 이유는 국민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데 있으며 그 우선순위도 여기에 맞춰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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