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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AI·초고령화 논하는 학술대회, 문화 프로그램으로 '힐링' 더한다

박양명 기자2026.06.16 10:19
홍순원 의협 종합학술대회 문화조직위원장 ⓒ의협신문
홍순원 의협 종합학술대회 문화조직위원장 ⓒ의협신문

7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이뤄지는 제43차 종합학술대회를 찾기로 결심했다면, 단순히 학술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꼭 놓치지 말아야 할 프로그램들이 있다. 바로 문화 프로그램들이다.

어린이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건강한 우리 몸 그리기 공모전부터 의사와의 진료 경험을 담은 인공지능(AI) 영상 공모전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글 쓰는 의사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독서와 휴식을 할 수 있는 의인문학전도 눈길을 끈다.

의협은 종합학술대회 준비단계부터 준비위원회를 학술과 문화 부분으로 나누고 공부하는 분위기에 감성을 얹기 위한 준비작업을 해왔다.

홍순원 문화조직위원장(강남세브란스병원 병리과 교수)은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고 의료 현안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깊어질수록 전문가 집단에 가장 필요한 것은 따뜻한 감성과 공감능력이라며 학술적인 지식을 교환하는 의사들만의 학술 행사를 넘어 문화라는 보편적인 언어로 국민과 함께 교감하고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문화 콘텐츠를 적극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의료계 내부적으로도 오랜 의정 갈등 속에서 지친 회원의 마음을 위로하고 선후배 의사가 문화적 경험을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편안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역점을 뒀다고 덧붙였다.

그는 문화 프로그램들을 한 문장으로 의학의 차가운 지성에 따뜻한 생명의 온기를 불어넣는 힐링의 플랫폼이라고 표현했다. 학술 프로그램이 의사의 전문성을 지키기 위한 이성적 답을 찾는 과정이라면 문화 프로그램은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감성적 이유를 담고 있다는 게 홍 위원장의 설명이다.

의협 제43차 종합학술대회 홈페이지 메인화면 ⓒ의협신문
의협 제43차 종합학술대회 홈페이지 메인화면 ⓒ의협신문

홍순원 문화조직위원장에게 올해 의협 종합학술대회에서 확인할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의 의미와 앞으로 방향성에 대해 들어봤다.

- 종합학술대회 문화 행사를 기획하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가장 고심하고 중점을 둔 키워드는 장벽을 허무는 연결과 공감이다. 의사들만의 폐쇄적인 행사라는 인식을 깨고 국민이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넓히고자 했다. 동시에 의료계 내부적으로도 오랜 의정 갈등 속에서 지친 회원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선후배 의사들이 문화적 경험을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편안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역점을 뒀다.

종합학술대회 운영위원들이 수차례 회의를 통해 전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는 의학의 시작과 끝은 결국 사람을 향해 있다는 점이다. 학술 프로그램이 AI와 초고령화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전문성을 지키고 생태계를 재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이성적 답안을 제시한다면, 문화 프로그램은 왜 우리가 그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감성적 이유를 설명한다.

이번 대회를 찾는 모든 사람들이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임상가로서의 냉철함 뒤에 숨겨진 의사의 인간적인 면모와 따뜻한 시선을 발견하고, 깊은 활력과 감동을 얻어 가길 희망한다.

- 문화 행사 일환으로 건강한 우리몸 그리기 공모전을 진행했다. 어떤 내용인가

건강한 우리 몸 그리기 공모전은 대한의사협회가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우리 몸의 소중함과 건강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야심 차게 기획한 대국민 참여 프로그램이다. 국민들이 의료를 차갑고 무서운 치료의 영역이 아니라 나의 소중한 일상과 꿈을 지켜주는 가장 든든한 동반자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의사의 모습, 생명의 신비함, 건강한 삶에 대한 순수한 아이디어가 담긴 훌륭한 작품들이 대거 출품됐다. 기술적인 회화 실력보다는 우리 몸과 생명을 대하는 순수한 호기심과 따뜻한 시선을 가장 중요한 심사 기준으로 삼았다. 아이들이 질병을 극복하는 과정이나 건강한 일상을 지키는 가족들의 모습을 얼마나 창의적이고 진정성 있게 표현했는지 중점적으로 봤다. 수상작들은 학술대회 기간 동안 행사장 내에 특별 전시되어 회원 및 관람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 수상작품 이외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을까.

엑스레이로 본 투명한 아름다움이라는 주제의 그림이 기억에 남는다. 엑스레이를 단순히 의료용 진단도구로 보는 것이 아니라 엑스레이 선을 기하학적 형태로 보고 아름다움을 느낀 학생의 그림이었다. 의학적 지식을 떠나 어떻게 보면 다소 무섭고, 딱딱하게 접근될 수 있는 엑스레이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어린이만의 순수한 상상력으로 표현한 점이 신선했다.

- AI 영상 공모전은 최근 의료계의 주요 화두와도 맞닿아 있다. 공모전의 취지와 기대효과를 소개해 달라.

대중에게 AI 의료라고 하면 막연한 두려움이나 환상적인 모습 혹은 영화 속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 쉽다. 이번 AI 영상 공모전은 최근 의료계의 가장 뜨거운 화두인 AI 기술을 영상이라는 친숙한 미디어를 통해 대중이 직접 상상하고 표현해 볼 수 있도록 기획했다.

참가자들이 기술과 인간 의사가 조화를 이루는 미래의 의료 현장을 영상으로 구현하는 과정 속에서 AI가 의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전문성을 돕고 환자에게 더 안전한 의료를 제공하는 유익한 도구임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의료계 역시 대중의 창의적인 시선이 담긴 영상을 보며 기술 트렌드를 친근하게 수용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미래 의료 서비스가 무엇인지 아이디어를 얻는 훌륭한 상호 소통의 기대효과가 있을 것이다.

- 종합학술대회에서 한국여자의사회 70주년 기념 선포식도 함께 열린다. 전 한국여자의사회장을 지냈기에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전임 여자의사회장으로서 감회가 새롭고 가슴이 벅차오른다. 1956년 척박한 환경에서 출발한 한국여자의사회가 어느덧 70주년을 맞이했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의 흐름을 넘어 대한민국 의료 발전사에서 여성 의료인들이 끊임없는 도전과 헌신으로 주류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당당한 위상을 확립해 온 눈부신 여정의 결실이다.

특히 이번 선포식이 의협 종합학술대회라는 가장 크고 권위 있는 무대에서 연계 개최되는 것은 우리 여의사들의 역량이 이제 의료계 전체의 핵심 동력이자 미래를 이끌어갈 중추적인 축으로 온전히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매우 뜻깊은 역사적 이정표라고 생각한다.

- 70주년을 맞이한 한국여자의사회가 이번 종합학술대회의 메인 주제인 지속가능한 미래의료와 발맞추어 앞으로 대한민국 의료계에서 어떤 중추적인 역할을 해나갈 수 있을까.

다가오는 미래 의료의 핵심 키워드는 AI와 초고령화, 그리고 지역사회 통합돌봄이다.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는 세심한 소통 능력, 다학제적 협력을 이끄는 부드러운 리더십, 그리고 소외된 이웃을 보듬는 포용성이 무엇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이는 그동안 한국여자의사회가 강점을 보여온 공감과 연대의 가치와 완벽히 궤를 같이한다.

앞으로 여의사회는 특유의 유연함과 섬세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의료 정책의 사각지대를 메우고 따뜻한 미래 의료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이자 중추적인 중재자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 현재 의료계가 여러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대중과 교감하는 문화 행사는 국민 신뢰 회복과 거리 좁히기의 좋은 열쇠가 될 수 있다. 문화 프로그램들이 이러한 소통의 매개체가 될 수 있을까.

네, 확신한다. 현재 의료계가 직면한 갈등 상황 속에서 백 마디 공식 성명서보다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의사들의 진정성 있는 인간미이다. 의사 역시 국민의 이웃이자 생명을 사랑하는 평범한 인간임을 보여줄 때 신뢰의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한다. 이번에 준비한 건강한 우리 몸 그리기 공모전, AI 영상 공모전, 그리고 클림트와 의학 같은 흥미로운 인문학 강연과 의인문학전은 국민들이 의사 사회의 따뜻하고 깊이 있는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투명한 유리창이다.

문화 프로그램들은 차갑게 얼어붙은 의정 갈등의 국면을 녹이고 국민과 의료계가 건강과 인간 존엄이라는 공통의 가치 위에서 다시 손을 잡게 만드는 가장 부드럽고 강력한 매개체가 될 것이다.

문화 프로그램들은 세대와 직역을 아우르는 소통의 역할도 할 수 있다. 진료과가 다르고 직역이 다르면 일상적인 대화에서 공통분모를 찾기 어렵고 논쟁적인 학술 토론에서는 자칫 의견 대립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문화와 예술 앞에서는 교수도, 전공의도, 개원의도 모두 동일한 감동을 느끼는 하나의 관객이자 인간일 뿐이다.

함께 전시를 관람하고, 인문학 강연을 듣고, 예술 작품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 속에서 직인(職人)으로서의 긴장감은 무장 해제될 것이다. 문화 프로그램은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회원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마음을 열 수 있는 무형의 완충지대 역할을 함으로써 세대와 직역 간의 심리적 거리감을 지우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 의협 종합학술대회가 단순한 연수교육을 넘어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와 문화를 담아내는 대표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위해 향후 문화 프로그램 분야에서 더 시도해 보고 싶으신 방안이 있나.

의학이 인간의 몸을 고치는 과학이라면, 문화는 인간의 영혼을 치유하는 예술이다. 이 두 장르가 만날 때, 대중에게는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던 의학적 전문성이 친근하고 직관적인 삶의 지혜로 변모하는 놀라운 시너지가 일어난다.

장기적으로는 우리 의사 회원들이 관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주인공이 되는 참여형 문화 허브를 구축하고 싶다. 의사 시인, 의사 화가 등 의료계 내부의 훌륭한 예술적 자산들을 발굴하여 정기적인 의협 아트 페스티벌 형태로 확장하거나 국민과 의사가 함께 무대에 서는 합창단, 오케스트라, 연극, 댄스 등 동행 프로그램을 시도해 보고 싶다. 메타버스나 디지털 아트를 활용해 시공간을 초월해 대중이 상시 참여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의학 박물관 및 예술전을 상설화하는 방안도 향후 도전해 보고 싶은 영역이다.

- 마지막으로 이번 제43차 종합학술대회와 문화 프로그램을기대하는 분들에게 한마디

존경하는 전국의 14만 의사 회원 여러분, 그리고 귀한 걸음을 해주실 참가자 여러분. 최근 우리 의료계를 둘러싼 거센 폭풍우 속에서 회원 여러분들의 몸과 마음이 얼마나 지치고 고단하실지 깊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잠시 무거운 현안의 짐을 내려놓고, 7월 10일부터 12일까지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 마련된 제43차 종합학술대회를 찾아주십시오.

정성껏 준비한 고품격 학술 강의로 미래의 인사이트를 얻는 동시에 문화조직위원회가 온 정성을 다해 마련한 다채로운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따뜻한 위로와 감동, 그리고 동료들과의 깊은 연대감을 채워 갔으면 합니다. 현장에서 밝은 미소로 맞이하겠습니다.

▶ 의협 제43차 종합학술대회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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