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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U는 다르다" 신생아 의료계, 의료분쟁조정법 시행령 보완 촉구
의료분쟁조정법 시행령 마련을 앞두고 신생아 의료계가 신생아중환자실(NICU) 진료는 단일 의료행위가 아닌 연속적 의료행위라며 별도 기준 마련을 촉구했다.
수주에서 수개월에 걸쳐 수천 건의 처방과 의학적 판단이 이어지는 초미숙아 진료를 일반 의료사고와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할 경우 의료진의 방어진료를 초래하고 필수의료 기반마저 흔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전문가들은 시행령에 NICU 진료 특수성을 반영하는 한편, 국가 책임형 지원체계와 전문 감정체계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5일 국회에서 열린 의료분쟁조정법, 시행령으로 완성한다 토론회 패널토의에서는 신생아중환자실 현장의 우려와 환자 가족의 경험, 전공의들의 목소리, 정부의 보완 방향이 집중 논의됐다.
대한신생아학회 법제위원장인 전지현 차의대 교수(소아청소년과)는 의료분쟁조정법의 완성, 신생아중환자실 필수의료를 살리는 3가지 방법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최근 논란이 된 초극소미숙아 판결 사례를 소개하며 신생아 의료의 특수성이 법과 제도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지현 교수는 재태연령 26주, 출생체중 900g 안팎의 초극소미숙아 사례를 언급하며 출생 직후부터 인공호흡기, 계면활성제 투여, 약물치료, 동맥관 수술 등 고위험 치료가 이어졌고 의료진은 표준진료지침에 따라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의료과실 책임이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정에서는 출생 전후 사건이 뇌성마비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지만 의학적으로는 초미숙아 자체가 가진 생물학적 한계와 불가피한 합병증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신생아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세 가지 과제로 ▲NICU 진료 특수성을 반영한 시행령 마련 ▲신생아 분야 무과실 보상제도 확대 ▲국가 차원의 사회보장 체계 구축을 제시했다.
특히 미숙아의 사망과 합병증은 상당 부분 생물학적 불가항력 영역에 속한다며 결과 중심이 아니라 의학적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생아 진료 현장에서는 약물 사용의 60~90%가 허가초과 사용(off-label)이며, 전원 지연이나 처치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 역시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며 시행령에서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으면 중과실 조항이 과도하게 적용될 우려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가장 강한 문제제기는 최창원 서울의대 교수(소아청소년과)로부터 나왔다.
최창원 교수는 패널토의에서 분만은 시간적으로 한정된 단일 사건이지만 NICU 진료는 수주에서 수개월 동안 수천 건의 처방과 판단이 이어지는 연속적인 의료행위라며 사망이나 장애가 발생했을 때 특정 의료행위를 원인으로 지목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26주, 750g으로 태어난 초미숙아가 생후 16일 만에 사망했다고 가정했을 때 심폐소생술 때문인지, 약물 투여 때문인지, 감염 때문인지 단일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다며 결국 초미숙아라는 상태 자체가 가장 중요한 원인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일 행위를 전제로 설계된 소명 체계가 NICU에서는 입원 기간 전체에 대한 무한 소명 요구로 변질될 수 있다며 신생아과 의사는 수백 번의 치료행위마다 중과실 판단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자동조정 개시 제도가 현장에 예상치 못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에는 중증 장애나 사망을 겪은 신생아 가족을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 체계가 부족하다며 국가 지원 대신 의료분쟁 절차가 사실상의 복지 통로로 기능하게 되면 거의 모든 중증 사례가 조정 신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장애사망 신생아에 대한 국가 복지 지원체계 구축 ▲실효성 있는 형사면책 ▲자동조정 개시 전 사전 스크리닝 제도 도입 등을 제안했다.
실제 환자 가족은 국가 지원의 필요성을 절실히 호소했다.
초미숙아 자녀를 둔 최한선 보호자는 임신 23주 1일, 630g으로 태어난 아이가 146일 동안 NICU 치료를 받은 경험을 소개했다.
최 보호자는 아이는 현재도 뇌출혈 후유증으로 중증 장애 진단을 받아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주중에는 치료를 위해 대전에 머물고 주말에만 가족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며 퇴원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외래 추적관찰과 재활치료, 발달관리, 보호자 지원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도 사법 리스크가 전공 기피의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서연 대한전공의협의회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대표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대상 설문조사에서 73%가 필수의료 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사법 리스크를 꼽았다며 지금도 전국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120명 수준에 불과하고, 올해 하반기에는 100명 이하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서연 전공의는 중과실 판단 기준이 수도권 대형병원 수준으로 설정된다면 지방 NICU는 버틸 수 없다며 의료사고 심의체계 역시 처벌 중심이 아니라 시스템 개선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부인과계에서는 신생아 의료계가 과거 산부인과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조언도 나왔다.
설현주 고려의대 산부인과 교수는 산부인과는 무과실 보상제도 개선과 법제도 정비에 10년 이상이 걸렸다며 신생아 분야는 그렇게 오랜 시간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시행령 단계에서 현장 의견이 최대한 반영돼야 한다며 고위험 신생아 진료체계를 지키는 것은 의료진 보호를 넘어 국가 안전망 구축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감정체계 개선 필요성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좌장을 맡은 김이경 서울의대 교수는 최근 초극소미숙아 판결 사례를 언급하며 신생아 전문가가 감정에 참여하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경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정위원은 신생아 동맥관 개존증과 같은 사례를 성인 흉부외과 전문의가 감정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관련 학회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감정인 선정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답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와 관련해 개정법에 따라 감정위원 인력을 기존 300명 수준에서 1000명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신생아 관련 사건에는 반드시 신생아중환자 진료 전문가가 참여하도록 지침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NICU 의료진 개인 배상 부담 없도록 설계전문가 감정 의무화
보건복지부도 시행령 단계에서 신생아 진료의 특수성을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동개시와 관련한 우려에 대해서도 의료진 진료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절차를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신현두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신생아 관련 사건의 감정 과정에서는 반드시 해당 분야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가 참여하도록 하겠다며 신생아중환자실(NICU) 진료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는 전문가가 감정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의 취지에 대해 그동안 의료과실 여부를 수사기관이 먼저 판단했다면 앞으로는 의료 전문가가 의료과실 여부와 중과실 여부를 우선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필수의료 분야의 형사사건이 장기화되는 것을 막고 보다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특히 NICU 의료사고와 관련해서는 형사민사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신현두 과장은 형사 영역에서는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 중대한 과실 여부를 신속하게 판단해 중과실이 없는 경우 기소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필수의료 종사자들이 수년간 수사를 받는 상황을 줄이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민사책임과 관련해서도 책임보험 의무화와 고액배상 보험료 지원 제도를 통해 의사 개인이 손해배상 부담을 지는 구조는 사실상 해소될 것이라며 책임보험 보장 한도는 1억 5000만원 수준이고, 이를 초과하는 부분은 최대 17억원까지 국가가 지원하는 고액배상 보험을 통해 보상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NICU 관련 사건 가운데 배상액이 17억원을 초과한 사례는 없었다며 설령 의료과실이 인정되더라도 민사적으로는 의료진 개인이 직접 배상해야 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과실 판단 기준에 대해서도 현장의 우려를 반영하겠다고 했다.
신 과장은 진료지침 위반 여부만으로 기계적으로 중과실을 판단하지 않을 것이라며 응급상황 여부, 병원 시스템의 지원 가능성 등 당시 진료환경과 구조적 여건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의학회와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해 중과실 판단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현장의 전문의들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자동조정 개시 제도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자동 개시가 된다고 해서 의료진에게 자료 제출이나 조사 참여가 강제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의료진 진료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절차가 진행되도록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한선 보호자가 제기한 퇴원 후 지원 문제와 관련해 필수의료 강화와 의료진 보호뿐 아니라 퇴원 후 재활까지 국가가 책임질 수 있는 방향이 필요하다며 관련 부서와 협의해 재활 지원을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의료분쟁조정법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시행령 단계에서 신생아중환자실 진료의 특수성과 국가 책임형 지원체계가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김윤 의원은 의료사고로 고통받는 의료진의 반대편에는 의료서비스로 피해를 입은 환자와 보호자가 있다며 법과 제도는 결국 그 중간 지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장윤실 대한신생아학회장은 오늘 논의의 핵심은 신생아 의료의 한계와 특수성을 인정하고 국가 보호체계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국가 보호를 받을 수 있어야 의료진도 안심하고 진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법이 시행령 단계에서 현장과 환자, 보호자가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제도로 완성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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