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대한간학회, 만성 B형간염·간경병증 진료 가이드라인 전격 개정
만성 B형간염과 간경병증 진료 가이드라인이 전격 개정됐다.
간질환 진료의 패러다임이 근거 축적 단계를 넘어 표준 치료 재정립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대한간학회한국간담췌외과학회대한간암학회대한간이식학회가 공동 개최한 The Liver Week 2026(1113콘래드서울호텔)은 이런 변화를 집약적으로 보여준 자리였다.
이번 학술대회는 Turning Evidence into New Standards in Liver Disease Care를 주제로, 29개국 15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국제학술대회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다졌다. 특히 만성 B형간염과 간경변증 가이드라인의 전면 개정은 국내 간질환 진료의 방향 전환을 예고했다.
가장 큰 변화는 만성 B형간염 진료 가이드라인이다. 이번 개정은 질환을 염증성 간질환이 아닌 바이러스 감염 질환으로 재정의하고, 치료 결정의 중심을 간염증수치(ALT)에서 HBV DNA로 이동시켰다. 바이러스 역가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기존 가이드라인은 ALT 상승 여부에 기반해 치료 대상을 제한해 왔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서 ALT가 정상이어도 상당수 환자에서 간섬유화와 간암 위험이 존재하는 게 확인되면서, 한계가 지적돼 왔다.
새 가이드라인은 이런 문제를 반영해 바이러스 역가 기반 분류 체계를 도입했다. 특히 HBV DNA 2,000 IU/mL에서 10썖 IU/mL 사이의 중등도 바이러스혈증 환자에 대해 ALT와 무관하게 즉시 항바이러스 치료를 권고했다.
이는 임상적으로 가장 간암 위험이 높은 구간을 조기에 치료 대상으로 편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 다국가 임상연구에서는 이 구간 환자에서 조기 치료 시 간암 및 사망 위험이 약 8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B형간염 환자는 약 120만명 수준으로 추산되지만 치료율은 20%대에 머물고 있다. 학회는 이번 가이드라인이 건강보험 급여 기준에 반영될 경우 향후 15년간 수만 건의 간암 발생과 사망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간경변증 분야에서도 9년 만의 전면 개정이 이뤄졌다. 복수 연관 합병증 진료 가이드라인은 진단치료예후 예측 전 영역에서 최신 근거를 반영해 임상 적용성을 크게 높였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치료 전략의 다층화다. 먼저 알부민의 역할이 기존의 단순 체액 보충 개념을 넘어 치료제로 확장됐다. 복수, 감염, 급성신손상 등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이 권고됐다.
최근 연구에서는 알부민이 항염증항산화 작용과 혈역학 안정화에 기여해 합병증 발생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저나트륨혈증 교정, 감염 예방 등으로 적응증이 확대됐다.
급성신손상 진단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기존 크레아티닌 중심 평가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소변 NGAL과 혈청 Cystatin C가 새로운 바이오마커로 도입됐다.
이들 지표는 신손상을 조기에 반영해 간신증후군과 급성 세뇨관 괴사의 감별에 도움을 주며, 치료 반응과 예후 예측에도 활용 가능하다.
감염 관리 전략 역시 대폭 강화됐다. 자발성 세균성 복막염에서 다제내성균 증가를 반영해 고위험군에서는 piperacillin/tazobactam이나 carbapenem의 초기 투여를 권고했다.
또 치료 반응 평가를 위해 4872시간 내 반복 복수천자를 권고하고, 예방 약제로 rifaximin을 새롭게 포함했다. 이는 항생제 내성 시대에 대응한 현실적 전략으로 평가된다.
영양치료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취침 전 간식과 분지쇄아미노산(BCAA) 제제가 근감소증 예방과 알부민 개선, 합병증 감소에 기여하는 근거가 반영됐다.
시술 영역에서는 초음파 유도 복수천자가 본문 권고로 새롭게 포함됐다. 출혈 위험 감소 효과가 입증되면서 안전한 시술 표준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간암 진료 분야에서도 변화가 두드러졌다. 면역관문억제제 기반 병용요법이 1차 치료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며 전신치료 전략이 전면 재편됐다.
특히 1차 치료 실패 이후의 2차 치료 전략이 처음으로 체계화되며, 환자 맞춤형 치료 경로가 구체화됐다.
국소치료에서는 TARE와 SBRT 등 방사선 치료의 역할이 확대됐고, 최소침습 간절제의 권고 강도도 상향됐다. 고령 환자나 간기능 저하 환자에서 치료 선택지를 넓힌 변화다.
외과 영역에서는 기존 BCLC 가이드라인을 넘어선 맞춤형 절제 전략이 제시됐다. 선택된 진행기 환자에서도 수술이 생존 이득을 줄 수 있다는 근거가 제시됐다.
면역항암제 이후 전환 수술 개념 역시 주목받았다. 종양 축소 후 절제가 가능해지면서 치료 목표가 생존 연장에서 완치로 확장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수술 기술도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실시간 해부학 내비게이션과 계산병리, 수술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이 임상 적용 단계에 진입했다.
간이식 분야에서는 적응증 확대와 정밀의학적 접근이 강조됐다. 문맥 침범 간암 환자에서도 선별적 이식 가능성이 논의되며 치료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또 근감소증과 체성분을 분석하는 AI 기반 평가가 도입되며 이식 예후 예측의 정확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방간 증가에 따른 공여 간 부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도 제시됐다. 공여자 관리와 지방간 활용 방안이 주요 과제로 논의됐다.
이와 함께 이식 이후 환자와 공여자의 삶의 질까지 포함하는 전 주기 관리 개념이 강조되며 환자 중심 의료의 방향성이 제시됐다.
The Liver Week 2026에서는 필수의료 인력 위기와 지역 의료 격차 문제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간담췌외과와 간이식 분야에서 인력 감소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간이식 수술의 약 70%가 수도권에 집중되며 비수도권 의료 인프라 붕괴가 현실화되고 있다. 학회는 수가 개선과 권역별 네트워크 구축 등 구조적 해법을 제안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근거를 실제 진료 표준으로 전환하는 흐름의 본격화됐음을 알렸다. 향후 가이드라인의 제도 반영 여부가 간질환 치료 성과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주목되고 있다.
임영석 대한간학회 이사장은 간암 및 간부전은 중년 남성 사망에 가장 중요한 원인이며, 그로 인해 개인적, 가정적, 사회적, 국가적 손실이 심각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한간학회는 국가 연구비를 지원받아 높은 수준의 연구를 수행했다. 그 근거에 기반해 가장 과학적이고 모범적인 B형 간염 진료 가이드라인을 개발했다라면서 이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는 한국, 일본, 대만 간학회로 구성된 동아시아간학회연합(EALA)에서도 지지를 선언했다. 이 가이드라인의 핵심 내용들을 신속하게 건강보험 급여기준에 반영해 개선함으로써, 간암 및 간부전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고, 개인과 가정의 불행을 예방하며, 사회 국가적 생산성을 향상시키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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