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논란 속 마침표 호남권 응급이송 시범사업, 평가 엇갈렸지만
호남권 응급환자 이송체계 개편 시범사업을 놓고 현장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젊은의사들이 시범사업 현장 사례 보고서를 발간하며 구조적 문제점을 짚자 대한응급의학회를 비롯해 시범사업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교수까지 공개적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
다만, 양측 모두 지역 맞춤형 응급환자 이송체계가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었으며 제도 확장을 위해서는 지역에 맞도록 제도를 다듬어야 한다는 대승적인 방향은 같았다.
보건복지부와 소방청은 3월부터 광주전북전남 지역에서 응급환자 이송체계 개편 시범사업을 실시, 5월 종료했다. 광역상황실을 중심으로 한 이송 지휘 체계 개편, pre-KTAS 기반 환자 분류, 우선 수용 병원 지정 등의 내용이 골자다. 정부는 시범사업 평가를 통해 제도 보완을 거친 후 하반기 전국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시범사업 종료 후 대한전공의협의회 산하 젊은의사정책연구원(YPPI)은 광주에 있는 지역응급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사례 두 건을 공유하며 시범사업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나는 광주의 한 지역응급의료기관이 중환자실이 없고 중증환자 치료 역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80대 심정지 환자 수용이 어렵다고 했음에도 광역상황실에서 환자를 강제 배정했다며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른 하나는 119 구급대의 환자 평가와 실제 병원 도착 후 환자 상태가 달라 환자가 자칫 위험에 빠질 수 있었다는 사례로 병원 도착 전 환자 중증도 평가의 한계를 짚었다.
YPPI에서 공개한 두 가지 사례에 대해 대한응급의학회는 두 사례 모두 현장 중증도 분류도 적절했고 이송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며 강제배정, 강제수용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젊은의사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의견은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광주시응급의료지원단장을 맡아 시범사업에 직접 참여한 조용수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도 개인 SNS를 통해 사실 관계를 바로잡고 나섰다. 조 교수는 시범사업을 하는 3개월 동안 광역상황실이 응급실에 환자 강제 수용을 지시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라며 YIPP가 지적한 80대 환자 심정지 사례도 강제 배정이 전혀 아니고 119와 응급실 사이의 협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강요가 아닌 합의였고 이 과정에서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은 한순간도 개입한 적이 없다라며 이송이 끝난 후 구급대가 응급실에 환자를 두고 즉시 떠난 것도 아니었고 재이송에 대비해 응급실에서 20분 동안 대기하다가 소생 가능성 없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철수했다고 설명했다.
광주의 응급환자 이송지침에 따르면 심정지 환자는 병원 규모를 가리지 않고 가장 가까운 응급실로 이송토록 하고 있다.
조 교수는 하나의 원칙을 모든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들이밀어서는 안된다. 최종 치료로 직행할 환자가 있고 응급처치를 우선해야 하는 환자가 있다. 이 둘을 세밀하게 가려 적용하는 것은 응급의학과 의사의 직업 전문성이라며 심폐소생술이 진행 중인 환자에게까지 최종 병원 직행을 주장해서는 안 된다라고 잘라 말했다.
pre-KTAS 평가가 부실했다는 두 번째 사례에서도 pre-KTAS 2등급 환자를 작은 응급실로 이송해 위험했다고 하지만 실제로 해당 환자는 적절한 처치를 받고 두 시간 만에 퇴원했다라며 현장 중증도 평가와 병원 평가가 달랐다고 해서 오류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구급차에서 의식이 또렷했던 환자가 이송 도중 혈당이 떨어져 의식이 흐려지는 건 응급 현장에서 너무도 흔한 일이라고 밝혔다.
제도의 문제점을 짚는 과정에서 사실 관계를 놓고 혼선을 빚었지만 응급실 미수용 상황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방향성은 같았다.
YPPI는 시범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하려면 ▲의료사고 법적 안전망 강화 ▲배후 진료과 연계 체계 구축 ▲현장 중심 거버넌스 확립을 선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현행 이송체계 설계가 그대로 확대된다면 보고서의 사례와 비슷한 상황이 전국 어디서든 반복될 수 있다라며 시범사업 평가와 제도 재정비, 응급의료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현장 경험과 문제점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용수 교수는 응급실 미수용원인을 구조 탓으로만 돌릴 게 아니라 의료 현장의 관행도 개선해야 한다고 작심 발언했다.
그는 응급실 미수용 현상의가장 큰 원인이배후 진료 부족과 사법 리스크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면서도 그 사이에 숨겨진 의료진 문제도 직시해야 한다. 업무 부담을 이유로 환자 받기를 주저하는 현장의 관행도 한몫하고 있다고 짚었다.
또 전문심장소생술과 단순 저혈당 처치는 응급실 간판을 걸었다면 어떤 핑계도 없이 맡아야 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정부가 하는 모든 의료정책에 불신을 가지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답답한 것도 사실이다. 광주는 유기적인 합의와 연대로 의사들의 개별 판단을 시스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자평했다.
이어 광주 지침은 강제 배정을 최후의 보루로 뒀고 자발적인 수용을 강제 선정보다 무조건 앞세우도록 했다라며 119가 의료진과 직접 소통해 합의를 끌어내고 1차 소생 뒤 전원까지 책임지게 했다. 이 과정에서 광역응급의료상황실과 구급상황관리센터가 유기적으로 협조하는 체계를 완성했다고 강조했다.
시범사업을 통해 소통과 합의로 응급실 미수용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중증 응급 진료 중 벌어진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 면책, 전원 책임의 명확화, 배후진료의 강화 등은 응급의학계가 오래 요구하고 있는 실재하는 과제로서 젊은의사들의 요구 자체는 정당하다라며 응급환자 이송에 정답은 없다. 자기 지역에서 치열하게 논의해서 합의를 찾고, 이를 정부가 최대한 존중해 준다면 응급실 미수요용 문제는이전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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