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미국식 HCC 지불모형, 한국 의료에 맞나? 의정연 "신중 검토 필요"
보건복지부가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을 통해 계층적 질환군(HCCHierarchical Condition Categories) 기반 위험조정 지불모형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미국 CMS-HCC 모델의 국내 도입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의료정책연구원은 최근 미국의 계층적 질환군(CMS-HCC) 위험조정 모델 도입의 문제점 분석 이슈브리핑을 발간하고, 미국 메디케어 어드밴티지(Medicare Advantage) 제도에서 활용되는 CMS-HCC 모델의 구조와 한계를 분석했다고 11일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을 통해 HCC 위험조정 기반 환자군 지불모형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역시 NHIS-HCC 개발과 환자등록제(주치의제) 도입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CMS-HCC는 미국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제도에서 민간보험사가 건강한 가입자를 선호하고 의료비 부담이 큰 가입자를 기피하는 역선택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개발된 위험조정 모형이다. 환자의 ICD 진단코드를 계층적 질환군(HCC)으로 분류한 뒤 연령, 성별, 진단 이력 등을 반영해 개인별 위험조정계수(RAF)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동일 질환군 내에서는 가장 중증도가 높은 질환만 반영하고, 서로 다른 질환군은 누적 합산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만성합병증을 동반한 당뇨병과 만성심부전을 동시에 가진 환자의 경우 각각의 위험점수와 질환 간 상호작용 점수가 더해져 최종 RAF가 산출된다.
의료정책연구원은 미국과 우리나라의 의료제도 및 의료이용 환경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 CMS-HCC가 민간보험 중심 구조에서 발생하는 역선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된 제도인 만큼, 단일 공보험 체계를 운영하는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연구원은 국내 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으로 ▲업코딩(upcoding) 유인 확대 ▲과소진료 가능성 ▲중증환자 회피 현상 ▲행정부담 증가 등을 꼽았다.
우선 HCC 모델은 진단코드와 위험조정계수가 직접 연계돼 있어 의료기관이 더 높은 보상을 받기 위해 경계성 질환을 확정 진단하거나 안정된 만성질환을 반복적으로 기재하는 등 업코딩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국에서도 업코딩에 따른 과다지급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고 설명했다.
과소진료 우려도 제기됐다. 정액형 또는 환자군 기반 지불제도 특성상 비용 절감 압박이 검사, 입원, 전문진료 의뢰 축소로 이어질 경우 환자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환자의 실제 건강상태를 적시에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지목됐다. HCC 모델은 주로 전년도 진단정보를 기반으로 위험도를 산정하기 때문에 급성 질환 발생이나 기능 상태 변화 등 현재의 의료 필요를 즉각 반영하는 데 제약이 있다는 설명이다.
고위험 환자 회피 현상 역시 우려 요인으로 제시됐다. 중증복합질환 환자의 경우 의료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만큼 의료기관이 환자 등록을 기피하거나 진료를 회피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의료기관이 진단코드 관리, 위험점수 산출 검증, 오류 수정 등에 상당한 행정력을 투입해야 하는 만큼 행정부담 증가도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연구원은 자유로운 의료기관 선택과 다기관 이용이 일반적인 국내 의료이용 문화가 등록 환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HCC 체계와 구조적으로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능 상태나 사회경제적 취약성 등 비의학적 요인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경우 실제 의료 필요도와 예측 결과 간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료정책연구원은 CMS-HCC는 업코딩, 위험점수와 실제 환자 상태 간 시차, 고위험 환자 회피 등 구조적 한계를 여전히 안고 있다며 충분한 제도적인프라적 기반 없이 성급하게 도입할 경우 일차의료의 가치에 대한 적정 보상이라는 본래 목적보다 재정 부담 증가와 의료접근성 저하 등의 부작용이 먼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HCC 기반 위험조정은 단순한 지불제도 개편이 아니라 의료전달체계, 환자 관리체계, 정보 인프라, 재정 구조 전반과 연계된 정책이라며 국내 의료환경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토대로 신중하게 도입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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