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슈퍼박테리아 '녹농균' 항생제 방어막 비밀 풀었다
국내외 공동 연구진이 슈퍼박테리아로 불리는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이 외부 항생제 유입을 스스로 차단하는 새로운 분자 기전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를 계기로 난치성 감염병 치료의 고질적 난제였던 항생제 내성을 극복할 새로운 돌파구를 열 전망이다.
정정민 가톨릭대학교 생명공학과 교수팀과 조홍복 성균관대 생명과학과 교수팀은 녹농균이 외부 항생제 유입을 스스로 차단하는 새로운 분자 기전을 규명한 연구 결과(Secretin-interacting plug proteins prevent antibiotic influx during type IV pilus assembly in Pseudomonas aeruginosa)를 생명과학 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Nature Communications(IF 15.7)]에 발표했다
병원 내 감염과 폐렴패혈증 등을 일으키는 녹농균은 단단한 외막 방어벽이 있어 항생제에 잘 반응하지 않는 대표적인 그람음성 병원성 세균이다. 녹농균은 감염 과정에서 표면 부착과 운동성을 발휘하기 위해 선모 구조물인 Type IV pili(T4P)를 조립하는 과정에서 외막에 PilQ secretin이라는 대형 단백질 통로를 형성한다. 이 통로는 조립이 불완전하거나 내막 복합체와 제대로 연결되지 않으면 항생제 등 외부 유해 물질이 유입될 수 있는 치명적인 취약점이 된다. 그동안 녹농균이 이 외막 통로를 유지하면서 어떻게 장벽 손상을 방지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공동 연구팀은 이 모순을 해결할 핵심 열쇠로 통로를 밀봉하는 단백질성 마개를 찾아냈다. 연구 결과, SlkA와 SlkB라는 두 단백질이 PilQ 채널 내부에 결합해 마치 마개처럼 통로를 물리적으로 차단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규명했다. 실험 결과, SlkASlkB가 없으면 선모 조립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PilQ 통로를 통한 항생제 유입이 증가, 녹농균이 항생제 공격에 매우 취약해지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정정민 교수 연구팀은 첨단 바이오 장비인 초저온 전자현미경(Cryo-EM)을 활용해 SlkASlkB 단백질이 PilQ 채널 내부에 결합한 3차원 복합체 구조를 고분해능으로 시각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PilQ 채널 자체의 구조적 게이트가 유입을 막을 것이라 추정했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별도의 단백질성 마개가 PilQ 채널 내부를 점유해 외막 방어 기능을 보완한다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항생제 내성 세균의 방어 기전을 유전자 수준의 현상을 넘어 단백질 복합체의 3차원 구조와 세포 내 기능을 연결해 다층적으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연구팀이 찾아낸 단백질성 마개와 PilQ 채널의 결합 부위는 향후 기존 항생제의 침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치료 보조제 개발의 새로운 표적이 될 전망이다.
정정민 교수는 전 세계적인 보건 과제인 슈퍼박테리아 감염을 제어할 수 있는 치료 전략의 기초 지식을 구조생물학 수준에서 명확히 증명하게 되어 기쁘다며 앞으로도 세포 환경 내에서 세균 외막 통로의 개폐 기전을 추가로 규명하고, 항생제 내성 극복을 위한 후보 물질 탐색 등 후속 연구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가톨릭대와 성균관대 공동 연구팀을 비롯해 대전 기초과학연구소CHA대학교 약학대학하버드의대미시간대벨기에 루뱅가톨릭대(UCLouvain)벨기에 와브르 WEL 연구소 연구팀이 참여했다. 가톨릭대 권오현 박사이예슬 석박사통합과정생, 류범한 기초과학연구원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한국연구재단(NRF) 우수신진연구교육부 국가 연구시설 및 장비센터 보조금가톨릭대 연구기금기초과학연구원 극저온 전자현미경 시설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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