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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그때는 알 수 없었다

한동석 대한신경외과의사회 상임고문2026.06.09 10:18
한동석 대한신경외과의사회 상임고문
한동석 대한신경외과의사회 상임고문

최근 헨리 마시의 참 괜찮은 죽음을 읽어 보았다.

책에서 마시는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을 언급한다. 처음에는 조금 의외였다. 평생 신경외과 수술을 해 온 사람이 왜 행동경제학자의 책에 손을 댔을까.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마시는 잘 마무리되지 못한 수술들을 오래 기억한다. 어떤 환자는 장애를 얻었고, 어떤 환자는 죽었다. 그는 그런 환자들을 떠올리며 자신이 다른 선택을 했어야 했던 것은 아닌지 반복해서 생각했다고 쓴다.

그러다 그는 카너먼의 책을 만나게 된다. 나도 그 대목을 읽고 카너먼의 책을 구해서 읽었다.

카너먼의 논리는 단순했다. 결과가 나빴다는 사실만으로 당시의 판단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좋은 결과가 항상 좋은 판단의 결과는 아니다. 반대로 나쁜 결과가 항상 나쁜 판단 때문인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때 무엇을 알고 있었고, 그 정보 안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가이다. 이 대목에서 오래 멈췄다.

의료사고에 대한 논의는 대부분 결과가 나온 뒤에 시작된다. 환자는 이미 사망했거나 장애가 남아 있다. 병리 결과도 나와 있고, 경과도 모두 정리되어 있다.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이미 결말을 알고 있다.

그 상태에서 과거를 돌아본다. 왜 검사를 하지 않았는가. 왜 전원하지 않았는가. 왜 수술을 결정했는가. 왜 조금 더 기다리지 않았는가.

하지만 당시의 의사는 그 결과를 알지 못했다. 그가 가진 것은 그 시점까지의 증상과 검사 결과뿐이었다.

카너먼은 인간이 결과를 알고 나면 그전의 불확실했던 상황을 쉽게 잊는다고 말한다.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될 것을 예상할 수 있었던 것처럼 착각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사후과잉확신 편향(Hindsight Bias)이라고 불렀다.

또한, 판단의 옳고 그름을 평가할 때도 사람들은 과정보다 결과에 끌리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결과 편향(Outcome Bias)이다.

의료는 이 두 편향이 가장 깊이 파고드는 영역이다. 의료는 선택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순간부터 그렇다. 어떤 치료를 할지, 얼마나 기다릴지, 어디까지 절제할지, 언제 중단할지. 그 판단은 모두 미래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다.

결과가 나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결말을 이미 아는 사람들의 눈에는 당시 의사가 처했던 불확실성이 보이지 않는다. 그때부터는 당시의 선택이 도마 위에 오른다. 왜 그렇게 했는가. 왜 다르게 하지 않았는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이런 결과는 없지 않겠느냐.

이 질문들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동시에 조심해야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결과를 알고 난 뒤의 평가는 결과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은 원래 결과 자체만으로 책임을 묻지 않는다.

물건을 납품하는 사람은 약속한 물건을 내놓아야 책임을 다한 것이다. 결과를 보장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의료는 다르다. 의사에게 요구되는 것은 환자의 완치를 보장하는 일이 아니다. 당시의 의료수준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법에서 말하는 수단채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법리는 수단채무를 말하지만, 실제 재판과 감정 과정에서는 결과 편향이 먼저 작동한다. 결과가 나쁘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법리보다 앞서 나가곤 한다.

그렇기에 의료를 평가할 때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환자가 살아났는가보다 그때 무엇을 알고 있었는가. 어떤 정보를 가지고 판단했는가. 주의의무를 다했는가. 그 질문들이 먼저 와야 한다.

헨리 마시도, 카너먼도 결국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의사는 미래를 알고 판단하는 사람이 아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 채 선택한다. 그 선택이 언제나 옳을 수는 없다. 하지만 결과가 나빴다는 이유만으로 그 선택까지 잘못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의료는 원래 그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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