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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의뢰 논란' 의료기사법 변천사…남은 쟁점은?

홍완기 기자2026.06.02 14:38
대한의사협회는 5월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재활의학회,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 대한정형외과의사회와 함께 '돌봄통합지원법에 역행하는 의료기사법 개정 결사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는 5월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재활의학회,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 대한정형외과의사회와 함께 돌봄통합지원법에 역행하는 의료기사법 개정 결사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의협신문

의료기사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 과정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당초 의료기사 업무 수행 근거를 의사의 지도에서 처방의뢰까지 확대하는 내용으로 발의됐던 법안이 의료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자 정부가 수정안을 마련하면서다.

현재 계류 중인 의료기사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국민의힘 최보윤 의원안과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안 등 2건이다.

쟁점은 의료기관 밖에서 이뤄지는 방문재활, 통합돌봄 서비스 등에 의료기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할 것인지, 또 그 과정에서 의사의 지도감독 체계를 어디까지 유지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 초안 핵심은 지도에서 처방의뢰로

논란은 남인순최보윤 의원안 발의에서 시작됐다.

현행 의료기사법은 의료기사를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아래 진료나 의화학적 검사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반면 개정안은 이를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의뢰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으로 변경했다.

또 의료기사가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처방의뢰에 따라 업무를 수행할 경우 업무 내용을 기록보존하도록 하는 규정도 신설했다.

법안을 발의한 측은 초고령사회 진입과 통합돌봄 확대에 따라 의료기관 외부에서도 물리치료사작업치료사 등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야 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특히 올해 3월 시행된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재활서비스 확대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로 규정하면서 관련 제도 정비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대한물리치료사협회, 대한작업치료사협회 등 의료기사 단체들은 의료기사 업무는 국가면허와 교육체계를 통해 이미 전문성이 확보돼 있다며 처방의뢰를 통한 업무 수행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의료계 사실상 독자적 의료행위 허용

의료계는 해당 법안이 의료기사의 독자적 업무 수행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도 외에 처방의뢰만으로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경우 의사의 감독책임 체계가 약화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대한치과의사협회 역시 지도는 의료인의 직접적 판단과 감독을 전제로 하는 개념이지만 처방의뢰는 행정적 전달에 가까운 개념이라며 양자를 동일하게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수석전문위원 검토보고서도 지도는 일정 범위의 지휘감독 관계를 전제로 하는 반면, 처방과 의뢰는 직접적인 지도감독 없이 독자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개념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법원 역시 의료기사 업무에 대해 엄격한 해석을 유지해 왔다.

대법원은 의료기사 제도가 특정 분야의 의료행위를 의사의 지도 아래 제한적으로 허용한 제도라고 판시했으며, 2020년에는 의사의 구체적 지휘감독 없이 방사선사가 초음파검사를 수행한 사례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단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 또한 의료기사가 독자적으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고 반드시 의사의 지도 아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 것은 국민 건강 보호라는 입법 목적에 부합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 국민의힘 한지아안 원격지도 카드 제시

의료계 우려를 반영해 등장한 것이 바로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안이다.

실제 한지아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ICT 기반 원격지도를 통해 의사의 책임 있는 관리 아래 의료기관 밖에서도 안전하게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하면서 대한의사협회와의 협의를 통해 현장의 우려는 줄이고 환자 안전은 더욱 강화하는 현실적인 개선 방안을 담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법안은 처방의뢰 개념을 도입하는 대신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원격지도 제도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사 또는 치과의사가 유무선 통신, 화상통신 등을 활용해 의료기사를 지도할 수 있도록 하고, 의료기사는 의료기관 외 장소에서도 원격지도를 받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기사의 의료기관 외 활동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의사의 지도 원칙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에서 한지아 의원안에 찬성 의견을 제출했다.

다만 의료기사 단체들은 원격지도를 기다려야 하는 구조는 방문의료 현장에서 즉각적인 서비스 제공을 어렵게 하고 의료기사 전문성을 훼손한다며 반발했다.

■ 정부 수정안, 무엇이 달라졌나?

논란이 이어지자 보건복지부는 양측 의견을 절충한 정부 수정안을 마련했다. 최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심사된안이 바로 이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정의 규정이다.

남인순최보윤 의원안이 도입하려 했던 처방의뢰 문구를 삭제하고 현행과 같이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에 따라라는 표현만 유지했다.

이는 의료계가 가장 우려했던 지도 개념 훼손 논란을 일부 수용한 조치로 평가된다.

그러나 실제 업무 수행 규정에는 처방 개념이 남았다.

정부안은 의료기사가 소속 의료기관 내에서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처방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도록 규정했다.

또 다른 법령이 허용하는 경우에 한해 의료기관 외에서도 업무 수행을 가능하도록 하되, 이 경우에도 소속 의료기관 의사의 처방을 받도록 했다.

다만 의사는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업무가 적절히 수행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원격지도라는 표현은 삭제됐지만 사실상 원격 확인 체계를 일부 도입한 셈이다.

아울러 의료기관 외 업무 수행 시에는 의사의 대면진찰을 의무화하고, 의료기사의 기록보존 의무와 응급상황 발생 시 조치 의무를 신설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5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 쟁점은 여전히 지도와 처방의 경계

수석전문위원은 정부안에 대해서도 해석상 혼란 가능성을 제기했다.

정의 규정에서는 지도를 유지하면서 실제 업무 규정에서는 처방을 사용하는 방식이어서 두 개념의 법적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의료인과 의료기사 간 업무관계에 변화를 가져오는 사안인 만큼 직역 갈등과 국민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 역시 정부안이 초안보다 진전된 측면은 있지만 근본적 우려가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의협은 통합돌봄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의사의 지도감독 없이 단순 처방만으로 의료기사 업무가 수행되는 구조는 환자 상태 변화 판단과 위험상황 대응, 책임소재 측면에서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며 환자 안전과 의료체계의 기본 원칙이 훼손되지 않는 방향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결국 의료기사법 개정 논의는 통합돌봄 시대의 의료접근성 확대와 환자 안전을 위한 지도감독 체계 유지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입법적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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