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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속 지방산이 암세포 성장 억제 '천연 브레이크'

이영재 기자2026.06.02 08:59
이번 연구 결과는 화학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셀 케미컬 바이올로지'(Cell Chemical Biology) 5월 21일자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화학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셀 케미컬 바이올로지(Cell Chemical Biology) 5월 21일자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몸 속 지방산이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천연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우리 몸속 단백질인 엠토르(mTOR)는 암세포에서 과도하게 활성화돼 세포 성장과 전이를 촉진한다. 그런데 식물성 기름 등에 풍부한 지방산이 체내에서 대사되며 생성되는 물질인 13-HODE가 엠토르에 직접 결합해 암세포 성장을 억제한다는 사실이 규명됐다. 차세대 항암 치료 전략 개발 가능성을 제시한 성과라는 평가다.

김세윤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변영주 고려약대 교수 공동연구팀은 체내 지질 대사물질인 13-HODE(지방산이 대사되며 생성되는 지질 대사물질)가 암세포 성장의 핵심 조절 인자인 엠토르의 활성을 억제한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김미영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오병철 가천의대 교수, 미국 메릴랜드약대 패트릭 윈트로드 교수, 다니엘 데레지 교수 등이 참여했다.

엠토르는 세포 성장과 에너지 사용을 조절하는 효소(생체 반응을 돕는 단백질)다. 하지만 암세포에서는 엠토르 활성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해 세포 증식과 전이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엠토르를 제어하기 위한 항암 치료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연구팀은 엠토르 단백질과 결합할 수 있는 물질들, 특히 우리 몸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천연 대사물질에 주목했다. 방대한 대사체 스크리닝(생체 내 대사물질을 대량 분석하는 기술)을 통해 발굴한 13-HODE가 엠토르 단백질의 활성 부위에 직접 달라붙어 암세포에서의 작동을 멈추게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13-HODE(13-Hydroxyoctadecadienoic acid) 분자는 우리 몸에서 식물성 기름 등에 풍부한 리놀레산(필수 불포화지방산)이 체내에서 대사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ALOX15(지방산 산화 반응을 유도하는 효소)가 리놀레산을 산화시키며 13-HODE를 만든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13-HODE가 암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다는 단순한 수준을 넘어서, 엠토르 단백질과 물리적으로 직접 결합해 그 기능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분자 기전(생체 내 작동 원리)을 규명한 데 있다.

■ 식품으로 섭취한 리놀레산은 ALOX15 효소에 의해 지질 대사물질인 13-HODE로 전환되며, 이렇게 생성된 13-HODE는 세포 성장 조절 단백질인 mTOR의 활성 부위에 직접 결합해 그 기능을 차단하는 천연 저해제 역할을 수행한다. 결과적으로 13-HODE의 농도 상승은 암세포에서 과활성화된 mTOR 신호 전달 체계를 억제함으로써 암세포의 성장과 증식을 근본적으로 저지하는 항암 효능을 나타낸다.
■ 식품으로 섭취한 리놀레산은 ALOX15 효소에 의해 지질 대사물질인 13-HODE로 전환되며, 이렇게 생성된 13-HODE는 세포 성장 조절 단백질인 mTOR의 활성 부위에 직접 결합해 그 기능을 차단하는 천연 저해제 역할을 수행한다. 결과적으로 13-HODE의 농도 상승은 암세포에서 과활성화된 mTOR 신호 전달 체계를 억제함으로써 암세포의 성장과 증식을 근본적으로 저지하는 항암 효능을 나타낸다.

연구팀은 이를 분자 결합 시뮬레이션(컴퓨터 기반 분자 상호작용 분석)과 질량분석(분자의 질량과 구조를 분석하는 기술) 등을 통해 검증했다.

연구팀은 유방암과 대장암 세포에서 13-HODE 농도가 매우 낮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는 13-HODE 생성에 필요한 ALOX15 효소의 발현(유전정보가 실제 단백질로 만들어지는 과정)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ALOX15와 13-HODE의 생성을 증가시키면 엠토르 활성이 감소하고 암세포 성장도 억제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김세윤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체 내에서 생성되는 지방 대사물질이 암 성장 핵심 단백질인 엠토르를 직접 억제할 수 있다는 점을 밝혀낸 데 의미가 있다라며 향후 지방 대사를 활용한 새로운 항암 치료 전략뿐 아니라 염증과 노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엠토르 과활성을 조절하는 치료제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영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생명과학과 약학의 융합을 통해 단백질과 지방산 대사체의 상호작용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한 연구라며 향후 혁신 신약 개발의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엠토르 연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지에 첸(Jie Chen)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는 저널 프리뷰를 통해 암세포 제어의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한 탁월한 발견이라고 평가했다.

이 연구에는 박승주 KAIST 생명과학과 박사, 김세라 박사과정 학생이 공동 제1저자, 변영주 교수, 김세윤 교수 등이 공동교신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화학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셀 케미컬 바이올로지(Cell Chemical Biology) 5월 21일자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논문 제목은 Mechanism by which a linoleic acid metabolite suppresses cancer cell growth by inhibiting m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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