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치매 치료 대전환…"질병 진행 조절 시대 진입"
치매 분야는 지금, 변혁의 시대입니다.
지난해 말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치매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미 치매 환자는 100만명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구 구조도 달라지고, 새로운 치료제도 나오고, 연구 환경 역시 변혁의 흐름에 맞닥뜨리면서 규제 개선 목소리도 높다.
박기형 대한치매학회 이사장(가천의대 교수길병원 신경과)은 5월 29일 가진 간담회에서 치매의 조기진단과 적절한 관리를 위한 정책, 연구, 치료 혁신을 통한 새로운 지향을 제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최호진 기획이사(한양의대 교수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 오성일 정책이사(경희의대 교수경희대병원 신경과) 등이 함께 했다.
치매 환자 100만명 시대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
치매는 환자 개인과 가족의 삶을 변화시킬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부담이 매우 큰 노인성 질환이다. 특히 중증 치매로 진행할수록 의료비와 돌봄 부담이 급증하기 때문에 치래를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한 시기에 치료와 관리를 시작하는 체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치매학회는 진료 현장에 부합하는 정책 제안, 연구 기반 구축, 대국민 인식 개선, 정부국회 소통 확대 등을 위해 적극 나서겠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패러다임도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새로운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증상 완화에서 질병 진행 조절과 조기 개입 중심으로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벌써 국내 레카네맙 처방 환자는 5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 도입을 계기로 질병 진행을 늦추고, 환자의 기능 유지기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진료 체계가 바뀌고 있다.
그러나 그만큼 의료진의 부담도 커졌다. 환자들에게 설명할 내용은 많아졌지만 진료시간은 부족하다.
항아밀로이드 치료제는 고비용고위험 치료의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치료 적응증 확인, 기대효과와 한계 설명, 정맥주사 과정, 뇌부종뇌출혈 관련 이상반응, 장기 치료 계획과 비용, 보호자의 의사결정 지원이 필수적이다.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제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려면 30분 내지 1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연말에는 도나네맙에 대한 승인도 예정돼 있다. 새로운 약제가 나오면 이같은 과정을 되풀이해야 한다. 진료현장에서는 지속적으로 교육-상담료 신설을 요구하지만 전문적 상담에 대한 보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내 치매 치료제 개발에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 개발된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이 3상, 2상 임상시험에 진입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 국내 기업 아델은 사노피에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 ADEL-Y01을 1조 5000억원에 기술수출했다. 항암 분야와 마찬가지로 알츠하이머병에도 표적치료제 개념이 도입되고 있다.
치료제 개발을 위해서는 관련 데이터의 확보가 중요하다. 대한치매학회가 주관하는 JOY-ALZ registry는 실제 임상 현장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근거를 축적하는 핵심 연구 자산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이미 1000여명이 등록돼 있다. 게다가 국내에는 치매 인자 바이오마커 확보 등을 위한 인프라도 워낙 잘 갖춰져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 최적화돼 있다.
문제는 규제다. 연구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대학이나 기관 소속 연구자에게만 한정돼 있고, 학회 등 단체는 지원받을 수 없다. 투명성이 보장된 공익적 목적의 연구에는 학회도 연구비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금이 중요하다. 이런 변혁기에는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정부와 학회, 과학계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치매 연구환경을 제대로 갖추게 되면 10년, 20년 후에는 치매 분야에서 K-바이오의 성과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다.
고비용고위험 치료제인 만큼 환자 안전성 확보를 MRI 급여화도 미룰 수 없다.
항아밀로이드 항체 치료 과정에서 MRI검사는 단순한 진단 목적 검사가 아니라, 치료 중 발생할 수 있는 이상반응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 지속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필수 안전관리 수단이다. 치료 전은 물론 치료 초기와 유지 단계에서 반복적인 MRI 모니터링이 요구되지만, 현 급여체계는 이런 치료 과정의 필수검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치료 접근성뿐 아니라 환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MRI 급여화는 시급하다.
치매학회가 주도하는 리얼월드데이터 연구 플랫폼인 JOY-ALZ registry는 알츠하이머병 진단, 바이오마커 검사, 항아밀로이드 치료, 이상반응 관리, 장기 예후 등을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하는 기반이 된다.
새로운 치료제가 도입되는 시기일수록 실제 환자 자료에 기반한 근거 창출이 중요하다. JOY-ALZ는 단순한 연구 registry를 넘어, 한국형 알츠하이머병 치료 체계를 정립하고 국제 연구 네트워크와 협력할 수 있는 중요한 근간이다. 국내 환자 특성에 맞는 치료전략을 마련하고, 새로운 치료제 도입 이후의 효과와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며, 향후 급여 정책과 진료지침 수립에도 밑거름이 된다.
다학제 연구 확대를 통한 연구 역량 강화에도 힘을 모아야 한다.
대한치매학회는 치매 조기 진단, 바이오마커, 디지털 헬스, 비약물 중재, 항아밀로이드 치료, 지역사회 관리, 돌봄체계, 보건의료 정책 연구 등 다양한 영역에서 다학제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다. 치매는 의학적 치료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복합 질환이다.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재활의학과는 물론 간호심리사회복지보건정책 등 여러 분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정책 소통 기능도 확대한다. 치매 정책은 의료, 돌봄, 복지, 장기요양, 건강보험, 연구개발, 산업, 지역사회 인프라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 국회 등과의 협력 채널을 강화하고, 현장 전문가의 의견이 제도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관련 정책을 제안하겠다. 실제 진료와 지역사회 관리 체계에서 구현할 수 있는 구체적 실행방안도 내놓겠다. 또 항아밀로이드 치료제 시대에 적합한 건강보험 보상 체계와 의료전달체계 개선에도 우리의 목소리를 전하겠다.
과학적 근거와 공공성을 모두 갖춘 치매 정책으로 환자와 가족의 삶을 바꾸겠다는 의지다.
치매환자 100만 시대에는 학회가 단순히 학술활동에만 머무를 수 없다. 대한치매학회는 학술연구, 진료 지침 개발, 정책 제언, 대국민 교육, 국제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환자와 가족, 의료진, 연구자, 정부가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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