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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한의사 리도카인 사용 '면허 외 의료행위'"

송성철 기자2026.06.01 10:51
한의사가 전문의약품인 국소마취제 '리도카인'을 사용해 환자를 진료한 행위는 면허 범위를 벗어난 무면허 의료행위라는 판결이 나왔다. 환자의 생명과 신체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위법 행위에 보건당국이 자격정지 처분을 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의협신문
한의사가 전문의약품인 국소마취제 리도카인을 사용해 환자를 진료한 행위는 면허 범위를 벗어난 무면허 의료행위라는 판결이 나왔다. 환자의 생명과 신체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위법 행위에 보건당국이 자격정지 처분을 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의협신문

한의사가 전문의약품인 국소마취제리도카인을 사용해 환자를 진료한 행위는 면허 범위를 벗어난 무면허 의료행위라는 판결이 나왔다. 환자의 생명과 신체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위법 행위에 보건당국이자격정지 처분을 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은 A한의사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한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5월 29일 밝혔다. 소송비용 일체도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20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한의사는 4월 21일 영등포구보건소가 실시한 현지조사에서 의사 면허가 있어야 처방투약할 수 있는 국소마취제 리도카인 주사액에 해열진통소염제인 전문의약품 하이코민 주사액을 혼합한 뒤, 내원한 환자들의 요통 및 관절통 통증 부위에 약침 시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또 다른 전문의약품인 뉴트리헥스주와 대한포도당주사액 20% 등을 약침액으로 시술해 온 사실도 드러났다. 특히 현장에서 적발된 리도카인 주사액 3개 중 2개는 유효기간이 이미 수개월 지난 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영등포구보건소장은 A한의사를 의료법 위반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보건복지부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A한의사는 2022년 5월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면허 범위 외의 의료행위를 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벌금 300만원의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고, 항소하지 않아 해당 형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보건복지부는 형사 확정 판결을 바탕으로 2025년 2월, 구 의료법 규정에 따라 A한의사에게 면허된 것 외의 의료행위(자격정지 3개월) 및 사용기한이 지난 의약품을 사용한 비도덕적 진료행위(자격정지 3개월)를 사유로 합산 처분 기준에 따라 총 4개월 15일의 한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A한의사는 보건복지부의 처분에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A한의사는 침술에 기반한 한의학적 치료인 약침요법에 부수된 행위로 리도카인을 사용했다면서 한의사가 리도카인을 사용하는 것이 법령상 금지됐다고 볼 수 없고,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의학적 필요에 따라 사용했으므로 면허 범위 내의 행위로 보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의료법에서 의사와 한의사가 동등한 수준의 자격을 갖추고 면허를 받아 각자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이원적 의료체계를 규정한 것은 한의학이 서양의학과 나란히 독자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으로 하여금 서양의학뿐만 아니라 한의학으로부터도 그 발전에 따른 의료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의사와 한의사가 각자의 영역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국가로부터 관련 의료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검증받은 범위를 벗어난 의료행위를 할 경우 사람의 생명, 신체나 일반 공중위생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위와 같은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한의사인 원고가 국가로부터 위 의약품 사용에 필요한 서양의학적 전문지식과 기술을 검증받았는지 여부는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하는데, 원고가 그러한 검증을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리도카인의 효능은 국소마취 및 부정맥치료이고, 부작용으로 고열, 떨림, 경련, 졸음, 불안, 흥분, 구역, 구토, 어지러움, 두드러기, 부종이 있으며, 위 주사제 사용 후 혈압저하, 안면창백, 맥박이상, 호흡억제, 경련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의사에게 즉시 알려야 하는 등의 주의사항이 있는 의약품으로, 이러한 의약품의 효능, 부작용, 주의사항 등을 고려하면 위 의약품 사용 시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의료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고, 위 의약품은 서양의학적 입장에서의 안정성유효성 심사기준에 따라 품목허가를 받았으므로 한의사는 이를 처방조제할 수 없을뿐만 아니라 투약사용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한의학적 원리에 따른 약침술을 사용하여 환자를 치료하였다고 하더라도 서양의학적 입장에서의 안정성유효성 심사기준에 따라 품목허가 되고, 그 사용 시 서양의학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이 요구되는 의약품을 환자에게 주입하는 방법으로 사용한 이상, 원고가 이 사건 시술행위를 한 것을 약침요법에 부수된 행위라고 볼 수 없다면서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는 이 사건 시술행위가 한의사의 면허 범위를 넘는 것에 해당한다는 점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법률에서 한의사의 리도카인 사용금지와 의료인의 품위 손상 행위의 범위를 직접 정하지 않고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은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는 A한의사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기본권 제한의 형식이 반드시 법률의 형식일 필요는 없고, 법률에 근거를 두면서 헌법 제75조가 요구하는 위임의 구체성과 명확성을 구비하기만 하면 위임입법에 의하여도 기본권 제한을 할 수 있다면서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이미 리도카인 등 전문의약품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과 시정명령을 받았으므로, 동일한 사건에 중복 처분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시정명령은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처분이고, 행정처벌은 의료인인 개인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처분으로 그 요건과 근거, 처분대상을 달리하는 별개의 처분에 해당한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행정적 제재를 본질로 하는 제재처분과 국가형벌권의 행사로서의 형사처벌은 그 성격이 전혀 다르고, 병과될 수 있다면서 원고 측 주장을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재량권 일탈남용이라는 원고측 주장도 위반행위의 경중에 비추어 이 사건 처분이 지나치게 무겁거나 불합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이 사건 처분이 비례의 원칙이나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A한의사는 1심 판결에 불복해 상소했으며,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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