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ERCP 시술 후 췌장염 악화 사망…의료과실 불인정
내시경적 역행담췌관조영술(ERCP) 시술 후 췌장염이 악화,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법원이 병원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유족 측은 의료진이 불필요한 시술을 했고, 합병증 예방 및 치료 소홀, 상급 병원 이송 지연, 코로나19 확진에 따른 수술 지연 등으로 환자가 사망했다며 의료과실을 주장했다.
전주지방법원은 최근 A씨의 유족인 B씨를 비롯한 6명이 C병원 운영자 D씨와 당시 담당 의사인 E씨를 상대로 제기한 총 1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 일체를 원고들이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21년 12월 11일 우측 상복부에 극심한 통증을 느껴 C병원을 방문했다. 담당 의사인 E씨는 급성 담낭염 및 알코올성 간 질환으로 진단하고, 담도계를 살펴보기 위한 내시경적 역행담췌관조영술(ERCP) 시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A씨는 사흘 뒤인 14일 C병원에 입원, 다음 날인 15일 E씨의 집도로 ERCP 시술을 받았다.
A씨는 시술 다음 날인 16일부터 고열과 심한 복통 증세를 보였다. 혈액검사 결과, 간 수치와 췌장 효소 수치 등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양상을 나타냈다. E씨는 시술 후 발생할 수 있는 ERCP 후 췌장염(PEP)으로 진단하고 약물 및 보존적 치료를 시작했다.
의료진은 약 한 달간 집중적인 치료를 시행했으나 쉽사리 호전되지 않았다. 췌장염은 췌장 가성 낭종으로 진행돼고, 괴사성 췌장염으로 악화됐다. 의료진은 경피적 카테터 배액술(PCD)을 시행했지만 증세는 계속 나빠졌다.
의료진은 외과 수술로 췌장의 괴사된 부위를 절제하려 계획했지만 수술을 앞두고 실시한 코로나19 검사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수술은 연기됐다. A씨는 격리 치료 중이던 2월 10일 췌장 괴사에 동반된 배막뒤염(후복막염)으로 끝내 사망했다.
유족 측은 시술 당시 정작 담석이 발견되지 않았으므로 무리하고 불필요한 ERCP 시술을 감행한 것이고, 시술 과정 자체도 미숙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췌장염 치료 과정에서 금식요법을 시행하지 않았고, 조기에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하지 않았다면서 사후 부검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은 점을 볼 때, 병원 측이 잘못된 확진 결과를 근거로 수술을 지연시켜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1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C병원 의료진은 적절한 진단을 통해 최선의 치료를 했고, ERCP 시술 과정이나 ERCP 후 췌장염 치료 과정에서 의료상의 과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2003년 11월 27일 선고 2001다20127 판결)를 들어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환자 측의 과실 입증책임이 일부 완화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렇다 하더라도 일련의 의료과정 속에서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 주의의무 위반 행위가 존재했다는 점 자체는 반드시 환자 측이 증명해야 하며, 그러한 잘못을 인정할 수 없다면 그 청구는 배척될 수밖에 없다고 전제했다.
불필요한 시술이었다는 원고측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A씨가 내원할 당시 촬영한 CT 검사 기록에 총담관 담석이 관찰됐다는 기술이 있다며 환자에게 머피(murphy) 징후가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의료진이 급성 담낭염으로 판단해 ERCP 시술을 결정한 것 자체에 어떠한 과실도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판단했다.
증상의 예방을 위해 예방적 췌관 스탠트 삽입술을 시행하지 않았다는 원고측 주장에 관련해서는 췌관에 반복적으로 유도철선이 삽입됐다던가 췌관에 조영제가 많이 주입돼 PEP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선택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이라며 항상 사용되는 방법은 아니다면서 고인은 해당사항이 없고, PEP 예방을 위한 수액약물투여 역시 이루어졌다고 지적했다.
췌장염 치료 과정에서 금식요법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금식요법이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고 볼만한 의료상의 근거가 부족하다면서 최근에는 환자가 견딜 수 있다면 조기에 경구식이를 재개하는 것이 예후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췌장염으로 인해 괴사가 진행되더라도 무조건 즉시 수술을 개시하기보다는 처치와 배액을 통해 수술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 환자의 생존율과 예후 개선에 도움을 준다는 의학적 견해가 많다며 조기에 3차 병원으로 이송하여 무리하게 수술을 개시하지 않은 처사를 오진이나 과실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코로나19 오진 및 수술 연기 책임에 대해서도 법원은 의료진의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고인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였으나 부검결과 위음성으로 결론이 도출되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면서 PCR 검사에서 검사키트 이상 등으로 잘못된 양성 반응이 나왔다 하더라도, E씨의 의료과실에 따른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2022년 2월 5일 당시 즉각 수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응급상황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당시 수술을 했더라면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 역시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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