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판례로 본 의료기사법 원칙 "의사 지도 아래 제한적 허용"
의료기사법 개정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의료기사 업무 범위와 의사 지도체계에 대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판단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관련 판례들은 의료행위의 위험성과 국민보건 보호 필요성을 전제로 의료기사 업무가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아래 제한적으로 허용된다는 원칙을 반복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특히 의료기사 업무가 의사의 진료행위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 의료기사가 업무 범위를 벗어난 의료행위를 할 경우 무면허 의료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명확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의료기사법 개정 논의와 맞물려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법원은 2018년 6월 19일 선고한 판결에서 의료기사 제도의 입법 취지를 상세히 설명했다.
대법원은 의료기사법과 시행령이 임상병리사방사선사물리치료사작업치료사치과기공사치과위생사 등 의료기사 면허 소지자에게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아래 일정 분야 의료행위를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는 의료인만이 의료행위를 할 수 있음을 원칙으로 하되,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 또는 공중위생에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적은 특정 분야에 한해 제한적으로 의료행위를 허용하는 취지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특히 의료기사가 의료기사법과 시행령이 정한 업무 범위와 한계를 벗어난 의료행위를 할 경우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해당 행위가 의사나 치과의사의 지시 또는 지도 아래 이뤄졌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명시했다.
같은 판결에서 대법원은 의료법상 의료행위의 의미도 재확인했다.
대법원은 의료행위에 대해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검안처방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해 질병을 예방치료하는 행위 및 의료인이 아니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건위생상 위해 우려는 추상적 위험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실제 환자에게 구체적 위험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무면허 의료행위 판단이 가능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앞선 2000년 2월 25일 선고한 판결에서도 의료행위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당시 대법원은 안마지압이 단순 피로회복 수준을 넘어 신체에 상당한 물리적 충격을 가하며 질병 치료행위에 이르는 경우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 역시 의료기사 업무와 의사 지도체계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인정했다.
헌법재판소는 1996년 4월 25일 내린 결정에서 물리치료사와 임상병리사 등이 독자적으로 영업하지 못하고 의사의 지도 아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 의료기사법 조항이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의료기사 제도의 입법 목적에 대해 의사가 담당하는 진료 및 검사업무를 보조하는 자를 일정한 시험을 거쳐 자격을 갖춘 사람으로 한정함으로써 국민 건강과 위생을 보장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의료기사 업무는 국민 건강과 보건에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만큼 무자격자의 업무 수행은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헌재는 의료기사가 국민을 상대로 독자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도록 하고 반드시 의사의 지도 아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 것은 입법 목적에 비춰 당연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의료기사 업무 가운데 일부 영역을 별도 자격제도를 통해 허용할 것인지 여부는 입법부의 입법형성 자유에 속한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5월 29일 선고한 결정에서도 물리치료사 지도권한을 의사에게만 인정한 의료기사법 체계가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물리치료사의 업무가 서양의학에 기초한 의학지식과 진단 방법을 바탕으로 한다고 봤으며, 한의사의 지도권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 평등권이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와 의료계에서는 이 같은 판례 흐름이 의료기사 업무의 독자성보다는 의사 지도 아래 제한적 수행이라는 현행 면허체계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최근 의료기사법 개정 논의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처방과 지도 개념, 책임체계 문제 역시 결국 기존 판례가 강조해온 환자안전과 면허체계 원칙 안에서 검토돼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의료기사법 개정안은 지난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계속심사 결정이 내려졌다. 심사장에서는 처방 개념과 의사 책임체계를 둘러싼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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