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산과 다인병실 규정 위반했다고 7억원 환수처분 '날벼락'
감염 예방과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산모들이 절대적으로 선호하는 12인실 위주로 입원실을 운영해 온 분만산부인과의원이 일반병상(다인실) 의무 보유 비율(50%)을 어겼다는 이유로 7억원이 넘는 환수 처분을 받았다. 해당 분만산부인과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환수처분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A씨를 비롯한 3명의 의사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소송비용 역시 원고들이 전액 부담하도록 했다. 법원은 분만 산부인과의 특수성과 환자들의 자발적 선택권이 있었다 하더라도, 국민건강보험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임의 비급여 징수는 엄격하게 통제해야 하며, 건보 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게 최우선 공익이라고 판단했다.
처분의 발단은 지난 2019년 10월 보건복지부가 B산부인과의원을 현지조사하면서 시작됐다. B산부인과는 21개 병상을 갖추고 분만산부인과를 운영했다. B산부인과는 산후 회복모유 수유신생아 돌봄프라이버시 보호감염 관리 등을 위해 1인실 17개, 2인실 2개 등 총 21개 병상을 상급병상으로 운영했다. 산모들에게는 상급병상 입원료(비급여)를 지급받았다.
보건복지부는 2016년 7월부터 2019년 6월까지 36개월간의 진료 내역을 조사한 뒤, B산부인과의원이 일반병상 의무보유 비율(50%)을 위반해 요양급여비용을 부당 징수청구했다며 65일의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A씨를 비롯한 3명의 의사는 이에 불복해 업무정지 취소 소송을 냈으나 패소해 처분이 확정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판결을 근거로 총 7421만원(본인부담금 과다징수 577,274,231원+입원료 거짓청구 50,730,630원+입원료 산정기준 위반청구 114,101,990원)에 달하는 부당이득금 환수 처분을 내렸다.
재판 과정에서 원고들과 건강보험공단 측은 구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구 건강보험요양급여규칙)의 병상 수 산정 기준을 두고 대립했다.
해당 법령에 의하면 신고한 병상이 10병상을 초과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은 일반병상을 총병상의 50% 이상 확보해야만 환자들에게 상급병상료를 비급여로 징수할 수 있다. 반면, 10병상 이하인 소규모 의원은 일반병상 확보 의무가 면제된다.
원고들은 의원급 의료기관의 병상 수는 의사 1인당 병상 수로 나누어 판단해야 한다며 B산부인과의원의 총 21개 병상을 개설 의사 3명으로 나누면 1인당 7개 병상에 불과하므로, 일반병상 확보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관련 규정의 문언을 근거로 B산부인과의원의주장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구 건강보험요양급여규칙의 문언을 보면 병상의 수는 의사 개인이 아니라 의료기관인 요양기관 자체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함이 명백하다며 B산부인과의원의 총 병상이 21개인 이상 예외 조항이 적용될 여지는 없으며, 본인일부부담금을 초과해 상급병상료를 과다 징수한 처분 사유가 명확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원고들은 공단의 전액 환수 처분이 행정청의 재량권 일탈남용이라며 위법성을 주장했다.
분만병원의 특수성상 감염 관리와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1인실 수요가 절대적이고, 산모들이 추가 비용 부담을 인지한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상급병실을 선택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한, 의료기관 개설 신고 시 관할 지자체로부터 일반병상 확보에 대한 보완 요구를 받지 못했다는 점도 피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사법부가 행정청의 처분을 취소할 만큼의 위법 행위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민건강보험 제도는 국민이 부담하는 건강보험료를 재원으로 삼아 운용되는 것이므로 재정의 건전성과 투명하고 바람직한 급여체계의 유지는 반드시 확보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입법자는 부당하게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하도록 했다면서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위와 같은 공익은 가장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사회보장제도로서 기능하는 국민건강보험 제도 하에서 매우 중대하고, 또한 국민보건의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이라는 국민건강보험법의 목적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를 벗어난 요양기관의 비용 징수 및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는 엄격하게 통제관리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의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경우란 관련 법령에 의하여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을 수 없는 경우임에도 이를 청구하여 지급받은 경우를 포함한다면서 관계 법령에서 다른 정함 없이 분만병원의 특수성, 상급병상의 제공 필요성 등을 이유로 비급여비용 징수를 일반적으로 허용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의료기관 개설 신고 과정에서 보완 요구를 받지 않았고, 현지조사 과정에서 일반병상 확보 수준에 대해 지적을 받지 않았다는 주장에 관해서도 정당한 신뢰가 형성되었다거나, 위반행위에 정당한 사유 또는 그 위반경위에 고려할 만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요양급여비용의 징수는 부당하게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을 원상회복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전액을 징수해야 한다면서 처분 시 재량권을 행사하는데 있어 고려해야 할 사정들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거나 의무위반의 내용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과중하여 비례원칙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의료계는 이번 판결이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을 위해 감염 관리를 최우선 해야 하는 분만병원의 특성을 무시한 채, 다인실 입원을 강제하는 규정을 기계적으로 적용했다면서 감염 예방과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병원과 합의 하에 서비스를 제공했음에도, 단지 행정 비율을 맞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수억 원을 통째로 환수하는 것은 가뜩이나 붕괴 위기에 처한 분만의료 인프라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산부인과 의료계는 분만 위주 산부인과는 일반 병원과 병상 운영 구조가 다르므로 예외 규정을 둬야 한다면서 산모 대부분이 상급병실을 이용하는 현실을 반영해 병상 기준과 입원료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청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의 요청을 수용, 2023년 12월 28일 10병상을 초과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산부인과 또는 주산기 전문병원(종합병원 제외)분만병원의 일반병상을 기존 총 병상의 50%에서 20%로 완화한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 2024년 3월 29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B산부인과의원은 요양급여 규칙 개정 이전 조항위반으로 거액의 환수처분을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저수가규제 장벽의료분쟁 위험으로 분만의료 인프라는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2003년 1371곳에 달하던 분만실은 2025년 400개로 무려 71%가 사라졌다. 전국 250개 시군구 중 40%(100곳)는 분만실이 단 한 곳도 없는 분만 제로 지역인 상황이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최근 공개한 대한민국 분만의료체계의 구조적 붕괴 거시적 인프라 위기 심층 분석 보고서(NICU 위기 보강판)를 통해 ▲분만의료 준공영제(국가가 민간 분만실 기본 운영비 직접 보전) ▲불가항력 사고 국가배상책임제 및 의학 지침 준수 시 형사 면책 ▲파격적 수가 개편 (고령응급야간휴일 가산 수가 대폭 상향) ▲거점형 분만 센터 구축 및 권역별 전문의 순환 당직 네트워크 ▲전공의 연 200300명 확대 및 당직비 국가지원 등 수련환경 개선 ▲산과-NICU 통합 거점 모델 구축(한 건물 내 통합 운영 의무화 및 국가 지원) ▲NICU 전담 전문의 국가 필수 전략 인력 지정 (인건비 100% 국고 지원) ▲일본형 세미 오픈 시스템(진찰은 동네의원, 분만은 거점병원 연계) ▲미숙아 치료입원비사후관리 일체를 정부가 전액 책임지는 시스템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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