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직접 진찰 안한 채 처방전 교부, 위법" 면허정지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은 채 처방전을 발급한 의사에 대한 보건복지부 장관의 면허자격정지 처분이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환자가 기존에 같은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은 적이 있더라도 직접 진찰 원칙과 대리처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의료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는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 취소 소송(2025구합54990)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20일 밝혔다.
사건은 지난 2022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주의 한 의원에서 근무하는 의사 A씨는 당시 환자 C씨와 D씨가 의원에 직접 내원하지 않았음에도, E씨에게 정신과 관련 약물이 포함된 처방전을 발급해 교부했다.
보건복지부는 2025년 6월, A씨가 직접 진찰하지 않은 환자에게 처방전을 발급해 구 의료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의사면허 자격정지 1개월(2025년 11월 26일12월 25일)의 처분을 내렸다. A씨는 행정처분에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환자들이 이미 수십 차례 해당 의원에서 진료를 받아온 이력이 있고, 거동이 불편한 고령 환자이거나 정신과 질환의 특성상 직접 내원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라면서 E씨는 환자의 건강 상태를 잘 아는 주보호자로서 행정해석상 대리 처방이 가능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항변했다.
아울러 당시는 코로나19로 대리처방 요건이 한시적으로 완화되었던 시기였고, 사익을 취한 바가 없으며 증상 악화를 막기 위한 치료 목적이었기에 처분이 가혹하다고 덧붙였다.
서울행정법원은 의료법 제17조의2에서 규정한 의사의 직접 진찰 원칙과 대리처방의 예외적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A씨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의료법 제17조의2 제2항이 예외적으로 대리수령자에게 처방전을 교부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었으나, 이는 처방전을 수령할 수 있는 상대방의 범위를 확정한 것일뿐, 의사의 직접 진찰 원칙 자체에 대한 예외를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의료법 신설 취지와 법리적 체계를 고려할 때, 처방전의 발급 주체는 여전히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여야만 한다고 판시했다.
처방전은 사람의 건강 상태를 증명하고 법적 책임을 판단하는 중요한 사회적 기능을 담당하므로, 그 정확성과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 직접 진찰한 의사만이 이를 작성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A씨가 대리처방에 필요한 기본적인 절차와 요건을 이행하지 않은 점을 짚었다.
현행 의료법 제17조의2(처방전)에서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에게 직접 진찰을 받은 환자가 아니면 누구든지 그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작성한 처방전을 수령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환자의 의식이 없거나 △거동이 현저히 곤란하고 동일한 상병(傷病)에 대하여 장기간 동일한 처방이 이루어지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환자의 직계존속비속 ▲배우자 및 배우자의 직계존속 ▲형제자매 ▲노인복지법 제34조에 따른 노인의료복지시설에서 근무하는 사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에게 처방전을 교부하거나 발송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11조2(처방전의 대리수령 방법)에는 처방전 대리수령시에도 별지 제8호의2서식(처방전 대리수령 신청서)을 받아야 하며, ▲환자의 신분증 또는 사본(주민등록증이 발급되지 않은 만 17세 미만 환자 제외) ▲대리수령자의 신분증 ▲환자와의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가족관계증명서(또는 주민등록표 등본) ▲노인복지법 제34조에 따른 노인의료복지시설에서 발급한 재직증명서 ▲장애인복지법 제58조제1항제1호의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발급한 재직증명서 등을 확인해야 한다. 처방전 대리수령 신청서는 1년간 보관해야 한다.
하지만 사후 조사 결과, E씨는 D씨의 명의를 도용해 처방전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의사 A씨는 C씨가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E씨의 말만 믿고 차트에 직계비속으로 기재했을뿐, 신분증이나 관계 증명 서류를 전혀 요구하지 않았다라며 D씨에 대해서도 환자가 막무가내로 요청했다는 이유로 대리처방을 해 주었을 뿐, 거동 불가 여부나 대리수령 요건을 확인하지 않은 사실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당시 한시적 대리처방 완화 정책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해당 정책 역시 의사가 환자 및 의약품 처방에 대한 안전성을 인정하는 경우를 전제로 하며, 대리수령의 방법과 요건을 준수해야 하는 것은 동일하다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행정처분의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에 대해서도 의사의 처방전 작성교부 행위는 환자의 생명 및 건강권과 직결되므로 엄격한 제재가 필요하다면서 이번 사건에서 문제 된 약물은 정신질환 치료제로 오남용의 위험성이 커 더욱 주의를 기울였어야 함에도 만연히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당초 자격정지 2개월에 해당하는 사안이었으나 형사처벌 단계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점이 감안되어 1개월로 감경된 처분인 만큼, 이를 현저히 부당하거나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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