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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선생님은 늘 배우기를 멈추지 않으셨습니다"

황건2026.05.21 08:13
고 백상호 서울대 명예교수
고 백상호 서울대 명예교수

존경하는 유가족 여러분, 선후배 동문 여러분, 그리고 백상호 교수님을 사랑하고 존경하던 모든 분들께 문하생을 대표하여 마지막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백상호 교수님 문하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황건입니다.

어제와 오늘 빈소를 지키며 많은 제자들과 후학들을 만났습니다. 모두들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선생님께 큰 빚을 졌다.

그 빚은 단순히 학위를 받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우리들은 선생님께 해부학을 배웠고, 논문 쓰는 법을 배웠고, 학생을 가르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의사란 무엇인가를 배웠다는 점입니다.

선생님은 늘 말씀하셨습니다.

좋은 선생님이 되려면 먼저 좋은 학생이 되어야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선생님 자신이야말로 평생 좋은 학생이셨습니다.

새로운 의학교육을 배우기 위하여 해외로 나가셨고, 새로운 연구기법을 국내에 들여오셨고, 평생 후학들과 토론하며 배우기를 멈추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배우신 것을 아낌없이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셨습니다.

제가 의과대학 1학년 때 처음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을 때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오버헤드 프로젝터 위에 얼굴 그림을 올려놓고 혈관 그림을 겹쳐 보여주시던 강의는 어렵던 해부학을 살아있는 학문으로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두피를 배우던 날에는 신경외과와 영상의학과 교수님까지 모셔서 외상 환자의 실제 증례를 토론하게 하셨습니다. 선생님은 해부학을 단순한 구조가 아니라 환자를 이해하기 위한 살아있는 기초의학으로 가르치셨습니다.

선생님은 상황 판단도 매우 빠르셨습니다. 제가 젊은 시절 진로 문제로 고민하며 찾아갔을 때 선생님은 짧게 말씀하셨습니다.

서운하겠지만 포기해라.

당시에는 서운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것이 저를 위한 가장 현명한 조언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선생님은 사람의 앞날을 길게 보실 줄 아는 분이셨습니다.

또한 선생님은 제자들에게 끝까지 베푸셨습니다. 정년퇴임 후에도 해마다 제자들을 불러 식사를 사주시고, 덕구온천에서는 숙박까지 마련해주셨습니다.

제자들에게 부담 주는 것을 늘 조심하시던 분이었습니다.

2001년 정년퇴임식에서 선생님은 소나무를 두 그루 키우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은 그 약속을 지키셨습니다. 이 자리에 있는 수많은 제자들과, 또 그 제자들의 제자들이 바로 선생님이 키우신 소나무들입니다.

그리고 오늘, 선생님께서는 마지막 가르침까지 남기셨습니다.

자신의 몸을 의과대학생들의 해부학 교육을 위하여 기증하셨습니다. 평생 해부학과 의학교육에 헌신하신 분다운 마지막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학생들은 선생님의 몸을 통하여 인체를 배우고, 생명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게 될 것입니다. 선생님은 돌아가신 뒤에도 여전히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십니다.

존경하는 선생님.

이제 저희는 선생님을 직접 찾아뵐 수는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신 생각과 태도는 제자들의 삶 속에 계속 남아 있을 것입니다. 저희도 선생님께 배운 대로 좋은 학생으로 남겠습니다. 그리고 좋은 선생님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선생님, 깊이 감사드립니다. 편히 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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