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급성췌장염 한번 앓고 재발하면 만성 전환 위험 '70배' 급증
급성 췌장염을 한 차례 앓고 증상이 호전됐더라도, 재발을 막지 못하면 만성 췌장염으로 진행할 위험이 무려 70배 이상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음주와 흡연이 재발과 만성화를 촉진하는 가장 강력한 위험 요인으로 드러나 첫 발병 초기부터 철저히 생활습관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박지영 인제의대 교수(상계백병원 소화기내과)와 세브란스병원강남세브란스병원탄성심병원 공동 연구팀은 20102017년 국내 3개 대학병원에서 첫 급성췌장염 진단을 받은 환자 501명을 대상으로 최대 60개월간 장기 추적 관찰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급성췌장염은 지난 수십 년 간 발생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의 환자는 자발적인 호전을 경험하며 몇 주 내에 회복하지만, 1020%는 괴사감염장기 부전 등 심각한 합병증을 겪는다.
연구 결과, 조사 대상 환자 중 32.7%(164명)가 재발성 급성췌장염을 경험했다. 재발성 급성췌장염은 두 번 이상의 급성 췌장염 재발 사례가 발생하되, 그 사이에는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는 상태를 뜻한다. 전체 환자의 14.2%(71명)는 췌장의 구조적 손상이 되돌릴 수 없는 상태인 만성 췌장염으로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만성 췌장염 환자들은 추적 기간 동안 평균 3.5회의 재발을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급성 췌장염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은 음주가 43.1%(216명)로 가장 많았고, 담석 등 담도 질환이 41.5%(208명)로 뒤를 이었다. 이어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7.2%), 고중성지방혈증(4.4%), 악성 종양(2.2%), 자가면역성 췌장염(1.2%) 등이었다. 담석 환자의 54.8%는 첫 입원 기간 중 담낭절제술을 받았다.
주목할 점은 급성 췌장염의 재발 여부가 만성 췌장염 전환을 결정짓는 핵심 고리라는 사실이다. 분석 결과, 급성 췌장염이 재발한 환자군은 재발하지 않은 환자에 비해 만성췌장염으로 진행할 위험이 무려 70배나 높았다.
의학계에서는 그동안 급성 췌장염과 만성 췌장염이 별개의 질환인지에 대해 논쟁이 지속돼 왔다. 공동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췌장의 반복적 염증이 조직에 누적 손상을 입혀 만성 질환으로 이어진다는 단일 질병 연속체 가설을 증명했다.
평소 생활 습관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급성 췌장염 재발 위험이 4.09배 높았다. 최초 발병 시 장기 부전이나 괴사 등 급성 췌장염의 중증도가 높을수록 재발 위험이 컸다. 또만성 췌장염 진행 위험도는 음주 시 8.79배, 흡연 시 2.5배 증가했다. 특히 알코올성 재발성 환자 중 재발 횟수가 3회 이상 환자에서 만성 췌장염 위험이 4.18배 더 높았다. 재발 환자군 내에서도 음주 비중은 64.6%로 압도적이었다.
만성 췌장염은 췌장에 반복적인 염증이 일어나 조직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진행성 질환이다. 만성 췌장염은 만성 통증뿐만 아니라 소화 기능 저하영양 흡수 장애지방변당뇨병을 유발해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린다. 한 번 진행되면 되돌릴 수 없는 비가역적 질환이라는 점에서 예방이 최선이다.
박지영 인제의대 교수는 급성 췌장염은 한 번의 치료로 끝나는 질환이 아니라 재발 여부에 따라 평생 안고 가야 하는 만성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첫 발병 이후 재발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초기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음주와 흡연은 재발과 만성화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위험 요인이므로 철저한 금주금연과 함께 정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번 연구는 급성에서 재발성 급성, 만성 췌장염으로의 진행 위험 및 영향 요인(Risk of and factors influencing the progression from acute to recurrent acute to chronic pancreatitis)이라는 제목으로 췌장 질환 분야 국제 학술지 췌장학(Pancreatology)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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