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개원의-의대생 함께 찾는 희망·공감…지금 가장 필요한 건?
지역사회에서 1020년 이상 의료 현장을 지켜온 개원의들과 어느 때보다 의료 현안과 지역의료 현실의 문제점에 다가서고 있는 의대생들이 만났다.
우리 지역사회에는 어떤 의료기관이 필요하고, 어떻게 운영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
충청남도의사회는 17일 지역을 잇다, 의료기관을 열다를 주제로 개원의와 함께 하는 지역사회 기반 창의 의료기관 설계 해커톤 프로젝트(신라스테이 천안)을 개최했다.
오전 이른 시간부터 개원의 멘토와 의대생 멘티는 12개 조로 나뉘어 각자가 선정한 과제에 대해 토론과 숙의를 거쳐 결론에 이르고, 조별 과제 발표를 통해 서로의 성과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충남의사회는 이 프로젝트를 이태전부터 준비해왔다. 각별한 인연의 시작이다.
이주병 충청남도의사회장은 개원의-의대생 해커톤 실전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감개무량하다. 충남도의사회는 이태전 의정사태로 학교를 떠난 의대생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전하려고 해커톤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미뤄지다가 올해 여건이 성숙되면서 다시 행사를 준비 중이었다. 그런데 몇 달 전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로부터 의료 현안과 지역의료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히기 위한 해커톤 프로젝트 운영체를 우선 충남, 대구, 광주 지역에서 시작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제안을 받았다. 우리가 이런 행사를 염두에 두고 준비하는 지 몰랐을텐데 서로의 마음이 닿은 것 같다라면서 충청남도의사회는 올해 창립 80주년을 맡는다. 이제 우리는 의사 사회의 변방이 아니라 중심으로서 역할을 찾아가겠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의료의 주역들이 미래를 이끌어갈 것으로 확신한다. 열띤 토론을 통해 통해 의미 있는 결론을 내리시길 바란다. 멘토로 참여해준 원장님들과 미래 의료에 주역인 의대생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지역사회를 지켜온 멘토들과의 만남은 교과서에서 배울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라는 지적이다.
백무준 순천향의대 학장은 의대생들이 한 자리에 모여 지역사회 의료 현실을 함께 고민하고 미래 의료기관의 새로운 모델을 창의적으로 설계한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다. 지금 의료의 큰 전환점에 서 있다. 인구 고령화, 지역 간 의료 격차, 필수의료 인력 부족, 디지털 헬스케어와 인공지능의 발전 등 의료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런 시대일수록 의료는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공간을 넘어 지역사회와 함께 숨쉬고, 국민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라면서 우리가 도전하는 지역사회 기반 창의 의료기관 설계는 바로 그런 미래를 고민하는 방향이다. 단순한 아이디어 경쟁을 넘어 지역 의료 문제를 스스로 발견하고 해결책을 설계해 보는 값진 배움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 무엇보다 이 자리가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현장을 지켜온 지역사회 원장님들께서 멘토로 함께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30년 이상 지역의료의 최일선에서 환자와 지역 사회를 돌봐오신 선배 의사들의 경험은 어떤 교과서보다 소중한 자산이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멘토 원장님들의 현실적인 통찰이 만나 큰 시너지를 만들어내기를 기대한다. 의대생은 앞으로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 자리에서 나누는 토론과 고민, 도전의 경험이 훗날 충남 지역 의료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의료의 혁신으로 이어질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이번 해커톤 프로젝트 멘토로는 강기훈 원장(열린이비인후과의원천안시의사회장), 김병흠 원장(큰나무정형외과의원충남도의사회 총무이사), 김완진 원장(아산중양연합의원전 아산시의사회장), 송재화 원장(송재화외과의원천안시의사회), 승소진 원장(청담진소아청소년과의원충남도의사회 보험이사), 위민우 원장(으뜸이비인후과의원충남도의사회 공보홍보이사), 유성훈 원장(행복주는의원충남도의사회 부회장), 이관현 원장(참사랑연합내과의원충남도의사회 기획이사), 이승직 원장(마음엔정신건강의학과의원아산시의사회 보험이사), 이정민 원장(신세계마취통증의학과의원충남도의사회 정보통신이사), 정은주 원장(정가정의학과의원충남도의사회 부회장), 최주혁 원장(예산미소천사의원충남도의사회 부회장) 등이 참여했다.
의대생 멘티들은 천안에 위치한 단국의대와 순천향의대 학생들로 구성됐다. 당초 8팀으로 편성할 예정이었으나, 참여 학생이 늘면서 12팀으로 확대했다.
이날 참여한 의대생 팀은 ▲MedConnect(단국의대 예1/김태진박혜민안성현이지우 -멘토:최주혁) ▲단국업(단국의대 예1/민서연박효선정희정김다현-멘토:승소진) ▲모둠순대(순천향의대 예1/한승훈김세원이경민전성빈-멘토: 이관현) ▲어프렌티스(순천향의대-멘토 이승직) ▲바야를라! 우히헤커톤(단국의대 예2/신은주박천호이가람장민석-멘토: 이정민) ▲JOB탕(단국의대 예2/조휘은김은서이다용주지인 - 멘토: 유성훈) ▲의기투합(단국의대 예2/박서영강리언김용희오현서 - 멘토: 송재화) ▲메디브릿지(단국의대 예2/신채연이나래임지민조세진 - 면토: 정은주) ▲케어빌더스(순천향의대 예2/박준호윤경준최준락하태솔 - 멘토: 강기훈) ▲3456!(순천향의대 예2/김유신김영욱방제현조민서 - 멘토: 김병흠) ▲밤새배움(단국의대/홍길동(본1)박승우(본2)김연지권나경조현중(예2) - 멘토: 김완진) ▲충남 메디허브 단국1센터(단국의대 본3/고수완문소윤신혜지한준경 - 멘토: 이민우) 등이다.
해커톤 프로젝트에서는 각 팀별로 선정한 과제에 대해 문제 인식-진료권 분석 및 기획-홈페이지 메인 샘플 공유-추진 일정 확인 등을 근간으로 과제를 수행한다.
실제로 진료대상(암환자, 응급외상환자, 외래 진료환자), 진료분야(일반외과, 내과 , 산부인과, 진단검사의학과, 영상의학과, 응급의학과)를 감안해 제시한 의료기관 설계운영 전략은 다음과 같다.
먼저 지역사회 의료 현실에 대한 멘티들의 인식을 확인하고, 각 팀이 설계한 의료기관의 성격과 구상을 공유한다.
멘토들은 멘토링을 통해 진료권 분석과 기획 관련 조언과 정보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멘티들은 어떤 의료기관을 만들 것인가(개원 비전 및 의료 철학), 누구를 위한 의료기관인가(타깃 환자 설정), 무엇을 잘 하는 의료기관인가(진료 분야 및 전문 영역 설정), 왜 이 위치인가(지역입지 선정 전략), 어떻게 운영되는 의료기관인가(운영 모델 및 진료 프로세스 설계), 누가 의료기관을 운영하는가(인력 구성조직 체계), 공간이 의료 철학을 어떻게 보여주는가(시설공간 설계),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비용 구조 및 재원 조달), 법을 지키며 어떻게 알릴 것인가(홍보의료광고 전략), 문제 없이 지속 가능한가(법제도 리스크 관리),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성장 전략 및 평가 지표) 등에 대해 토론과 숙의를 통해 최선의 전략을 모색한다.
12개팀은 팀별 프로젝트를 수행한 후 결과를 발표하고 팀별 성과를 공유한다.
충청남도의사회는 올해 해커톤 프로젝트를 마친 후 평가를 통해 향후 발전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더 많은 경험 쌓는 게 더 건강한 의료인 되는 길
프로젝트 과정 익숙해진 태도리더십회복탄력성 등 무형의 자산 큰 의미
의사회-대학 함께 실행한 새로운 교육 실험멘토 참여 원장님들께 감사
인터뷰 - 해커톤 프로젝트 기획운영 채유미 기획이사(단국의대 교수예방의학)
해커톤 프로젝트의 핵심은 의대생들의 자기 주도성이다. 스스로 선택한 결정은 수용성이 높아지고 가시적인 효과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의정사태로 지친 학생들에게 학교 밖에서 잠시 회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려던 충청남도의사회의 계획은 실패했다. 프로그램 형식도, 학생들의 반응도 기대에 못 미쳤다.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운영을 주도한 채유미 기획이사(단국의대 교수예방의학)은 이주병 충청남도의사회장의 역할을 되새기며 고마움을 전했다. 한 차례 실패를 겪은 후 고민 끝에 다시 제출한 기획안에 대해 이주병 회장은 전폭적인 지원 의사를 밝혔다.
이주병 회장님의 단순한 후원에만 그치지 않았다. 의사회와 대학이 함께 새로운 교육 실험을 해보자는 서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충청남도의사회와 단국대 의학교육전략연구소가 함께 만든 협업의 산물이다.
의사회와 의과대학은 문화도, 언어도, 우선순위도 다르다. 처음부터 끝까지 TF를 꾸려 한 달에 한 번씩 6개월 동안 세세한 부분까지 조율했다. 식순, 안내 방식, 멘토 배치, 발표 절차 같은 사소한 부분까지 반복해서 거리를 좁혀 갔다.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는 과정이었다. 협업은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하고, 신뢰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우선 의대생 모집과 홍보가 관건이었다. 공문 한 장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
어떤 활동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분명해야 학생들이 움직인다. 눈에 보이는 지식의 습득에는 익슥하지만, 이같은 비교과에 무형의 활동에는 가치를 두기 쉽지 않다.
학생회 공지, 수업 시간 안내, 개인 네트워크, 서포터즈를 활용한 홍보까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했다. 6개월이 넘는 설득의 시간이었다. 겉으로는 공모전 처럼 보였지만, 그 안에는 프로그램 취지를 이해시키고, 참여 이유를 납득시키는 정교한 준비가 숨어 있었다.
자기주도성을 근간으로 삼은 이유는 분명하다. 팀 구성에서부터 멘토 접촉, 과제 숙성, 발표 준비까지 학생들 손에 맡겼다.
주도성과 동기부여를 끌어내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학생들 스스로 멘토를 선택하고, 스스로 팀을 꾸리고, 연락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내가 선택한 멘토와 함께 한다는 생각이 책임감과 몰입으로 이끈다.
실제로 공모단계에서 학생들은 제안서를 써서 제출했고, 멘토 정보도 사전에 공개해 1, 2 순위를 정하도록 했다.
프로그램 구성도 치밀하게 설계됐다. 당초 1박 2일로 기획됐던 일정은 학생들의 뜻을 반영해 하루로 조정했다. 사전 멘토링도 약 한 달간 이어졌으며, 그 사이 특강과 워크시트, 토론과 피드백 과정을 촘촘하게 배치했다.
학생들에게 발표 자료만 던져주고 알아서 하라고 하면 안 된다. 왜 이 프로그램을 하는지, 어떤 태도를 길러야 하는지, 어떤 사고를 해야 하는지까지 함께 생각하게 해야 한다.
쉼도 필요하다. 프로그램 말미에는 명상과 쉼의 시간을 넣어 한 달 동안 달려온 학생들이 결과를 차분히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도록 했다.
해커톤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성과는 발표 결과물에 있지 않다.
최종 결과물은 PPT 파일로 남겠지만, 진짜 자산은 그 과정에서 익숙해진 태도와 리더십, 회복탄력성 같은 무형의 것이다. 의대생들이 멘토와 팀원, 운영진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함께 문제를 풀고, 조율하는 경험을 하는 것 자체가 교육이다. 이 경험은 의사가 된 후 의료 현장에서 환자와 동료, 정책과 사회를 이해하는 데 밑거름이 된다.
멘토들과의 접점에도 공을 들였다.
멘토로 참여한 원장님들과는 사전 오리엔테이션과 개별 통화를 거치며 프로그램의 방향을 충분히 공유했다. 멘토 선생님들에게도 긍정적인 경험으로 남아야 지속 가능한 모델이 된다.
해커톤 프로젝트를 통한 의학교육의 새로운 전환도 모색한다.
의대생들은 6년 동안 다양한 경험을 하며 자기 브랜드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예과 본과를 가르는 구조는 학생들에게 사회화와 자기 주도성을 제한한다. 통합 교과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지금의 의료는 지식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환자와의 관계, 정책 이해, 사회적 감수성이 훨씬 더 중요해졌다.
해커톤 프로젝트의 의미는 분명하다. 남은 건 방향이다.
향후 운영 방식은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한 번으로 끝낼지, 대회 방식으로 갈지, 비교과 프로그램으로 확장할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회장님과 이사회, 연구소가 함께 평가한 뒤 방향을 정하겠다. 다만 이 프로젝트는 의대생에게 주도적 참여의 기회를, 멘토에게는 스승 역할과 의미를, 의사회에는 사회적 책임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시켰다고 자신한다. 의대 교육의 울타리는 무작정 허무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허물어야 한다. 학생들에게 좋은 경험을 쌓게 하는 일이 결국 더 건강한 의료인을 키우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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