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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위기의 '지·필·공'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고려대의대 명예교수)2026.05.08 15:54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고려대의대 명예교수)ⓒ의협신문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고려대의대 명예교수)ⓒ의협신문

정부는 최근 의료혁신위원회 산하 지필공전문위원회를 구성해 위원 15명을 위촉했다. 여기에 참여하는 위원 중 의사는 병원장과 이사장, 교수, 그리고 공공의료기관 근무 의사와 전공의대표 정도가 임상의사이고, 의사지만 현장 임상 근무를 하지 않는 예방의학 교수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위원은 우리나라 보건의료 분야 거버넌스의 전형적인 모습인 잠정적 친정부 사회단체의 몫으로 참여하도록 했다. 획일적 중앙통제 방식의 정부 위원회 형태의 모습을 보여준다.

현재의 의료혁신위원회는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산하의 의료 개혁과 의료 혁신을 표방한 정부 주도의 특별위원회는 지난 2000년 전후로 최근까지 공개적으로 운영된 것만 56회에 이른다.

의료와 교육 문제를 개혁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욕망에서 모든 정권이 추진해 온 진부한 방법론이다.

특별위원회의 성격을 보면, 마치 야구 경기에서 타자가 홈런을 칠 요량으로 타석에서 의욕만 넘쳐 어깨에 과도하게 힘을 넣어 결국 삼진 아웃을 당하는 모양새와 매우 닮아있다.

이번 정권에서는 민간 패널 참여를 확대하고 투명하게 진행하겠다고 잘 포장해 홍보하고 있는데, 정작 최일선 임상 현장의 전문가 의견을 경청해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과거 문재인 정권에서 이데올로기가 맞지 않는 전문가 배제와 전문성 없는 민간 참여 확대의 교훈이 무엇인지 이번 정권도 귀를 닫은 듯 하다.

■ 단순한 네이밍 지필공, 수십 년 동안 누적된 난제 한국판 의료정책 도가니의 함의
이번 정권은 그동안 오래 누적된 의료정책의 실패를 지필공이라는 새 단어로 변환하여 메꾸려 한다.

지필공이라는 간단한 단어 속에 함의된 복잡한 사안은 이미 지난 1990년대부터 반복되고 있는 오래 묵은 주제들이다. 해결되지 못한 의제들이 쳇바퀴 돌 듯이 정권마다 다른 이름의 특별위원회로 등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살펴봤을 때 지난 한 세대의 의료 발전를 위한 특별위원회들의 결과물은 과연 무엇이었지, 제대로 된 것이 있다면 한가지라도 꼽아볼 수 있을까? 돌아보면 공정한 보상 하나도 개선하지 못한 것이 의료계로서는 마주하고 있는 끔찍한 현실이다.

자조적이고 회의적인 시각을 떨칠 수 없다. 특별위원회의 주요 임무는 아마도 보여주기 행정의 표본으로 무엇인가 해낼 것처럼 열심히 노력하고 일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일종의 착시적 역할 밖에 안되어 보인다.

지필공이란 축약된 단어는 매우 복잡한 사안을 단순화해 발음하기도 매우 편리해 보인다.

그러나 지역의료, 필수 의료, 공공의료라는 세 가지의 이질적인 단어는 의미가 불분명하고 범주를 정하기 어려운 혼란스러운 개념인데 용감하게도 단순히 세글자로 압축해 변환했다.

세 가지 단어가 품고 있는 복잡성을 단순화 과정을 거쳐 간편한 정치적 수사와 정책적 구호로 탈바꿈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지역의료, 필수 의료, 공공의료 이 세 가지 용어의 불명확한 개념은 상호 중복과 연결, 그리고 충돌되는 부분도 많아 지필공이라는 한 단어의 범주는 실상 우리나라 의료제도의 모든 문제를 모두 담아 포함하고 있다.

제4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발표한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에도 이미 지필공 의료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혁신위원회나 건정심 등 최상위 기관이 불필요한 낭비적이고 중복되는 위원회 운영의 행정 소모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우리나라 보건 행정 용어인 지필공은 국제적으로는 접근성 강화, 불균형 감소, 의료비 문제의 3대 보편적 공통 주제로 전환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지필공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무엇인가?라는 간단한 질문에 결국 환자 흐름 설계로 그 핵심은 기관이 아니라 환자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의 문제다.

흐름의 문제에서 임상의사는 어떤 환자를 1차에서 관리할지, 언제 병원으로 의뢰할지, 언제 어떻게 회송할지, 그리고 어떤 환자를 대상으로 지역에서 계속 관리할지 등을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즉, 환자의 경로를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실무적인 역할이 핵심 사안이다.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1차 진료 의사가 문지기 역할을 할 수 없어 의료적 수요에 대한 조절은커녕 능동적으로 할 수 있을 제도적 기반이 안 돼 있다.

현 제도에서 환자의 적극적인 의지와 요구에 기반한 의뢰 절차는 지역 격차를 오히려 더 키우고 부추긴다. 그래도 정치인과 공무원은 물론 일부 뜻있는 시민단체들까지 모두가 선뜻 적절한 소비통제에 나서지 않는다.

달리 표현하면, 우리나라 1차 진료 의사는 수요를 조정하는 핵심 역할이 제도적으로 차단돼 있는 상태에서 전문의 중심 1차 진료라는 독특한 구조를 지니는 형태다.

이에 더해 고령화 시대의 진료 네트워크의 운영을 위해 전문의 자격이 있는 개원의는 병원과의 연결을 비롯해 보건소와의 연결, 방문간호 및 돌봄과 연결하는 조정자와 연결자의 역할도 요구받는다.

■ 진정한 개혁은 현장 전문가 견해 경청 정책에 담아 현실성 담보로 설계하고 실행해야
이런 새로운 환자 흐름의 설계에는 임상의 현장 실무자인 개원의가 보건의료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 진료의 시작은 1차 개원의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의뢰와 전원 등 지역에서 시작하는 임상 기준의 설계는 책상에만 앉아 있는 중앙 행정가가 아닌 임상의사가 설계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지역의 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는 지역 의사와 함께 지역의료 서비스 재편의 기획이 필요하다. 지역의료는 어떤 병원을 중심으로 운영할지, 어떤 서비스에 집중하고 축소할지를 설계하는 지역 의료계획으로 지역의료의 수요 분석과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한다.

즉, 임상의사는 환자 진료를 비롯해 환자 흐름에 대한 조정, 진료 구조의 설계, 의료 자원의 관리에 있어서 직, 간접적인 개입을 적절히 할 수 있어야 한다.

개원의가 중요한 이유는 환자 접점이 대부분 의원에서 시작해 진료의 지속성과 의사와 환자에게 필요한 장기적 관계를 유지하고, 최소 단위의 지역 접근성 역할도 지역 내 분포하는 개원의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의료 혁신이 추구하는 응급실 과밀화, 대형 병원 집중 현상, 만성질환 관리의 실패, 지역 격차 해소와 통합 돌봄 등 여러 가지 난제에 대한 해결의 전제조건은 무엇보다도 튼실한 지역 보건의료 거버넌스인데, 이를 위해서는 해당 지역의 임상의사에게 지역의료 계획을 설계하도록 이에 맞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활동에 대한 적절한 보상도 뒷받침해 네트워크 참여 수가, 관리료 및 성과 보상과 각종 행정적 인프라를 현실감 있게 지원해야 성공할 수 있다.

지필공에서 임상의사는 단순히 환자를 치료하는 사람이 아니라, 지역의료 시스템을 실제로 작동시키는 핵심 운영자로 변모시켜야 하며, 이에 필요한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도 준비하여 추진해야 한다.

최근에 단 한 사람의 임상의사가 참여한 의사 인력 추계위원회가 남긴 결과는 치밀한 정치적 계산에 의한 산술적 숫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의료 현장과는 철저히 괴리된 하나의 독립된 숫자에 불과한 어설픈 결과는 의료의 백년대계 차원에서 보면 절대로 국가의 보건정책이라고 입에 담을 수 없다.

의사 추계는 의료정책을 위한 것이지, 각자가 선호하는 방정식의 선택이 아니다. 중앙통제적인 위원회의 한계인지 아직도 의사 인력 추계와 관련된 최종 정책보고서는 소식이 없다. 아마도 출간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현재의 중앙통제적인 거버넌스에서 지필공위원회 구조 역시 실제 지역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정책화하기는 매우 힘들어 보인다. 지금으로서는 결국에 허공 속의 공허한 숫자만 남길 공산이 매우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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