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변혁의 시대' 요양병원은 어떻게 살아남을까
요양병원은 그동안 노인의료를 책임져 왔지만 규제 일변도 정책에 시름하고 있다. 요양병원이 통합돌봄 시대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임종기 케어, 재택의료 허용 등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간병 급여화, 통합돌봄 등 굵직한 현안과 마주하며 요양병원은 변화의 중심에서 새로운 지형에 맞닥뜨리고 있다. 정부가 의료중심을 내세우며 요양병원 생태계를 재편하겠다는 의지도 체감하고 있다.
1300여 곳에 이르는 국내 요양병원에게는 위기일까 기회일까.일상화 된 규제, 어느 곳에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올무에 갇힌 채 요양병원의 미래는 어디를 향할까.
임선재 대한요양병원협회장은 녹록지 않은 생존의 굴레를 토로했다. 그렇지만 스스로 무너질 수 없기에 반드시 가능한, 할 수 있는, 해야 할 새로운 지향도 제시했다.
대한요양병원협회는 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율간병, 호스피스, 재택의료 참여 등을 통한 요양병원의 기능 다양화 필요성을 공유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임선재 회장, 안병태 수석부회장(차기 회장), 이운용 부회장, 임선영 부회장, 선영배 부회장, 권명길 상근부회장, 최봉주 사무국장 등이 참석했다.
요양병원은 노인 의료복지의 마지노선기능 다양화는 생존 전략
초고령사회에서 요양병원은 의료복지의 중심이라는 진단이다.
임선재 회장은 앞으로 노인 의료복지는 통합돌봄, 요양병원, 요양원 3개 축으로 작동할 것이라며 전국적으로 요양병원이 최소 1000곳 이상 정상 운영돼야 이 세 축의 중심 역할을 하면서 노인들이 의료사각지대에 내몰리지 않도록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통합돌봄을 이유로 요양병원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게 복지 확대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임선재 회장은 우리나라 국민은 젊을 때부터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고, 건강보험 시스템은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면서 노인들이 요양병원에서 치료 받을 수 있도록 병원 문턱을 낮추는 게 진정한 복지이지, 통합돌봄을 이유로 입원이 필요한 환자들까지 재택의료 영역으로 제한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요양병원 간병 급여화와 기능 다양화는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간병급여 요양병원으로 지정되는 500개를 제외한 나머지 병원을 자율간병 요양병원, 호스피스, 임종기 케어, 재택의료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제를 푸는 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간병급여 요양병원은 의료최고도의료고도의료중도 중 치매파킨슨 등의 중증 질환 치료에 집중하고, 나머지 요양병원은 그 외 입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케어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율간병 요양병원에서 치료해야 할 환자군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편마비(의료중도) ▲와상상태에서 혈액투석(통원불가, 의료경도) ▲말기암(선택입원군) ▲격리(경증격리) ▲각종 골절이나 수술 후 회복기 단기 입원 ▲재택케어 중 급성기 증상이 발현된 단기 입원 ▲집에서의 사망을 원치 않는 임종기 케어 대상 ▲간경화 등 지속적인 시술이 필요한 환자 등이다.
임선재 회장은 통합돌봄 과정에서 재택케어가 작동하더라도 요양병원에 꼭 입원해야 하는 의료 중도경도선택입원군 환자가 존재한다라면서 이들은 간병 급여 대상자가 아니기 때문에 자율간병 요양병원에서 입원 치료하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요양병원 수가 차별 안돼기능에 따라 인력기준 차등화
간병급여화를 적용받는 500개 병원 외 나머지 800여 곳에는 자율간병을 비롯 다양성을 부여해야 하지만, 수가 차등 적용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내부 갈등을 조장하는 제도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임선재 회장은 자율간병 요양병원이라고 해서 수가를 차별해선 안 된다. 오히려 의료인력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 간병인력 기준, 간병비 역시 병원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면서 의료중심 요양병원에 대해서는 별도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4인실, 5인실 병실료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병상 축소에 따른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고 짚었다.
중증 환자의 경우 간병 급여화 적용 요양병원으로의 환자 쏠림도 우려된다.
임선재 회장은 간병급여 요양병원으로 지정되지 못하는 800개 병원들이 생존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라며 간병 급여화가 점차 진행되면 중증환자 쏠림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500개에 포함되지 못한 요양병원에도 희망을 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의사, 간호사 인력난도 선결 과제다.
임선재 회장은 요양병원들은 의료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인적, 물적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뽑을 의사가 없는 게 현실이다. 의사를 충원할 수 없어 의료기능을 강화하지 못하는 요양병원이 상당히 많다. 간호사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도 요양병원은 의료 질 향상을 위해 전문 인력을 늘리고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건강보험 통계 연보(2024)에 따르면 요양병원의 인력(의사치과의사한의사약사한약사간호사) 증가율은 5.77%로, 상급종합병원(4.3%), 병원(3.99%), 의원(4.05%), 치과(2.43%), 한방(4.45%) 등을 웃돈다.
의료중심 요양병원 확대간병인 수급대책 마련 시급
의료중심 요양병원 확대, 간병인 수급대책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중심 요양병원을 500곳을 지정해 의료 최고도, 고도 환자와 중도 일부 환자 10만 명을 대상으로 간병 급여화를 시행할 계획이다. 요양병원 한 곳 당 병상 수(200병상)에 500곳을 곱한 수치다. 숫자에만 매몰된 접근법이라는 지적이다. 의료 최고도고도 환자가 중심인 간병 급여화 대상 환자 비율(통상 4050%선)을 감안하면 500곳의 의료중심 요양병원으로는 최대로 적용해도 5만여명만 해당하기 때문이다.
안병태 수석 부회장은 정부가 목표로 한 10만명 간병 급여화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의료중심 요양병원을 800개에서 최대 1000개로 늘려야 한다라면서 요양병원 간병 급여화를 시행하면 간병인 인력난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간병인 수급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간병서비스 관리감독 표준지침 마련보수교육 요양병원협회 주도해야
간병서비스 관리감독 표준지침 제정과 관련한 의료현장의 우려도 전했다. 요양병원, 100병상 이상 병원과 한방병원, 정신병원, 종합병원 등은 지난해 12월 29일 개정된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라 간병서비스 관리감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운용 부회장은 요양병원의 간병 형태는 사적 간병, 도급, 파견, 직고용 등이 혼재돼 있다. 간병 급여화 병동은 간병인을 직고용하거나 파견 형태여서 간병인 관리감독 방안을 마련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병동과 요양병원은 표준지침을 적용할 수 없어 혼란이 예상된다라면서 정부는 향후 요양병원의 간병시스템을 직고용 중심, 사적 간병 축소 등을 유도하는 정책적 목표를 갖고 있다. 이에 따른 중장기적 방향을 명확히 해 현장에서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간병인 보수교육의 주체는 요양병원협회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선영 부회장은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간병인들에게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 가장 잘 알고 있는 게 요양병원인 만큼 요양병원협회가 간병인 교육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각 지역별로 요양병원협회 지회에서 간병인 교육을 받은 후 근무하도록 하고, 해마다 보수교육을 시행해 간병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
요양병원형 호스피스 본 사업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요양병원협회가 주도하는 생애말임종기학회(가칭) 창립도 준비중이다.
선영배 부회장은 정부는 요양병원 호스피스 시범사업을 10년째 연장하면서 본사업으로 전환하지 않고 있지만 의료현장에서는 이미 생애말기, 말기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사실상 호스피스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라며 환자와 보호자들을 위해 요양병원이 주도하는 학회를 설립하는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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