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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의료사고 시 치료비 '병원 전액 부담' 관행 '제동'

송성철 기자2026.05.06 17:50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재판장 성지용)는 A씨가 B 학교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7억 5000만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피고 병원의 책임을 25%로 제한하고, 환자 귀책에 따른 치료비 채권을 상계한 후 최종적으로 3억 77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원고 측이 대법원 상소를 포기, 확정됐다. [사진=freepik] ⓒ의협신문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재판장 성지용)는 A씨가 B 학교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7억 5000만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피고 병원의 책임을 25%로 제한하고, 환자 귀책에 따른 치료비 채권을 상계한 후 최종적으로 3억 77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원고 측이 대법원 상소를 포기, 확정됐다. [사진=freepik] ⓒ의협신문

의료사고 발생 시 사후 치료비를 전부를 병원이 부담하던 기존 관행에 제동을 건 판결이 나왔다. 환자의 불성실한 진료나 돌발 행동이 사고를 유발한 주요 원인이라면 그 비율만큼 치료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재판장 성지용)는 A씨가 B 학교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7억 5000만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피고 병원의 책임을 25%로 제한하고, 환자 귀책에 따른 치료비 채권을 상계한 후 최종적으로 3억 77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원고 측이 대법원 상소를 포기, 확정됐다.

사건은 2019년 12월, 조현병으로 B 병원에 입원 중이던 A씨가 간호사의 인솔하에 원내 산책을 하던 중 발생했다. A씨는 산책 중 갑작스럽게 난간을 넘어 약 5m 아래로 투신, 외상성 지주막하 출혈과 척수 손상에 따른 양하지 완전 마비 진단을 받았다.

A씨 측은 병원이 환자의 자살위험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감시와 관찰을 소홀히했다며 약 7억 5000만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B 병원 측은 사고 장소가 통상적인 자살 위험 지역이 아니었으며, 사고 직전까지 환자의 상태가 비교적 양호해 돌발 행동을 완벽히 차단하기 어려웠다고 항변했다. 또한 사고 후 발생한 미지급 치료비를 배상액에서 제해야 한다는 상계 항변을 내세웠다.

재판부는 병원이 산책 코스의 위험 요소를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 과실은 인정하면서도,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 중 상당 부분이 환자 측에 있다고 판단해 병원의 책임을 25%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먼저 사고 전 의료진이 자살 충동 억제를 위해 수차례 권유한 클로자핀 복용을 약 한 달간 지속적으로 거부한 점을 짚으면서 환자가 의료진의 권유에 순응해 조기에 약물을 복용했다면 자살 충동이 억제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A씨가 자발적으로 입원과 퇴원 의사를 번복하며 본인의 신체적 위험성을 판별할 수 있는 의사결정 능력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점도 책임 제한의 주요 근거로 삼았다.

이번 판결의 핵심 쟁점은 의료 사고 이후 발생한 치료비를 누가 부담하느냐였다. 기존 판례는 의사의 과실로 신체 기능 손상 시 병원이 그 후유증 치료비를 환자에게 청구하는 것은 진료 채무의 본지에 어긋나거나 손해전보의 일환으로 보아 금지해 왔다.

서울고법은 대법원의 제1판례(의사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탓으로 오히려 환자의 신체기능이 회복불가능하게 손상되었고, 또 손상 이후에는 후유증세의 치유 또는 더 이상의 악화를 방지하는 정도의 치료만이 계속되어 온 것뿐이라면 의사의 치료행위는 진료채무의 본지에 따른 것이 되지 못하거나 손해전보의 일환으로 행하여진 것에 불과하여 병원 측으로서는 환자에 대하여 수술비와 치료비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 그리고 이는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피해자 측의 귀책사유가 없는데도 공평의 원칙상 피해자의 체질적 소인이나 질병과 수술 등 치료의 위험도 등을 고려하여 의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대법원 2015. 11. 27. 선고 2011다28939 판결, 대법원 2019. 4. 3. 선고 2015다64551 판결)와 제2판례(의사의 치료 결과 후유증이 의사의 치료상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이상 의사에게 그로 인한 손해전보의 책임이 없다. 대법원 2001. 11. 9. 선고 2001다52568 판결)를 토대로 손해의 성격을 ㉮피고의 과실로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원고에게는 책임을 돌릴 수 없는 부분 25%(피고가 원고에게 손해배상을 하여야 할 부분) ㉯피고의 과실로 책임을 물을 수 없고 원고에게 책임을 돌릴 부분 37.5%(책임 제한 사유 중 원고의 귀책사유로 볼 부분) ㉰원고피고 모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부분 37.5%(책임 제한 사유 중 원고의 귀책사유로 보지 못할 부분)로 구분했다.

재판부는 ㉯부분은 피해자의 잘못으로 발생한 손해이기 때문에 의사 또는 병원 측에 부담시킨다면 정책적 문제와 부작용이 발생한다면서 법리적으로도 ㉯ 부분에 해당하는 치료는 진료채무의 본지에 따른 치료이다. 수단채무인 의사 또는 병원의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졌으나, 피해자의 잘못으로 그 치료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였을 뿐이다. 또한 ㉯ 부분에 해당하는 치료는 손해전보의 일환으로 행하여진 치료가 아니다. 피해자의 잘못으로 생긴 후유증이므로, 의사 또는 병원이 그 손해를 전보하여야 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제1판례에 따르면 피해자가 제3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경우와 가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경우 결론이 달라지는 문제가 있다. 피해자의 선택에 따라 병원의 실제 배상 범위가 달라진다면서 그로 인한 정책적 문제 또는 부작용은 ㉯부분 치료비를 병원이 피해자에게 청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완화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아울러 이 사건 사고로 척수가 손상되어 보행이 불가능한 양하지 완전마비 상태, 신경인성 방광, 신경인성 장 등 후유증은 원고가 종전에 가지고 있던 기왕의 장해(조현병)와는 다른 질병으로, 이 사건 사고 이후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는 원고의 조현병 치료를 위한 것이라면서 조현병은 기왕의 장해일 뿐 피고 병원의 치료상 과실로 남은 후유증이 아닌 이상, 제2 판례에 따라 이 사건 사고 이후 발생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비 전액을 피고가 원고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법리에 따라 A씨의 전체 치료비 중 환자 본인의 책임에 해당하는 37.5%와 사고와 직접 관련이 없는 정신과 기왕증 치료비 전액을 병원의 유효한 채권으로 인정했다. 이를 통해 병원이 환자에게 지급해야 할 배상액에서 미지급 치료비를 상계한 결과, 최종 지급액은 3억 7700만원으로 결정했다.

한편, 이번 판결은 의료사고 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병원으로부터 급여비(공단 부담금)를 전액 환수하던 기존 관행에도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을 통해 환자의 귀책 사유가 있는 부분을 진료채무의 본지에 따른 치료라고 판시함에 따라 앞으로는 병원의 실제 과실 비율에 맞춰 환수액을 산정하는 비례적 환수로의 전환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병원 법무팀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의료진의 의료과실이 일부 인정되는 사건에서 환자의 과실이 명백한 부분에 대해 정당하게 진료비를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라며 치료 과정에서 의료진의 권유에 성실히 응해야 할 의무를 저버리고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손해배상제도의 공평의 원칙을 강조한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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