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의대증원 반대 앞장선 의협회장, 면허취소 항소심 쟁점은?
윤석열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 정책 강행에 반대하며날을 세웠던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당시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의 면허 취소와 집단행동 금지명령을 취소해 달라며 전공의들이 제기한 행정 재판이 예고됐다. 이번 재판은 국가의 행정권한 행사가 특정 직역의 기본권을 어디까지 제한할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서울고등법원 제3행정부는 오는 5월 14일 오후 2시 10분 김택우 의협회장의 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 취소 소송(2025누9184)과 사직 전공의들이 제기한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명령 취소 소송(2025누8924) 판결을 선고한다.
김택우 의협회장 1심 판결 조장 행위 인정되나 3개월 정지는 과잉 징벌
먼저 김택우 의협회장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소송은 지난해 10월 30일 열린 서울행정법원 1심에서 의료계가 승소하며 정부 행정처분의 비례성 문제를 공론화했다.
보건복지부는 김택우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2024년 2월 16일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명령을 받았음에도 2024년 3월 3일 열린 의대 정원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여러분의 마음을 한 곳으로 모아 기필코 정원 저지를 위해서 앞장서겠습니다. 그리고 저 혼자 면허 취소하고 던지지 않겠습니다. 13만 대한민국 의사가 동시에 면허가 취소되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야 우리가 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저와 함께해 주십시오. 앞장서겠습니다라고 발언해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을 조장함으로써 금지명령을 위반했다는 이유로의사면허 자격정지 3개월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제14부 1심 재판부는 김택우 의협회장의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김 회장의 발언이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조장 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의료계 수장으로서 집단행동의 지속과 확산을 지지하거나 부추기는 언행을 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보건복지부의 행정처분 수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짚었다.
재판부는 의료법상 동일한 명령 위반에 대해 의료기관에 내리는 업무정지 기준은 15일 수준인데, 의사 개인에게 면허정지 3개월을 내린 것은 징계 양정의 체계적 부조화를 초래한 납득하기 어려운 처분이라고 판시했다. 또한 김 회장의 발언이 곧바로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를 야기했다고 평가하기 어렵고, 처분 기간 중에도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실질적으로 중단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정부가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판단했다.
전공의 손해배상 소송 의료공백 방지라는 공익적 목적 정당
반면,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0월 30일 사직 전공의들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교사 금지명령 취소 소송 1심 재판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증원 발표에 반대하며 이루어지는 진료 거부휴진 등의 집단행동에 참여하거나 이를 조장교사함으로써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피고의 판단이 중대한 오류가 있는 사실인정에 기초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불합리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이러한 판단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이 사건 금지명령이 비례원칙을 위반하거나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는 등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정원의 10%인 351명을 감축하기로 한 결과 2006년 3058명이 된 이래 동결된 상태인 점, 국책연구소 등 3개 연구기관에서 의료수요의 측면과 의사공급의 측면을 고려하여 독립적으로 추계한 3건의 보고서는 공통적으로 2035년에 약 1만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을 전망한 점, 이러한 자료에 기초하여 정부는 각종 회의체를 구성운영하여 의사인력 확충 문제에 관하여 의료계 등과 논의해 왔는데, 의사인력전문위원회 위원들 상당수가 구체적인 증원 범위나 방법에 관하여는 차이가 있더라도 공통적으로 의대정원 증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필수의료지역의료의 회복개선을 위한 기초로서 의사인력 충원의 방법으로 의대정원을 증원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을 한 것 자체가 현저히 잘못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집단행동에 가장 폭넓게 참여한 전공의들이 상급종합병원에서 담당하고 있던 역할과 비중, 상급종합병원의 기능 등을 아울러 고려하여 보면, 전공의들 거의 전부가 단기간에 상급종합병원에서 이탈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국민보건상의 중대한 위해 방지라는 공익상의 요청이 매우 크다면서 이 사건 금지명령이 필요최소한의 수준을 넘어 과도하게 원고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거나 이 사건 금지명령으로 입게 될 원고들의 불이익이 이 사건 금지명령으로 달성할 수 있는 공익보다 더 크다고 보기도 어렵다면서 청구를 기각했다.
감사원 의대 정원 증원, 정치적 결정정당성 확보 미흡항소심 영향은?
하지만 1심 재판부가 판결문을 통해 인용한 의사 공급에 관한 3건의 연구보고서는 감사원 감사를 통해 정치적 결정을 위한 해석의 왜곡과 숫자 짜맞추기였다는 실체가 밝혀졌고, 협의체와 위원회 심의에서도 절차적 정당성 확보에 문제가 드러나면서 2심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해 감사원은 국회 교육위원회의 의대 정원 증원 결정과 배정 과정 등에 관한 감사 요구와 관련한 감사보고서(의대정원 증원 추진 과정에 대한 감사, 2025년 11월 27일 발표)를 통해 의대 정원 증원 결정 과정에서 증원 규모 결정의 근거로 활용된 2035년 부족 의사 수(약 1.5만명) 추계의 논리적 정합성이 부족하고, 의료현안협의체 협의(보건복지부-대한의사협회)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미흡한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윤석열 정권이 강행한 의대 2000명 증원은 ▲부족 의사 수 추계 근거가 부족했고 ▲증원 규모에 대해 의사단체와 협의하지 않았으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에서 위원들에게 충분한 정보와 논의 시간을 제공하지 않아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았고 ▲늘어난 의대 정원을 전국 40개 의대에 배정하는 과정에서도 현장 실사나 의대 교수들의 의견 수렴 없이 졸속으로 추진했다고 보고했다.
감사원은 의대 증원 정책은 점진적 증원과 1차 의료 강화 및 지역의료 배분 등 의료 시스템 개편 을 비롯해 의료기술 발전과 의료서비스 형태 변화(비대면AI 등)를 반영하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지시에 맞춰 숫자를 끼워 맞춘 정치적 결정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의료계 유신시대 긴급조치와 다름 없는 업무개시명령 비판
서울고법 제3행정부가 김택우 의협회장과 전공의들의 소송을 같은 날 선고하기로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두 사건의 본질적 연관성을 깊이 있게 고려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안덕선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의사의 사직조차 금지하는 업무개시명령은 유신시대의 긴급조치와 다를 바 없다면서 문민정부 이후 태어난 젊은 전공의들에게 합리성을 상실한 국가의 요구를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강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항변했다.
의료계는 모든 의료기관을 건강보험 체계에 의무적으로 편입한 강제지정제 하에서 진료 거부권조차 박탈당한 의사들에게 노동 3권의 기본권조차 보장하지 않는 현실은 직업적 노예화와 다름없다면서 법률과 명령으로 의사의 단체행동을 불법으로 규정한 것은 국가 권력의 구조적 억압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와 사법부가 강조한 공익의 무게만큼이나, 의료인 개개인의 기본권도 동등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힌 의료계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전문가 직역의 권리는 어디까지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답해야 한다면서 5월 14일 선고를 통해 사법부가 정부의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명령 권한에 명확한 한계를 설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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