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의대증원 감사 '후속편' 군의료·교육 동시 붕괴 민낯 드러나
지난해 감사에서 제기된 의대정원 결정배정 과정의 졸속 추진 논란이, 후속 감사에서 의료공백 대응 실패와 의학교육 인프라 붕괴로 이어진 사실이 확인됐다. 정책 설계 단계의 문제를 넘어 실제 현장에서 구조적 실패로 현실화됐다는 점에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감사원이 4월 27일 공개한 의대정원 증원 추진 과정에 대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군의관공보의 등 대체인력을 투입하면서도 의료기관 수요를 반영한 배정 기준조차 마련하지 않은 채 인력을 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의 진료과목별 필요 인원보다 군의관 개인의 근무 희망지와 병원을 우선 반영하는 방식으로 인력을 배치했다. 그 결과 내과 등 7개 과목에서 650개 의료기관은 총 1166명이 부족한 상태로 방치된 반면, 146개 의료기관에는 161명이 초과 배치되는 등 심각한 왜곡이 발생했다.
실제 사례를 보면, 일부 병원은 내과 전문의 파견을 요청하고도 단 한 명도 배치받지 못한 반면, 다른 병원은 요청 인원을 크게 초과한 인력을 배정받는 등 형평성 문제도 드러났다. 의료공백 해소를 위해 투입된 인력이 오히려 현장의 불균형을 키운 셈으로, 지난해 제기된 의료공백 우려에도 불구하고 실제 대응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이 감사를 통해 확인된 것이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보건복지부에 대해 의료기관 수요를 반영한 합리적인 대체인력 배정 기준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비상진료대책의 또 다른 축이었던 회송료 가산 정책 역시 부실한 설계와 관리로 제도 취지가 무력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의 중증응급환자 대응 여력을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회송료를 30~50% 가산했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실질 심사 없이 형식적 요건만으로 지급을 승인해 제도를 사실상 방치했다.
그 결과 동일 환자를 반복 회송하거나 실제로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를 지속하는 경우에도 회송료가 지급되는 등 3662건, 약 3억1000만원 규모의 부적정 의심 사례가 확인됐다. 특히 항암치료를 지속하면서 단순 처치를 이유로 반복 회송하는 등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재정 누수는 물론 의료전달체계 왜곡까지 초래하며 정책 효과는 사실상 상실된 셈이다.
감사원은 심평원이 회송료에 대해 실질적인 심사를 실시하고, 동일 환자 재회송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개선을 요구했다.
의대 증원의 전제 조건인 의학교육 기반 역시 붕괴 수준의 미비가 드러났다.
30개 의대 중 18개는 전임교원을 계획보다 확보하지 못했고, 전체 채용률은 59%에 그쳤다. 특히 비수도권 의대는 국립대 38%, 사립대 34%에 불과해 지역 간 격차가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서는 낮은 보수와 열악한 연구교육 환경, 과중한 진료교육 병행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지방 의대 교원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는 인력 부족 업무 과중 추가 이탈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교육부의 예산 배분 역시 실제 수요를 외면한 채 증원 인원에 비례해 일률적으로 이뤄지면서 현장 혼란을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해부학 실습동이 필요한 대학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반면, 일부 대학은 필요하지 않은 사업을 추가하는 등 정책 왜곡이 발생했다.
해부학 교육의 핵심인 카데바 확보 문제도 심각하다. 의대 증원 이후 카데바 1구당 학생 수가 증가했으며, 일부 대학은 2030년 이전에 보유 시신이 소진될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대학 간 기증 시신 편차가 큰 상황에서 시신 공유를 허용하는 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기증 철회나 유족 반대 가능성 등으로 실효성 확보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은 교원 확보, 교육시설 확충, 시신 기증 활성화 등 교육여건 전반에 대한 개선 과제를 마련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에 통보했다.
의료계는 그동안 정원 확대라는 결론을 먼저 정해놓고 의료 수요, 교육 인프라, 지역 격차에 대한 검증 없이 정책을 밀어붙였다고 비판해 왔다. 이번 감사 결과는 이러한 우려가 단순한 가능성이 아닌, 의료 대응 체계와 의사 양성 기반의 붕괴로 이어졌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감사원은 일부 사안에서 위법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정작 정책의 핵심인 의료공백 대응과 교육 기반 구축에서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비판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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