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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공공병원, 착한 적자인가 나쁜 경영인가? "한국형 해법은 민간 공공성 강화"

홍완기 기자2026.04.24 12:03
김창수 연세의대 교수,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 김유일 전남의대 교수, 오영아 국립중앙의료원 교수 ⓒ의협신문
김창수 연세의대 교수,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 김유일 전남의대 교수, 오영아 국립중앙의료원 교수 ⓒ의협신문

국내 공공의료 정책이 병상인력 확충 중심의 양적 확대 논쟁에 머무르고 있는 가운데, 민간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공공의료를 소유가 아닌 기능으로 재정의하고, 보상체계와 거버넌스를 바로잡는 구조 개혁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김창수 연세의대 교수는 24일 한국지역정보개발원에서 열린 2026 한국정책학회 춘계학술대회 공공의료와 국민행복 세션에서 공공의료 논쟁은 병상과 의사 수라는 숫자에 집중돼 있지만, 실제 문제는 보상과 거버넌스라는 작동 방식에 있다고 지적했다.

김창수 교수는 공공병원이 부족하고 의사 수가 적다는 진단은 반복되지만, 단순히 공급 총량을 늘린다고 지역 필수의료 공백이 해소되는지는 근본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며 현재 논의는 필요조건에 머물러 있고, 충분조건에 대한 고민은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한국 의료체계의 구조적 특수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 전 국민 건강보험이라는 공적 보장 체계 위에서 민간이 90% 이상을 공급하는 하이브리드 구조라며 정부의 수가와 규제, 당연지정제 하에서 민간 의료기관이 사실상 공공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구조를 외면한 채 공공병원 확충만으로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접근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민간의 공공성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강화할 것인지가 정책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현재 공공의료의 구조적 문제로 ▲필수의료와 비필수의료 간 질적 불균형 ▲수요에 따른 지리적 편중 ▲보상거버넌스 부재를 꼽았다.

이 문제가 20년 이상 누적된 결과가 지금의 필수의료 공백이라며 그럼에도 정책은 여전히 얼마나 더 만들 것인가에 머물러 있다고도 지적했다.

공공병원 운영 구조에 대해서는 직설적인 진단을 내놨다.

김 교수는 공공병원은 공익성과 경영 효율이라는 상충된 목표를 동시에 요구받는 구조라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적자는 착한 적자인지, 비효율에 따른 나쁜 경영인지 구분조차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또 공공병원은 인력과 조직의 경직성으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초기 투자로는 성과를 낼 수 있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의료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면 결국 민간과 격차가 벌어진다고 했다.

공공병상 비중 확대 정책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 공공병상은 10% 미만인데 이를 40~50%까지 확대하는 것이 과연 국가 재정과 의료 효율성 측면에서 타당한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며 막대한 재정 투입에도 기대한 효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대안으로는 민간 공공성 강화를 제시했다. 김 교수는 공공병원은 감염병 대응이나 지역 안전망 등 전략적 기능에 집중하고, 민간 의료기관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공공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며 정책수가와 보상체계를 제대로 설계하면 민간도 충분히 공공의료를 담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공의대 설립이나 의대 정원 확대는 10~20년 뒤 효과가 나타나는 정책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즉각 작동 가능한 보상체계 개편과 거버넌스 혁신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에서는 공공의료 논쟁이 얼마나 더 늘릴 것인가에서 어떻게 작동하게 할 것인가로 전환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민간과 공공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기보다 기능과 역할 중심의 유연한 설계, 그리고 인센티브 체계 개편이 공공의료 개혁의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는 현행 의료체계의 핵심 문제를 인센티브와 디스인센티브의 구조적 왜곡으로 규정했다. 박형욱 교수는 필수의료 위축은 인력 부족이 아니라 보상 구조가 맞지 않는 체계의 부정합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어떤 정책도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공의료 개념에 대한 재정의를 강조했다.

박 교수는 공공의료는 소유가 아니라 재원과 기능의 문제라며 OECD에서도 공공의료를 공공 재원 중심으로 구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간 의료기관이라도 공적 재원과 계약을 통해 역할을 수행하면 공공의료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사례를 들어 1차의료를 담당하는 GP는 공무원이 아니라 독립적 자영업자지만 국가와 계약을 통해 공공의료를 수행한다며 우리 역시 민간을 배제하기보다 제도권 안에서 활용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처럼 민간 의료기관을 사실상 공공서비스에 동원하면서도 이에 상응하는 보상은 부족한 구조에서는 필수의료 기피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인센티브 구조를 바로잡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했다.

공공병원 운영 구조에 대해서도 공공 기능을 수행하면서 자체 수익으로 운영하라는 것은 구조적 모순이라며 재정책임 체계 정합성 확보를 요구했다.

김유일 전남의대 교수는 공공의료 개혁 방향으로 지역 맞춤형 기능 재편을 제시했다. 그는 공공의료기관도 획일적 역할이 아니라 지역 여건에 따라 기능을 달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민간 의료기관이 충분한 지역에서는 공공병원이 예방재택의료 등 민간이 수행하기 어려운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며 반대로 민간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공공병원의 진료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인력 확보와 보상 체계의 제약으로 우수 인재 유치가 어렵다며 재정 지원과 규제 완화, 손실 보상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 참여 확대를 위해서는 실질적 유인이 필요하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민간 병원에 공공의료 사업 참여를 제안하면 가장 먼저 어떤 보상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온다며 정책적 유도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재정적 인센티브가 필수라고 말했다.

공공의대 및 지역의사제에 대해서는 의무 복무는 동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오영아 국립중앙의료원 교수는 정부 역시 공공의료 정책을 소유 중심에서 기능 중심으로 전환하는 흐름에 있다며 민간 공공성 강화는 완결된 해답이라기보다 중요한 전략 중 하나로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정책은 의사 양성부터 배치, 역량 강화, 거버넌스까지 전주기적 구조를 축으로 재설계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영아 교수는 공공의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의과대학 교육 혁신이 핵심 과제라며 단순한 인력 확충을 넘어 어떤 의사를 어떻게 양성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역완결형 의료를 지향하면서도 여전히 병원 중심의 전달체계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다며 지방정부 등 지역 단위의 책임과 역할을 보다 명확히 설정하는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다만 지역 간 의료 격차와 고령화에 따른 수요 증가를 고려하면 인력과 인프라 확충 논의 역시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유진 원광대 교수는 지역 의료 인재 정책은 단순한 배치가 아니라 장기 정착을 가능하게 하는 삶의 조건 설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주호 충북대 교수는 민간 참여 확대 과정에서 착한 적자의 범위를 어떻게 규정하고, 재정 지원에 따른 도덕적 해이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에 대한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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