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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사 단독행위 허용 법안…"환자안전 위협 위험한 시도"

이정환 기자2026.04.23 14:52
[사진=freepik] ⓒ의협신문
[사진=freepik] ⓒ의협신문

의료기사의 업무 범위를 의사의 지도에서 처방으로 확대하려는 의료기사법 개정 움직임이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행법이 규정한 의료인과 의료기사 간의 협력 체계를 무너뜨려 자칫 무분별한 의료행위 남용과 법적 책임 소재의 불분명함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25년 10월 13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과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은 의료기사의 정의를 의사의 지도 아래에서 지도 또는 처방의뢰에 따라로 변경하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료기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정의조항 자체를 바꾸는 데 있다.

그러나 국회에서 발의된 의료기사법 개정안이 의료기사의 단독 의료행위를 허용할 우려가 있어 환자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지적이 의료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23일 입장문을 내고 현행 지도 규정을 처방으로 완화하게 되면, 법적 책임 소재를 모호하게 하고 의료 사고 대응력을 떨어뜨린다고 비판하며, 의사 주도의 방문재활팀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구체적인 안전장치 마련을 촉구했다.

■ 법적 정의 변경에 따른 면허체계 혼란 우려
의료계는 이러한 개정안이 보건의료인 면허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현행법상 의료기사 제도는 인체 위해 우려가 적은 분야에 한해 의사의 실시간 감독을 전제로 제한적 의료행위를 허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법원과 법제처 역시 의료기사의 업무가 의료기관 내에서 엄격한 지도 아래 수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의료기사 업무는 단순한 처방에 따라 시행하는 업무가 아니라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아래, 정해진 업무범위 안에서, 원칙적으로 의료기관 체계 안에서 수행돼야 한다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 법체계가 인정하는 방향이라고 짚었다.

바른의료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 법제처는 물리치료사가 의사의 지도를 받더라도 의료기관이 아닌 장소에서는 물리치료를 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그 이유는 의료기사 제도가 의사의 지도하에서 제한적으로 일부 의료행위를 허용한 것이고, 의료인 자신의 지도행위와 의료기사의 해당 업무 역시 의료행위에 해당하므로, 의료법상 의료기관 외 수행은 법률상 명시 근거 없이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바른의료연구소는 법제처의 이 해석은 남인순 의원과 최보윤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왜 위험한지를 정확히 보여준다라며 처방의뢰를 정의 요건에 넣는 순간, 기존의 지도장소범위의 결합구조를 약화시켜 보건의료인 면허 및 자격 체계에 혼란을 만들 여지가 생기게 된다고 우려했다.

대법원도 일관되게 법제처의 해석과 같은 입장을 취해 왔다.

2009년 대법원은 의료기사 제도의 취지를, 인체 위해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은 일정 분야를 의사의 지도하에서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데 있다고 판시했다.

또 2002년도에는 물리치료사가 시행령상 업무범위를 벗어나면 무면허 의료행위가 된다고 판결했고, 2017년에는 치과위생사가 허용범위를 벗어난 처치를 한 경우, 비록 치과의사의 지도감독 아래였더라도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지도는 포괄적인 면책을 위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고, 엄격한 범위 통제의 전제조건으로 보는 것이 사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의 조항 자체를 바꾸는 시도는 기존의 지도와 장소, 업무 범위가 결합된 안전 구조를 약화시킨다며 실시간 감독 없이 사후 기록 보존만으로 의료행위를 허용할 경우, 위급 상황 발생 시 즉각적인 대처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의료 사고의 책임 소재도 모호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남인순 의원과 최보윤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이 위험한 이유는, 단순히 예외조항을 하나 더 만드는 수준이 아니라 의료기사의 법정 정의 자체를 바꾸기 때문임을 짚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현행법의 지도는 지도자 존재, 범위 통제, 장소 원칙, 책임선이라는 네 요소를 묶는 기준점인데, 이를 처방의뢰로 바꾸면 실시간 감독 없는 의료행위 이후 사후 문서 작성만으로도 의료기사의 독자적인 의료행위를 허용하게 되는 문제를 발생시키게 된다고 밝혔다.

더구나 이러한 완화 조항은 물리치료사와 작업치료사만이 아니라 의료기사 전 직종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의료 전반에 다양하고 예측 불가능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밖에 다양한 문제가 우려되는 해당 법안은 환자군 제한, 고위험 제외, 응급전원 기준, 설명동의 방식, 손해배상보험, 무면허와 적법행위의 경계에 관한 별도 규정조차 두지 않고 있다며 이렇게 허술하게 법을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 단순한 사후 기록 보존 의무만 부여한다고 해서 환자 안전을 담보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 의사 주도 방문재활팀 모델 대안으로 제시
바른의료연구소는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의사 주도 방문재활팀 모델을 올바른 대안으로 제시했다.

지역사회 돌봄 대상자에 대해서는 의사의 대면진찰 후 방문재활 계획서를 만들고, 물리치료사직업치료사는 그 계획에 따라 수행하되 초기고위험 단계에서는 의사가 동행하거나 같은 팀 내 실시간 대면감독 체계를 두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기사법에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문언은 유지하고, 의료법 또는 시행령에 방문재활팀의 요건동행원칙고위험군 기준을 신설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또 필수적으로 대면 초진이 되도록 해야 하고, 환자의 위험도 분류를 해야 한다고도 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고령중증장애다약제 복용낙상위험심폐질환최근 수술환자 등은 반드시 의사의 대면평가와 금기 확인을 거친 뒤 병원 밖 재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이는 법률에 기본원칙을 두고, 대통령령과 보건복지부령에 세부 위험도 표준을 두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환자가 도서 및 벽지에 거주하고 있어 원격지도 허용이 불가피하다면, 실시간 양방향 영상, 대상 환자 제한, 세션 중단 기준, 119 또는 응급실 연계 프로토콜, 기록의무, 재평가 주기, 지도 의사의 책임범위, 보상 및 분쟁조정 기준을 법률 또는 최소한 시행령에 직접 명시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만약 이와 같은 구체적인 안전장치 없는 포괄 위임은 환자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환자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마땅하며, 단순히 돌봄을 수월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런데 현재 국회에 발의된의료기사법 개정안들을 보면, 가장 중요한 환자 안전이라는 가치는 완전히 무시되고, 지역사회 돌봄사업의 원활한 운영만 강조되면서 마치 주객이 전도된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현재 발의된 의료기사법 개정안이 보건의료인 면허 및 자격 체계에 혼란을 유발하고 환자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기 때문에 모두 폐기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만약 국회가 진정 환자와 국민 건강을 위한 방향으로 통합돌봄 사업을 추진하고자 한다면, 바른의료연구소에서 제시한 올바른 방향을 따라서 법안과 정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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