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외과 현장 특수성 외면…필수의료 붕괴 가속화할 것"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에 대해 의료계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의료사고 피해의 신속한 구제와 의료인의 안정적 진료환경 조정이라는 입법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의료 현장의 특수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대한외과학회는 10일 입장문을 통해 외과 의사가 안심하고 수술할 수 없다면 필수의료의 붕괴는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면서 ▲7일 이내의 사고 설명의무 ▲중대한 과실의 모호한 정의 ▲손해배상금 전액 지급을 전제로 한 형사특례 ▲의료사고심의위원회 구성 ▲개인의료기관에 전가된 보상 체계 등 독소조항에 대한 전면수정을 촉구했다.
먼저 7일 이내 사고 설명의무 명문화는 외과 진료 현실을 외면했다는 판단이다. 외과 수술 후 발생하는 합병증의 인과관계 규명은 단기간에 완결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불완전한 설명 강요로 인해 환자 신뢰를 훼손할 우려가 크다.
외과학회는 증거 배제 조항의 실효성에도 한계가 있다. 개정안은 위로공감유감 표명이 민형사상 책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 조항은 유감 표명에만 한정되어 있어, 설명 과정에서 의료진이 언급한 구체적인 사실관계나 경위가 별도의 증거로 활용될 여지를 충분히 차단하지 못한다라면서 미국캐나다 등에서 시행 중인 포괄적 사과법(Apology Law)과 같이 설명 전 과정에서 이뤄진 의사소통 전반에 대한 증거 사용 제한이 명문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학적 판단보다 사후 지침 잣대로 평가되는 중대 과실도 재검토해야 한다. 보험 미가입에 대한 제재도 의사 개인에게 부과하면 안 된다.
외과학회는 환자의 해부학적 특성과 응급 상황에 따른 즉각적 외과적 판단을 사후적으로 지침의 잣대로만 평가토록 해 방어 진료를 강요할 우려가 크고, 외과 현장 인력의 구조적 현실을 고려치 않은 채 일률적으로 중대 과실로 규정했다라면서 보험 가입 여부나 사후 설명 이행 여부를 형사 처벌의 요건과 결합하는 구조는 형사법의 책임주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보험 미가입에 대한 제재는 의무 주체인 개설자에게 향해야 하며, 현장 의사의 형사 보호와 분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해배상금 전액 지급을 전제로 한 형사특례의 문제점도 짚었다.
외과학회는 고액의 손해배상금 전액을 즉시 마련할 수 있는지 여부는 의료기관의 규모와 개인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결정된다라면서 이는 의사의 의료행위 자체가 아닌 재력에 따라 형사 책임의 결과가 달라지는 명백한 불평등을 야기하며, 외과 의사들의 필수의료 현장 이탈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료사고심의위원회 구성의 전문성도 확보되기 어렵다.
외과학회는 의료사고심의위원회 17명 중 의료인은 5명(29%)에 불과하다. 고난도 외과 수술의 과실 여부는 임상적 맥락과 수술 현장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는 공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라면서 절차적 정당성도 미흡하다. 당사자의 이의 제기 절차와 의견 진술권 보장이 개정안에 명확히 규정되지 않았다.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에 어긋나며, 의료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의사 개인이나 의료기관에 고액의 보험료와 배상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외과학회는 선진국과 같이 과실 여부와 무관하게 의료사고 피해를 국가가 우선 보상하고 사후에 책임을 정산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라면 보험료 일부만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 차원의 공적 보상 시스템과 재정 지원 방안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외과의사들이 형사민사적 처벌에 대한 공포로 수술실을 떠나는 상황이 빚어지면 안 된다.
외과학회는 외과계 필수의료 현장의 특수성과 현실적 부담을 충분히 반영치 못한 채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미 심각한 위기에 처한 외과계 필수의료 붕괴를 더욱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라면서 환자의 권익 보호와 외과 필수의료의 지속 가능성은 서로 충돌하는 가치가 아니다. 두 목표가 균형 있게 달성될 수 있도록 외과계를 비롯한 의료현장 전문가들과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법안을 면밀히 보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에 대한 대한외과학회입장
외과 의사가 안심하고 수술할 수 없다면 필수의료의 붕괴는 더욱 가속화 될 것입니다.
대한외과학회는 의료사고 피해의 신속한 구제와 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 환경 조성이라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합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수술이라는 고도의 침습적 의료행위를 수행하는 외과 현장의 특수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채, 의료
인에게만 일방적인 법적경제적 부담을 지우고 있습니다. 이에 본 학회는 외과 의료 체계의 붕괴를 막기 위해 다음과 같은 독소 조항의 전면적인 수정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1. 7 일 이내의 사고 설명의무는 외과의 진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합니다
- 적용 범위와 비현실적 기한: 외과 수술 후 발생하는 합병증의 인과관계 규명은 단기간에 완결되기 어렵습니다. 7일이라는 기한은 의료진에게 불완전한 설명을 강요하고, 결과적으로 환자와의 신뢰를 훼손할 우려가 큽니다.
외과 수술의 특성을 반영하여 설명 시기와 방식에 관한 보다 유연한 기준 마련이 필요합니다.
- 증거 배제 조항의 실효성 한계: 개정안은 위로공감유감 표명이 민형사상 책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유감 표명에만 한정되어 있어, 설명 과정에서 의료진이 언급한 구체적인 사실관계나 경위가 별도의 증거로 활용될 여지를 충분히 차단하지 못합니다. 미국캐나다 등에서 시행 중인 포괄적 사과법(Apology Law)과 같이, 설명 전 과정에서 이루어진 의사소통 전반에 대한 증거 사용 제한이 명확히 명문화되어야 합니다.
2. 중대한 과실의 모호한 정의가 초래할 방어진료의 결과는 결국 국민에게 되돌아갑니다
- 외과 현장을 위협하는 포괄적 과실 범위: 개정안 제 2 조의 2 는 중대한 과실을 12 개 유형으로 열거하고 있습니다. 제7호(의학적 진료지침에서 현저히 벗어난 경우)는 환자의 해부학적 특성과 응급 상황에 따른 즉각적 외과적 판단을 사후적으로 지침의 잣대로만 평가하도록 하여 방어 진료를 강요할 우려가 큽니다. 아울러 제6호(전공의 위임 후 미감독)는 외과 현장의 인력 구조적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중대 과실로 규정한 것으로, 외과 분야 전문가와의 충분한 협의를 통한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 형사법적 원칙 훼손: 보험 가입 여부나 사후 설명 이행 여부를 형사 처벌의 요건과 결합하는 구조는 현대 형사법의 책임주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됩니다. 또한 개정안 제 47 조는 보건의료기관개설자에게 책임보험 가입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설자가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보험 가입 여부를 전혀 통제할 수 없는 봉직의나 전공의 등 개인 의사도 형사 불소추 혜택에서 배제됩니다. 이는 타인의 법적 의무 불이행에 대한 불이익을 의사 개인에게 연대적으로 귀속시키는 것으로, 형사법의 개인책임 원칙에 반합니다. 보험 미가입에 대한 제재는 의무 주체인 개설자에게 향해야 하며, 현장 의사의 형사 보호와 분리되어야 합니다.
3. 손해배상금 전액 지급을 전제로 한 형사특례는 실효성이 없습니다.
- 민사책임의 전치: 개정안 제46조의8은 확정판결이나 이에 준하는 집행권원상 금액의 전액 지급을 공소 제한의 요건으로 규정합니다. 집행권원을 확보하려면 민사 소송을 통한 확정 판결이 선행되어야 하므로, 형사 불소추 혜택을 받기 위해 먼저 민사 소송을 완료해야 하는 순환 구조가 형성됩니다. 이 특례 조항은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사문화된 규정에 불과하며, 필수의료 보호라는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 경제적 불평등 초래: 설령 이 특례가 적용된다 하더라도, 고액의 손해배상금 전액을 즉시 마련할 수 있는지 여부는 의료기관의 규모와 개인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결정됩니다. 이는 의사의 의료행위 자체가 아닌 재력에 따라 형사 책임의 결과가 달라지는 명백한 불평등을 야기하며, 외과 의사들의 필수의료 현장 이탈을 가속화할 것입니다.
4. 의료사고심의위원회의 구성은 전문성과 절차적 정당성이 모두 미흡합니다.
- 임상 전문성의 구조적 결여: 개정안 제46 조의 3에 따르면 심의위원회 17명 중 의료인은 5명(29%)에 불과합니다. 고난도 외과 수술의 과실 여부는 임상적 맥락과 수술 현장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는 공정하게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법의학적 관점과 임상 현장의 판단은 근본적으로 다르며, 의료인 비율이 29%에 그치는 구조에서는 외료적 의사결정의 특수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우려가 크며, 외료 분야 전문가 비중을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구성을 재검토해야 합니다.
- 절차적 정당성 미흡: 심의위원회의 결정은 수사 및 기소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침에도, 당사자의 이의 제기 절차와 의견 진술권 보장이 현행 개정안에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는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에 어긋나며, 의료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습니다. 심의 결과에 대한 불복 절차와 당사자 의견 진술 기회를 법률에 명시하는 것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5. 국가의 책임 있는 공적 보상 체계 구축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 개인 부담의 한계: 필수의료는 국가가 유지해야 할 공공재입니다. 고액의 보험료와 배상 책임을 의료기관과 개인에게만 전가하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선진국과 같이 과실 여부와 무관하게 의료사고 피해를 국가가 우선 보상하고사후에 책임을 정산하는 구조의 도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보험료 일부 국가 지원(개정안 제48조)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에 근본적으로 부족하며,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 차원의 공적 보상 시스템과 재정 지원 방안이 먼저 마련되어야 합니다.
대한외과학회는 국회와 정부에 다음과 같이 거듭 요청합니다.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이라는 제도의 취지에는 진심으로 공감합니다. 그러나 이 법안이 외과계 필수의료 현장의 특수성과 현실적 부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시행될 경우, 이미 심각한 위기에 처한 외과계 필수의료의 붕괴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칼을 들고 생명을 살리는 외과의사들이 형사민사적 처벌에 대한 공포로 수술실을 떠나는 상황이 현실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환자의 권익 보호와 외과 필수의료의 지속 가능성은 서로 충돌하는 가치가 아닙니다. 이 두 목표가 균형 있게 달성될 수 있도록 외과계를 비롯한 의료현장 전문가들과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법안을 면밀히 보완해 주시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대한외과학회는 앞으로도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필수의료 파수꾼으로서, 환자 안전과 지속 가능한 외과 필수의료 환경 구축을 위한 합리적 제도 개선에 적극 협력하겠습니다.
2026 년 4월 10일
대한외과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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