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의사 처방약 누락한 약사 면허정지 정당"
의사가 발행한 처방전에서 의약품 일부를 빠뜨리고 조제한 약사에게 내린 면허정지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누락 조제가 고의 없는 단순 실수라도 의사와 약사가 처방과 조제를 점검해 환자의 안전을 도모하는 의약분업제도의 근본 취지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대전지방법원은 최근 울산광역시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면허정지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정부의 손을 들었다. 이 판결에 원고가 항소하지 않아 최종 확정됐다.
사건은 지난 2023년 7월, A씨가 인근 소아청소년과의원에서 발행한 처방전에 따라 처방약을 조제하면서 처방 목록에 있던 항히스타민제 페라나민정을 실수로 빠뜨린 채 조제한 것이 발단이 됐다.
울산 중구 보건소는 A씨를 약사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 검찰은 A씨가 경제적 이익을 취하려 한 것이 아닌 업무상 단순 누락이라는 점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보건복지부는 형사 사건과 별개로 약사법 제79조 및 제26조를 적용, 7일 간 약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A씨는 고의가 아닌 단순 업무상 과실이었으며, 약사법 제26조 제1항은 문언상 고의로 처방을 변경수정하는 경우만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수년간 성실히 근무하며 표창을 받은 점, 단 1회의 위반행위로 면허를 정지하는 것은 재량권 남용이라며 부당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단호했다.
재판부는 행정법규 위반에 대한 제재 조치는 행정 목적 달성을 위해 객관적 사실에 착안해 가해지는 것이라는 대법원 판례를 재확인했다.
재판부는 약사법 제26조 제1항은 약사가 의사의 동의 없이 처방을 변경하거나 수정하여 조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일부 약제를 누락하여 조제한 행위는 결과적으로 처방과 다르게 조제한 객관적 사실에 해당하므로, 고의나 과실 여부와 상관없이 법령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의약분업 제도의 핵심 가치를 강조했다.
재판부는 의약분업 제도는 의사와 약사가 역할을 분담하여 처방 및 조제 내용을 서로 점검협력함으로써 불필요하거나 잘못된 투약을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마련된 것이라며 약사는 의사의 처방 내용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으며, 단순 실수라 하더라도 이를 용인할 경우 제도 전체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에서 누락된 페라나민정은 소아청소년과에서 감기나 비염 증상 완화를 위해 다빈도로 처방되는 1세대 항히스타민제(성분명 클로르페니라민말레산염)다. 주로 코감기로 인한 콧물, 재채기를 억제하고 피부 가려움증이나 두드러기 증상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비록 1세대 약물 특유의 졸음 부작용이 있으나, 소아 환자들에게는 알레르기 증상을 조절하는 데 필수적인 약제 중 하나로 꼽힌다.
재판부는 소아청소년 치료에 필수적인 약제를 약사의 부주의로 복용하지 못하면 환자의 치료 기회가 박탈되고 질병 완화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점에 무게를 실었다.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는 약사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약사법 시행규칙에서 조제 원칙 1차 위반 시 자격정지 15일이지만 보건복지부는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점을 고려해 법정 감경 한도인 2분의 1을 적용, 7일로 처분 수위를 낮췄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보건복지부는 이미 원고에게 유리한 사정들을 충분히 반영해 감경할 수 있는 최대치로 처분했다며 이 사건 처분이 비례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을 위반하여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결론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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