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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조정법 통과 임박? "형사처벌 중심 설계, 현장 충돌 우려"

홍완기 기자2026.04.10 17:10
국회의사당 전경 ⓒ의협신문
국회의사당 전경 ⓒ의협신문

보건복지부가 이달 내 의료분쟁조정법 국회 본회의 통과를 기정사실화하고 나서면서, 환자시민단체와 의료계 직역 단체를 중심으로 한 우려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환자 보호라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의료현장에 미칠 파장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제도가 설계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좋은의료문화연대와 공정의료시민연구소는 10일 국회의원들에게 의견서를 제출하고, 이번 개정안이 의료사고 예방분쟁조정형사특례보상체계를 포괄적으로 개편하는 구조인 만큼 정책 간 상호작용과 의료현장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지적하는 핵심 쟁점은 ▲형사처벌 중심 접근 ▲중대한 과실과 의학적 예측 가능성 등 불명확한 책임 기준 ▲의료사고심의위원회 신설에 따른 행정기구의 형사 판단 영향 가능성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의료사고심의위원회 신설과 관련해, 행정기구가 사실상 형사책임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이 도마에 올랐다. 위원회 판단이 법적 구속력은 없더라도 수사와 기소 과정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전문성과 중립성, 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결과 중심의 사후 평가로 흐를 경우 의료현장의 복잡한 판단 과정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7일 내 설명 의무 등 설명동의 강화 조항 역시 논란이다. 일정 기간 내 설명을 강제할 경우 충분한 의학적 검토 이전에 불완전한 설명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고, 사실상 강행 규정으로 작용해 의료인의 방어권을 제한할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조정 절차 자동개시 확대는 의료분쟁 증가와 행정 부담을 키울 수 있으며, 책임보험 의무화는 국가가 부담해야 할 위험을 개별 의료기관에 전가하는 구조로 작용해 필수의료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중대한 과실과 의학적 예측 가능성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은 법적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방어진료를 유발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의료계 학회들도 잇따라 우려 입장을 내놓고 있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10일 입장문에서 이번 개정안이 형사특례 적용 요건으로 보험 가입, 설명 의무 이행, 손해배상 등을 결합하면서 형사책임 판단에 사후적 요소가 개입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행위 당시의 고의과실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형사법의 기본 원리와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마취 영역 특성상 사고 원인 규명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음에도 7일 내 설명 의무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현실과 괴리가 크다고 밝혔다. 응급소아산모 환자 진료에서는 검사, 설명, 보험 요건 등을 동시에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이 빈번한 만큼 제도 설계의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내과학회는 9일 성명을 내고 중대과실 범위를 구체적으로 나열하는 방식이 의료행위의 불확실성과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결과 중심의 기계적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증응급분만 등 필수의료 영역에서 의료진의 법적 부담을 가중시켜 진료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대한신경과학회 역시 8일 입장문에서 급성 뇌졸중, 중증 뇌전증 등 시간 의존적 판단이 중요한 분야에서 획일적 기준 적용이 방어진료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충분한 검토 이전의 설명 강제는 불완전한 의사소통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공감 표현이나 사과가 법적 불이익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하는 보호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역시 형벌 중심 접근의 한계를 지적한다.

좋은의료문화연대는 의료사고 상당수가 인력 부족과 시스템 문제 등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됨에도 이를 형사처벌 중심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필수의료 정의가 고난도 중심으로 협소하게 설정될 경우 지역 12차 의료기관이 보호 대상에서 배제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들은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공적 보상체계 확립과 환자안전 시스템 개선, 전문가 중심의 동료평가 강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의료 선진국이 공적 보험 또는 사회적 보상 시스템을 통해 의료사고 위험을 분산하고 의료인 개인의 법적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좋은의료문화연대는 의료행위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이루어지는 전문적 판단의 연속이라며 결과에 대한 형사처벌 확대는 필수의료 기피와 진료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전문가시민 참여 공론화를 통해 법안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통과 낙관 복지부국회는 상정 지연 가능성

법안 국회 본회의 상정을 두고는 보건복지부와 국회 안팎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은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빠르면 10일본회의, 늦어도 이달 안 통과 가능성을 확실시 하고 나섰던반면 국회에서는 장기전 돌입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신현두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과 곽순헌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최근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이달 내 국회 통과를 자신했다.

해당 법안이 여야 합의로 올라왔고,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표결에서 기권이 있었을 뿐, 반대가 없었다는 점에서 무리 없이 본회의를 통과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국회에서는 본회의 상정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고위관계자는 현재 국회에서는 해당 법안에 대한 의료계 내부 반대 의견에 의아함을 표하는 분위기라며 환자, 의료계 모두 환영하지 않는 법안을 무리해서 통과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특히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표결 방식으로 통과시킨 데 대한 지적도 있는 상황이라면서 필리버스터 우려가 없는, 이견이 없는 법안을 우선 올리기도 했기 때문에 의료계의 반대 목소리가 이어진다면, 장기 표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국회는 10일 본회의를 개최했지만 추가경정예산안 관련 안건 18개만을 상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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