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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과 '의료분쟁' 잇따라 억대 배상 판결

송성철 기자2026.04.02 15:30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는 최근 종격동 종양(가슴샘종)을 발견하지 못해 사망에 이른 A군의 유족이 B학교법인과 C의료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는 최근 종격동 종양(가슴샘종)을 발견하지 못해 사망에 이른 A군의 유족이 B학교법인과 C의료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부모에게 각각 1억 1487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사진=freepik] ⓒ의협신문

서울남부지방법원이 최근 소아청소년진료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분쟁에 잇따라 거액의 배상 판결을 내리면서 의료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900g 초극소 미숙아의 수술 지연에 대해 3억원대 배상을 판결한 데 이어, 이번에는 희귀 종양을 진단하지 못한 병원에 2억원대 배상 책임을 물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는 최근 종격동 종양(가슴샘종)을 발견하지 못해 사망에 이른 A군의 유족이 B학교법인과 C의료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부모에게 각각 1억 1487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지난 2020년 11월 2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마른기침호흡곤란구토 증세로 B학교법인이 운영하는 G병원 응급실을 찾은 A군은 급성 기관지염 진단을 받고 경구약을 처방받은 뒤 귀가했다.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다음날 C의료법인이 운영하는 H병원에 입원, 각종 검사와 흉부 엑스레이(Chest AP)를 촬영하고, 수액항생제스테로이드 주사네뷸라이저 호흡기 치료 등을 받았다. 하지만 입원 이틀째 되는 날 오전 6시 12분경 병원 화장실에서 의식을 잃었고, CPR과 기도삽관에 이어 중환자실 치료를 받았으나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H병원 의료진은 11월 25일 오후 1시 5분경 I병원으로 A군을 전원, 치료를 계속했으나 심한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뇌탈출)으로 인한 활력징후 불안정과 저산소증 등의 상태가 지속되면서 11월 25일 오후 3시 58경 사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사인은 13cm 크기의 종격동 종양이 가슴 안쪽 주요 혈관과 기도 압박을 초래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원고 측은 호소하는 증상과 흉부 엑스레이 영상 등을 토대로 종격동 종양 가능성을 의심해 CT 검사 등 추가 검사를 해야 하는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고, 응급조치를 지연해 사망에 이르렀다며 5억 7천만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G병원 의료진은 내원 당시 증상이 급성 기관지염에 합당한 증상을 보였고, 종격동 종양에 의한 호흡곤란으로 사망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었다고 항변했다. H병원 의료진 역시 망아의 활력징후가 정상 범위였고, 보이는 증세만으로는 CT 검사 등을 실시할 주의의무도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이미 종양이 많이 진행된 상태여서 예후가 좋지 않았고, 병명을 정확히 진단하더라도 수술을 실시하기까지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구토나 배꼽 주위 통증 및 압통은 급성 기관지염이나 편도염의 증상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설령, 그 원인이 심한 기침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G병원 의료진은 그 원인을 문진 등으로 확인해 보았어야 하나, 이를 확인하였다는 사정은 드러나지 아니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G병원 의료진은 망아의 증세와 Chest AP 등의 검사 결과 등을 통하여 종격동 종양의 가능성을 의심하거나, 적어도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CT 검사 등의 추가검사를 실시할 주의의무를 부담함에도 이를 해태한 진단상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H병원 의료진에 대해서도 망아의 증세와 Chest AP 등의 검사 결과 등을 통하여 종격동 종양일 가능성을 의심하거나, 적어도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CT 검사 등의 추가 검사를 해태한 진단상의 과실이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질환의 희귀성과 종양의 진행 정도를 고려해 병원의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이번 판결을 내린 서울남부지법 재판부는 재태연령 26주 3일, 체중 900g으로 태어난 미숙아의 동맥관 개존증(PDA) 수술을 지연한 과실로 뇌성마비를 유발했다는 이유로 병원 측에 3억 1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소아 진료와 관련해 잇따라 수억 원대 배상 판결이 나오자 소아청소년과 진료현장에서는 당혹감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젊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의 모임인 NextGen Pediatrics(이하 NGP)는 지난 3월 24일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과 같은 기준이 지속될 경우, 그 영향은 개별 사건을 넘어 대한민국 소아청소년과 진료 체계 전반에 다음과 같은 구조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결과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의료진 개인에게 과도한 책임이 부과되는 환경은 단순히 한 병원의 손실로 끝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의료진은 이제 최선의 치료가 아닌 법적 리스크가 적은 치료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NGP는 우려되는 것은 지금까지 사명감으로 유지해 온 전원 시스템의 붕괴다. 전원 환자의 치료 결과에 대해 막대한 법적 책임이 따르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상급종합병원은 고위험 환자 수용을 주저하게 되고 다른 대학병원에서도 고위험 분만 자체를 회피하게 될 것이라면서 선의로 전원을 받는 일이 사라진 자리에는 치료 기회를 잃은 아이들의 참담한 현실만이 남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NGP는 사법부는 필수의료에 대한 법적 판단 기준을 정립하고, 결과 중심의 판단이 아닌 전문성과 의료진의 의도를 반영한 판결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행정부에는 배상보상 주체를 국가로 전환하여 환자가족과 의료진이 모두 보호 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책임보상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의료진이 법적 리스크가 아닌 의학적 판단으로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현재 두 사건 피고 병원은 모두 서울고등법원에 상소,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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