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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환자 치료 중 '희귀 약물 부작용' 사망…의료진 책임 부정
버스 교통사고로 상해를 입은 뒤 치료 과정에서 드물게 발생하는 약물 알레르기 질환인 드레스증후군(Drug Reaction with Eosinophilia and Systemic Symptoms, DRESS syndrome)이 발병해 합병증으로 사망한 사건에서 항소심 법원이 의료과실을 인정한 1심 판결을 뒤집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망 결과와 교통사고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버스공제조합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고등법원은 망인 A씨의 자녀들이 국민건강보험공단(병원 운영 주체)과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B버스공제조합) 등을 상대로 제기한 2억 3천만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건보공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반면, 사고를 일으킨 버스회사 보험자인 B버스공제조합의 배상 책임을 60%로 인정, 1억 1908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사건은 2019년 4월 경기 고양시에서 발생한 버스 교통사고에서 시작됐다. 당시 버스 운전사는 정지신호를 위반하고 진행하다 보행자 신호에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던 피해자를 충격했다. 피해자는 좌측 척골 오구돌기 골절우측 견관절 견봉-쇄골간 인대 및 오구돌기-쇄골간 인대 파열견갑골 골절 등의 상해를 입고 C병원에 입원, 수술을 받았다. 장기간 입원 치료에도 통증이 지속되자 10월 6일 정형외과와 정신과 치료를 위해 건보공단 운영 병원으로 전원됐다. 병원 의료진은 MRI 검사에서 골수염이 의심되자 10월 18일부터 항생제 세페핌과 테이코플라닌을 투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투약 열흘 뒤부터 고열과 피부 발진이 나타났고, 11월 21일 최종적으로 드레스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이후 다른 D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이어갔으나, 드레스증후군의 합병증인 심근염에 의한 심부전이 악화돼 2020년 1월 23일 사망했다.
유족측은 버스 운전자의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고 치료 과정에서 여러 병원 의료진의 과실까지 겹쳐 사망에 이르렀다며 버스 보험자인 B버스공제조합과 건보공단C병원 법인을 상대로 약 2억 6천만원대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에서는 세균 감염이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항생제(세페핌)를 권장 기간(10일)보다 긴 2주 이상 투여했고, 드레스증후군과 같은 치명적인 부작용이 생길 수 있음을 미리 알리지 않아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면서 손해액의 60% 범위에서 책임을 인정, 건보공단과 B버스공제조합이 공동으로 1억 1908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항소심은 드레스증후군 발병과 관련한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B버스공제조합의 책임만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진료기록 감정 결과 등을 근거로 병원 의료진이 항생제를 투여한 것 자체나 치료 경과에 의료상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특히 드레스증후군은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약물 알레르기 질환으로 특정 약물의 투여량이나 기간과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드레스증후군은 약물 복용 후 심각한 피부 발진과 함께 발열혈액 이상(호산구 증가)전신 장기(간신장 등) 손상을 동반하는 중증 항원-항체 반응 질환. 특정 약물을 10001만번 정도 사용했을 때 1회 정도 발생하며, 치사율이 51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물 복용 후 28주라는 긴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원인 약물을 찾기도 어렵다.
항소심 재판부는 드레스증후군은 개인의 체질적 과민반응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다양한 약물이 원인이 될 수 있다면서 이 사건에서도 특정 항생제 투여와 드레스증후군 발생 사이에 의학적으로 확정적인 인과관계를 인정할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또 환자가 사고 이후 여러 병원에서 항생제진통제정신과 약물 등 다수의 약물을 장기간 복용한 점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이와 같은 다종 약물 복용 환경이 면역 상태에 영향을 미쳐 드레스증후군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항생제 투여 전 드레스증후군 위험에 관해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드레스증후군은 이론상 모든 약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고, 특정 항생제의 통상적예측 가능한 부작용으로 알려졌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당시 의료 수준에 비추어 이러한 위험까지 설명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병원 의료진의 과실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를 수술한 병원 의료진이 수술 합병증 가능성 등을 설명했고, 이후 치료 과정에서도 환자의 상태를 관찰하며 적절한 진료를 했다고 지적했다.
교통사고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는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망인은 교통사고로 인한 상해 및 후유증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드레스증후군이 발병했고 이것이 중간 선행사인이 돼 사망에 이르렀다면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상해 치료 자체가 필요 없었을 것이고, 치료 과정에서 드레스증후군이 발병해 사망에 이르는 결과도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교통사고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고 이후 치료 과정에서 드레스증후군과 심근염이라는 이례적 상황이 겹쳐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며 B버스공제조합과의 책임을 60%로 제한해 일실수입치료비장례비와 위자료를 포함해 1억 1908만원을 유족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원고 측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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