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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과학적 '운전금지 약물' 분류…"오히려 더 위험" 

이영재 기자2026.04.08 09:38

약물운전 예방은 처벌이 아닌 근거 기반의 가이드라인과 교육으로 이뤄져야 한다. 약을 복용하는 것보다 약을 복용하지 못하는 게 더 위험할 수 있다.

최근 대한약사회가 386개 의약품 성분을 4단계(단순 주의운전 금지)로 일방적으로 분류한 데 대해 현대의학의 원칙을 훼손한 비과학적 조치라는 비판이 나왔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8일 입장문을 통해 약물운전 예방은 처벌이 아닌 근거 기반의 가이드라인과 교육으로 이뤄져야 한다라면서 약을 복용해서 위험한 게 아니라 약을 복용하지 못하는 게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정 약물의 단편적 초기 부작용만을 근거로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약을 복용해 온 환자들까지 운전금지로 내모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이번에 약사회가 제시한 금지약물 분류에는 인슐린, 당뇨병 치료제, 항히스타민제 등 다양한 필수의약품도 포함돼 있다. 국민의 모든 건강 영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료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는 판단이다.

약 복용보다 치료를 중단하는 게 더 위험하다는 의미다.

신경정신의학회는 무분별한 금지 목록 배포와 처벌 위주의 단속 예고가 초래하는 가장 큰 위험은 생업을 위해 운전해야 하는 환자들이 사회적 낙인과 처벌에 대한 공포로 인해 꼭 필요한 약물 복용을 스스로 중단하게 만드는 데 있다라면서 미국영국프랑스호주캐나다독일 등 어느 선진국에서도 특정 직능 단체가 의학적 치료에 사용되는 처방약을 독자적으로 운전 금지로 분류해 배포한 사례는 없다라고 단언했다.

실제로 국제적인 대규모 역학 연구들은 적절한 정신과 약물 치료가 약물로 인한 부작용 위험보다 질환의 증상(충동성인지 저하 등) 조절을 통해 교통사고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춘다는 사실을 명백히 증명하고 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 고착화와 기본권 침해 문제도 짚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획일적인 운전금지 낙인은 이미 낮은 정신건강 질환 치료율을 더욱 하락시키고, 미치료 정신질환으로 인한 교통사고 위험을 증가시키며, 생업을 위해 운전이 필수적인 환자들의 기본적 생활권을 침해하고, 처방 의사에게 과도하고 불명확한 법적 책임을 전가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도로교통 안전과 환자 건강권 보호를 위한 정책 제언도 내놨다.

신경정신의학회는 다학제 협력에 기반한 국가 표준 의학 평가 가이드라인 제정을 통해 영국 운전면허청(DVLA), 일본 후생노동성(MHLW)의 사례처럼 담당 전문의의 개별적 임상평가를 최우선 법적 기준으로 삼고, 도로교통법 내 의학적 방어(Medical Defence) 조항 신설해 합법적으로 치료받고 있고 실질적인 주행 능력에 지장이 없는 환자의 경우 단속 및 형사 처벌을 면제하는 인권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라면서 전문의 진료권 보장과 대국민 인식 개선 캠페인을 통해 진료 현장의 의사들이 방어 진료나 법적 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최선의 의학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두터운 처방권을 보장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정신질환자는 도로 위에서 안전하다는 과학적 진실을 알리는 범국가적 캠페인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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