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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관리급여'보다 먼저 '관리실손보험제도' 필요

손문호 KMA폴리시 특별위원2026.04.07 11:27
지금 필요한 것은 관리급여가 아니라, 관리실손보험제도다. 보험을 바로 세우지 않고 의료를 통제하는 정책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의료를 보호하는 것이 곧 환자를 보호하는 길이라는 점을, 이제는 정책 설계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사진=freepik] ⓒ의협신문
지금 필요한 것은 관리급여가 아니라, 관리실손보험제도다. 보험을 바로 세우지 않고 의료를 통제하는 정책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의료를 보호하는 것이 곧 환자를 보호하는 길이라는 점을, 이제는 정책 설계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사진=freepik] ⓒ의협신문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도수치료 관리급여 논의는 의료계에 또 하나의 중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과연 지금 우리가 다루고 있는 문제의 본질은 의료행위의 가격인가, 아니면 의료비를 결정하는 구조인가?

이번 논의에서 드러난 방향은 명확하다. 정부는 비급여 영역을 관리급여로 편입시키고, 이를 통해 의료행위의 가격을 통제하려 한다. 그러나 이 접근은 문제의 본질을 비껴가고 있다. 현재 의료 왜곡의 핵심 원인은 의료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 배후에서 작동하는 실손보험 구조에 있기 때문이다.

도수치료를 포함한 비급여 진료의 확대는 흔히 의료기관의 과잉진료 문제로 설명되지만, 실제로는 실손보험이 만들어낸 수요 구조의 결과다. 환자는 비용 부담이 낮아지기 때문에 서비스를 선택하고, 의료기관은 이에 대응할 뿐이다. 즉, 수요를 설계한 것은 의료가 아니라 보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실손보험 구조는 그대로 둔 채, 의료행위의 가격만을 낮추려 한다.

이는 환자의 체감 부담을 줄이지 못하면서 의료기관의 수익만 감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특히 관리급여와 같이 본인부담률이 9095%에 달하는 구조에서는 환자 입장에서의 변화는 미미하고, 의료기관만 일방적으로 손실을 떠안게 된다. 이러한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의료비를 통제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위축이라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도수치료와 같은 시간집약적 진료는 수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유지가 불가능하다. 결국 의료기관은 해당 서비스를 축소하거나 중단하게 되고, 그 피해는 다시 환자에게 돌아간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여러 비급여 급여화 정책에서도 동일한 패턴이 나타났다. 가격을 낮추고, 공급이 줄고, 다시 정책으로 개입하는 악순환이 이어져 왔다. 이제는 이 고리를 끊어야 한다.

그 출발점은 관리실손보험제도다.

실손보험은 이미 국민 다수가 가입한 사실상의 준공적 보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별로 상이한 약관과 지급 기준이 존재하며, 그 기준은 외부에 충분히 공개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의료현장은 보험사의 내부 기준에 의해 간접적으로 통제되고 있다. 이는 공적 의료체계 위에 또 하나의 비공식 통제 시스템이 존재하는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정책의 방향은 의료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보험을 관리하는 것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손문호 KMA폴리시 특별위원 ⓒ의협신문
손문호 KMA폴리시 특별위원 ⓒ의협신문

첫째, 실손보험의 보장 범위와 지급 기준을 표준화해야 한다.

둘째, 보험사의 지급 기준과 심사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셋째, 의료계가 참여하는 공동 의사결정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넷째, 과잉 이용으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해 보험사 역시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

이러한 관리체계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료행위만을 규제하는 것은 근본적 해결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의료의 자율성과 지속가능성을 훼손하고, 결국 환자의 선택권과 접근성을 제한하게 된다. 의료는 가격으로만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의료는 전문성과 책임, 그리고 신뢰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체계다. 그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결정하는 시스템 자체를 바로잡아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관리급여가 아니라, 관리실손보험제도다. 보험을 바로 세우지 않고 의료를 통제하는 정책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의료를 보호하는 것이 곧 환자를 보호하는 길이라는 점을, 이제는 정책 설계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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