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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건보공단 28배 징수금 재환수 처분…재량권 남용"

송성철 기자2026.04.06 15:33
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약사 A씨가 건보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재환수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최근 밝혔다. 재판부는 재환수 처분이 위반행위 종료일으로부터 14년 9개월이 지난 늦은 시점(선행 취소판결 확정일로부터 약 4년 5개월)에 이루어진 점도 문제 삼았다. [사진=freepik] ⓒ의협신문
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약사 A씨가 건보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재환수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최근 밝혔다. 재판부는 재환수 처분이 위반행위 종료일으로부터 14년 9개월이 지난 늦은 시점(선행 취소판결 확정일로부터 약 4년 5개월)에 이루어진 점도 문제 삼았다. [사진=freepik] ⓒ의협신문

이른바 사무장 약국에 고용돼 면허를 대여한 약사에게 실제 얻은 이익의 수십 배에 달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비용 재환수 처분은 재량권 일탈남용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약사 A씨가 건보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재환수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최근 밝혔다. 재판부는 재환수 처분이 위반행위 종료일으로부터 14년 9개월이 지난 늦은 시점(선행 취소판결 확정일로부터 약 4년 5개월)에 이루어진 점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공단이 2025년 7월 A씨에게 내린 25억원 규모의 재환수 처분을 모두 취소하고, 소송비용 역시 공단이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082010년 강원도 강릉시에서 C씨 등이 운영하는 이른바 사무장 약국에 고용돼 자신의 약사 면허를 대여하고, 월 350만원450만원의 급여를 받으며 조제 업무를 수행했다.

건보공단은 해당 약국에 공단부담금과 본인부담금을 합쳐 약 51억원의 요양급여비를 지급했다. 하지만 2017년 해당 약국이 사무장 약국이라는 사실을 적발하고 A씨에게 요양급여 전액(51억원)을 환수하는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전액 환수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2020년 개설명의인의 역할, 불법성의 정도, 실제 얻은 이익 등을 고려하지 않은 전액 징수는 재량권 남용이라는 취지로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건보공단은 내부 재량준칙인 불법 개설기관 처분(감경) 업무처리 지침을 새로 마련, 2025년 7월 기존 금액에서 50%를 감경한 25억원을 환수하는 처분을 다시 내렸다. A씨는 재처분 역시 과도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환수처분은 불법행위에 대한 형사 처벌이 아니라 부당하게 얻은 이익을 회수하는 데 본질이 있다면서 징수금 산정 시 개설명의자가 얻은 실질적 이익의 범위가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A씨가 약 1년 11개월 동안 면허를 대여해 얻은 총수입은 급여와 퇴직금을 포함해 약 9000만원 수준. 반면 건보공단이 부과한 25억원은 A씨가 얻은 이익의 약 28배에 달했다.

서울행정법원은 건보공단의 재량준칙에는 약국과 개설명의인, 실질운영자가 얻은 실질적 이익의 정도나 범위가 세부 감경항목으로 설정되어 있지 않거나, 그에 관한 항목별 감경비율 한도가 비교적 낮게 설정되어 있다면서 재량준칙은 부당청구수령한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기준으로 기계적으로 감경비율을 정하고 있을 뿐이어서, 약국의 실제 영업이익 규모 등은 감액비율 산정 시 직접 반영하지 못하게 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기관과 약국의 원가구조에도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짚었다. 의료기관은 요양급여(서비스) 제공원가에서 의약품 등 재료 구매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반면, 약국은 제공원가에서 의약품 구매비용이 75%를 상회한다는 것.

재판부는 약국은 제약회사로부터 상당한 비용을 들어 의약품을 구매해 건강보험 가입자와 피부양자에게 제공하고, 취하는 이익은 조제료 상당액에 불과하다면서 재량준칙은 이러한 의료기관과 약국의 원가구조의 근본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환수금액 및 감경비율 산정에서 사무장병원과 사무장약국을 기계적으로 동일하게 취급하는 중대한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번 처분이 실권(실효)의 법리를 위반했다는 점도 재환수 처분 취소 사유로 꼽았다. 행정청이 권한을 행사할 기회가 있음에도 장기간 행사하지 않아 상대방이 더 이상 권한 행사가 없을 것으로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생긴 경우, 그 권리 행사를 제한하는 원칙이다.

A씨의 위반 행위에 건보공단의 선행 처분이 대법원에서 최종 취소된 것은 2021년 1월. 그러나 건보공단은 최종 취소 판결이 나온지 약 4년 5개월이 지난 2025년 7월에야 재처분을 단행했다.

건보공단은 업무처리지침을 제개정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됐다면서 재처분이 지연된 데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건보공단이 재처분 지침을 마련하고도 상당 기간 처분을 미룬 것은 직무해태의 결과로 보인다며 정당한 이유 없이 위반 종료 14년 9개월이, 선행 취소 확정 4년 6개월이, 재량준칙 마련 1년 8개월이 지나서야 뒤늦게 재처분을 한 것은 법적 안정성을 중대하게 침해한 조치라고 판시했다.

한편, 건보공단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 3월 27일 상소했다. 건보공단은 항소심에서 내부 재량준칙에 따른 처분의 정당성을 다시 한번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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