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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멕페란 투여 금고형 의사, 4년 만에 '무죄'

송성철 기자2026.04.05 16:45
창원지방법원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지난 3월 18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의사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22년 8월 1심 접수 이후 1,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으며 법정 공방을 벌여온 지 약 4년 만에 비로소 억울한 누명을 벗었다. ⓒ의협신문
창원지방법원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지난 3월 18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의사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22년 8월 1심 접수 이후 1,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으며 법정 공방을 벌여온 지 약 4년 만에 비로소 억울한 누명을 벗었다. ⓒ의협신문

83세 파킨슨병 환자에게 항구토제 멕페란을 투여했다가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내과 전문의 B씨가 사건 발생 4년 만에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멕페란 최종 무죄 판결은 의사의 과실이 인정된다는 사정만으로 나쁜 결과와의 인과관계를 추정, 엄격한 증명 책임을 다하지 않은 채 인신 구속형을 선고한 사법 관행에 경종을 울렸다.

창원지방법원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지난 3월 18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의사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22년 8월 1심 접수 이후 1,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으며 법정 공방을 벌여온 지 약 4년 만에 비로소 억울한 누명을 벗었다.

사건은 2021년 1월 A씨가 영양제 주사를 맞기 위해 B씨의 의원을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A씨가 속이 메스껍고 구역질이 난다고 호소하자 B씨는 유한쓰리챔버폼스페리주(단백아미노산제제)판타졸주(소화성궤양용제)케로라주(해열진통소염제)와 함께 메토클로프라미드 염산염수화물 성분의 맥페란 주사액(위장관 운동촉진제) 2ml를 투여했다.

멕페란(성분명 metoclopramide)은 흔히 멀미약 멕소롱과 같은 성분의위장관 운동 촉진제로 어지럼증과 구역질을 호소할 때, 당뇨병 환자에서 위 마비가 있을 때, 수술 후항암 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 후 구역감이나 위장관 불편감을 호소할 때 흔히 처방하는 약이다. 투약 후 약물이 몸 밖으로 배출되는 반감기가 5시간 정도로 짧아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수 시간 내에 사라지므로 임상적 안전관리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멕페란의 성분인 메토클로프라미드가 도파민 수용체를 차단하는 기전이 있어, 도파민 부족이 원인인 파킨슨병 환자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투여 금기 약물이라는 점이다. A씨는 1년 전 다른 신경외과 의원에서 파킨슨병 진단을 받아 전신무력감보행장애구음장애서동증 등으로 약물치료와 함께 고혈압당뇨척추협착증골관절염취약한 전신 상태영양 결핌 등에 대한 경과관찰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의사 B씨에게 알리지 않았다.
멕페란 투여 이후 의식이 저하된 A씨를 발견한 B씨는 부신호르몬제 등을 투여하고, 인근 C병원으로 전원시켰다. C병원 도착 당시 의식은 기면(drowsy) 상태이나 이름을 말할 정도였고, 국소적 마비 소견은 없으나 전반적인 근력은 떨어진 상태였다. 다음 날 오전 A씨의 간호기록지에는 의식(mental): 명료(alert), 기저귀 벗고 병실 내 화장실 걸어 다님(보호자 부축함)으로 기재, 회복 상태를 보였다.

검찰은 파킨슨병 기왕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A씨에게 금지 약물을 투여한 업무상 과실로 치료 기간을 알 수 없는 전신쇠약, 일시적 의식 상실, 발음장애, 파킨슨병 악화 등의 상해를 입혔다며 B씨를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B씨의 과실로 상해가 발생했다며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2심도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의사에게 의료행위로 인한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공소사실에 기재된 업무상 과실의 존재 외에, 그러한 과실로 인하여 환자에게 상해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인과관계에 대하여도 엄격한 증거에 따라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법리(대법원 2023. 1. 12. 선고 2022도11163 판결)를 제시하며 원심이 법리를 오해하고 있음을 짚었다.

특히 대법원은 의사의 업무상 과실이 증명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인과관계가 추정되거나 증명 정도가 경감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금기 약물을 투여한 행위 자체에 소홀함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행위가 실제 환자의 비가역적 상해를 유발한 직접적 원인인지는 검찰이 완벽히 입증해야 하며 판사는 이를 면밀하고 구체적으로 심리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대법원은 구체적으로 기저질환과 전신상태의 복잡성을 들었다. A씨는 내원 전부터 이미 전신 무력감과 영양 결핍으로 치료 중이었고, 이러한 복합적 요인들로 인해 전신쇠약 증상이 악화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치료 기간 미상의 상해라고 기소했으나, A씨는 하루 만에 의식이 명료해졌고 스스로 화장실을 걸어 다닐 정도로 회복됐다면서 이 같은 상태가 파킨슨병 기왕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과실로 발생한 것인지, 약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일시적 이상반응에 불과한 것인지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발음장애는 언어기능 저하 때문인지, 저하된 의식 상태에 수반되는 것인지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고, 멕페란 주사액 투여 전에도 구음장애가 있었던 점도 짚었다.

전문가 감정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는 점을 들어 심리가 미진했음을 지적했다.

대법원은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과 한국의료분쟁조정원 등에서 진행한 감정에서 1회 투여로 파킨슨병이 비가역적으로 악화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하급심은 심리 과정에서 인과관계 부정의 증거로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면서 지난해 5월 15일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파기 환송심 역시 멕페란 주사액을 처방할 당시 피해자가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는 사정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러한 과실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상해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최종 무죄로 판결했다.

최종 무죄 판결에 앞서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는 수많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처방하는 항정신계 약물, 수많은 내과 전문의가 처방하는 위장관 개선 약물, 수많은 신경과 전문의가 처방하는 신경계 약물들이 파킨슨병 환자의 증상을 악화시킴은 물론, 심지어 정상인에도 파킨슨 증상을 유발시킬 수 있다면서 진료 및 약제 투약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나쁜 결과에 대해 형사 유죄판결을 내린다면, 어느 의사가 위험부담을 무릅쓴 채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고 생명을 지키려 나설 수 있겠는가?라고 우려했다.

학회는 열악한 여건 아래서도 묵묵히 진료실을 지키며 환자와 국민건강을 위해 헌신하는 의료진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전국의 의사들로 하여금 가능한 책임질 일이 없는 방어진료 및 고령의 퇴행성 질환 환자와 같은 고위험 환자에 대한 진료 회피를 부추기는 결과가 될이라면 의료행위의 책임제한 법리를 간과한 업무상 과실치상 유죄 판결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요청했다.

의료계는 이번 파기환송심 무죄 선고는 사필귀정이라면서 고의가 없는 의료과실에 대해 인과관계를 엄격히 따지지 않고, 형사 처벌의 잣대를 들이대는 함무라비 법전식 판결을 반복해서는 안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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