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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환자기본법만 남았다 '한 세트' 의료분쟁조정법, 왜 멈췄나

홍완기 기자2026.04.01 14:13
홍완기 기자 ⓒ의협신문
홍완기 기자 ⓒ의협신문

환자단체의 오랜 숙원이었던 환자기본법 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그간 법적 지위가 모호했던 환자단체를 제도권 안으로 들여, 정책 참여의 근거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은 분명하다. 환자를 보건의료 정책의 객체가 아닌 주체로 세웠다는 선언적 의미도 작지 않다.

물론 우려도 있었다. 환자단체의 대표성과 전문성, 기존 제도와의 중복 가능성, 정책 혼선 등은 공청회 단계부터 제기됐다. 그럼에도 환자 중심 의료라는 대의 앞에서 반대는 크지 않았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신중 검토를 주문하면서도 반대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제는 함께 가던 법이었다.

환자기본법과 짝을 이루던 의료분쟁조정법은 끝내 본회의에 오르지 못했다.

두 법안은 애초부터 세트로 묶여 논의됐다. 환자의 권리 강화와 함께, 의료계가 요구해 온 필수의료 사법리스크 완화를 병행한다는 구상이었다. 실제 3월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양측 모두 예상보다 강한 반발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일각에서는 암묵적 합의라는 해석까지 나왔다.

환자단체 일부에서도 의료분쟁조정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입증 책임 구조 완화와 국가 차원의 분쟁 해결 틀 마련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이쯤 되면 두 법안이 같은 날 본회의를 통과하는 그림은 자연스러워 보였다.

균열은 의료계 내부에서 시작됐다.

의료분쟁조정법을 두고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설계는 미완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중대한 과실 예외 조항의 불명확성, 반의사불벌죄 구조의 악용 가능성 등 디테일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초기에는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출발점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법안이 구체화될수록 우려가 커졌다. 결국 의료계 내부의 시선은 하나로 모이지 못했고, 국회는 이를 이견이 있는 법안으로 판단했다.

결과는 단순했다.환자기본법만 통과됐고, 의료분쟁조정법은 멈췄다.

더 아쉬운 지점은 여기서부터다. 이번 이견은 방향이 아니라 설계의 문제였다는 점이다. 필수의료 사법리스크를 완화해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의료계 안팎의 공감대가 어렵게 형성돼 있었다. 만약 디테일을 조정하는 수준에서 논의가 이어졌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치의 시간표는 냉정하다.

본회의 직전 멈춰선 법안은 다시 궤도에 올리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곧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데다 최근 유사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의료분쟁조정법 역시 장기 계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게다가 변수도 생겼다. 환자단체는 이미 기본법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향후 의료분쟁조정법 논의 과정에서 이전보다 더 강한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있다. 균형을 맞추기 위한 조건은 이전보다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고위관계자는 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본회의 직전 계류되는 법안이 흔치 않은 사례였지만, 닥터나우 방지법 등 최근에는 사례가 생기고 있는 만큼 오랜 시간 묵혀질 가능성도 크다면서 환자 단체에서 이미 기본법을 통과시킨 상황에서 반발 목소리를 더 크게 낼 개연성까지 커 보인다. 균형이 무너진 셈이라고 평가했다.

여기서 의료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도 분명해진다.

의료계 전국 정기총회마다 반복되는 말이 있다. 의료계가 하나로 뭉쳐야 한다.주제는 달라도 이 문장은 늘 빠지지 않는다. 이번 입법 과정은 그 말이 선언에 머물러 있었던 것은 아닌지 되묻게 한다.

결국 남은 질문은 하나다.어렵게 만든 공감대를, 디테일의 간극 때문에 놓쳐버린 것은 아닌가.

환자와 의료계, 두 축을 함께 움직이려던 국회의 입법 시도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그리고 그 절반이 남긴 공백은 결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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