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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환자 보지 않은 한의사, 간호사에게 처방 지시...의료기관 과징금 처분 취소 왜?

송성철 기자2026.03.27 17:52
법원은 '법률 없으면 처벌 없다'는 조세 및 행정법상 원칙을 들어 보건당국의 과징금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사진=freepik] ⓒ의협신문
법원은 법률 없으면 처벌 없다는 조세 및 행정법상 원칙을 들어 보건당국의 과징금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사진=freepik] ⓒ의협신문

한의사가 환자를 진찰하지 않고 간호사에게 사전에 지시한 처방전에 따라 한약을 처방하도록 한 행위는 의료법 위반이지만, 이를 이유로 해당 의료기관에 업무정지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의료법상 처벌을 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법원은 법률 없으면 처벌 없다는 조세 및 행정법상 원칙을 들어 보건당국의 과징금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서울 OO구에 위치한 A학교법인 산하 한방병원에서 발생했다. 한방병원 소속 B한의사는 외래 환자들의 대기 시간이 길어져 항의가 잇따르자, 간호사들에게 OO환OO탕OO단 등 단순 처방을 원하는 대기 환자에게 처방전을 발행하고 사후에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러한 정황을 포착한 서울시 경찰단 소속 수사관은 환자로 가장해 병원을 방문했다. 수사관이 OO환을 처방받으러 왔다고 말하자, 간호사는 한의사의 진료 없이 전자의무기록(EMR)에 처방 내역을 입력하고 약을 제공했다. B한의사는 이후 해당 수사관을 직접 진찰한 것처럼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했다.

이 사건으로 B한의사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벌금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보건복지부로부터 한의사 면허 자격정지 3개월 15일의 처분을 받았다.

법원 확정 판결 이후 관할 보건소는 한의사가 간호사에게 면허 밖의 의료행위를 하게 했다고 판단, 해당 의료기관에 업무정지 3개월에 갈음하는 과징금 10억원을 부과했다.

A학교법인은 10억원의 과징금 부과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의 쟁점은 간호사의 행위를 무면허 의료행위(의료법 제27조 제5항)로 볼 것인지, 아니면 직접 진찰 없이 처방전을 발행한 행위(의료법 제17조의2 제1항)로 볼 것인지였다.

서울행정법원 1심 재판부는 간호사가 환자의 상태를 직접 진찰해 약제를 결정한 것이 아니라, 한의사의 사전 지시와 환자의 요구에 따라 정해진 처방을 입력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즉, 간호사가 독자적인 의료행위를 한 것이 아니기에 무면허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번 사안은 한의사가 직접 진찰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행하도록 한 의료법 제17조의2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현행 의료법상 이 조항 위반 시 의료인에게 자격정지 처분이 가능하지만, 해당 의료기관에 대해 업무정지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명시적인 근거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결국 재판부는 위반행위의 사실관계는 인정되나 근거 법령이 없는 제재 처분은 위법하다면서 관할 보건소의 10억원 과징금 부과 처분을 취소했다.

관할 보건소는 1심 판결에 불복, 항소했다.

현재 이 사건의 항소심은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2심 재판부는 변론을 마치고, 4월 24일 판결을 선고하겠다고 예고했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이 향후 의료법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의 범위와 법률유보 원칙(행정권의 발동은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원칙)에 중요한 판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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