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수술동의서 서명만으로는 설명의무 부족
수술 전 환자에게 받는 표준화된 인쇄물 수술동의서만으로는 의사의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수술로 인한 구체적인 위험성을 의사가 직접 수기(手記)로 기록하며 설명했는지를 주목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최근 척추 수술 후 하지 마비와 통증으로 지체장애 판정을 받은 환자 A씨가 B병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B병원에서 척추관 협착증 진단을 받고 1차 수술(후방 감압술 및 기기 고정술)을 받았으나 통증이 계속됐다. 다시 2차 수술(추간판 절제술 및 나사못 고정술 등)을 시행했지만, 수술 후 다리 마비와 극심한 통증이 이어졌고 결국 정도가 심하지 않은 지체 장애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의료진이 수술 전 발생 가능한 후유증과 부작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아 수술 여부를 결정할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했다며 2000만원의 위자료 소송을 냈다.
재판의 쟁점은 병원이 제출한 수술동의서의 증거 능력이었다. B병원은 환자의 서명이 담긴 동의서를 근거로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주장했다. B병원의 수술동의서는 본인은 수술의 필요성, 내용, 합병증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었습니다라는 문구를 인쇄한 형태(부동문자)다.
재판부는 해당 서류에는 이번 수술에 특유한 구체적 내용이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고, 의료진이 수기로 가필한 흔적도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척추 수술 시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신경 손상하지 마비감각 이상 등의 위험을 환자가 구체적으로 인지한 상태에서 수술 여부를 선택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동의서 내용이 형식적이라는 점 ▲설명을 뒷받침할 다른 증거가 없다는 점을 들어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다만, 수술의 난이도와 A씨에게 남은 후유증의 정도 등을 고려해 위자료 액수를 500만원으로 산정했다.
병원 법무팀 관계자는 설명의무를 다했음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수술동의서에 수기로 별도 메모, 밑줄, 동그라미, 별표 등을 남겨야 한다면서 의료 현장에서 흔히 사용하는 전자 의무기록에도 수기로 설명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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