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시민·공공성 빠진 AI·디지털 "건강 불평등 재생산"
시민 참여와 공공성을 확보하지 못한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은 건강 불평등을 재생산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한국건강형평성학회는 최근 한국건강형평연구 제4권 제1호 특집 AI디지털 헬스와 건강불평등을 통해 민주적 거버넌스를 배제한 디지털 전환은 기존의 불평등 구조를 고착화하는 기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종남 편집위원장은 편집자의 글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기후위기지역 격차플랫폼 노동 확산 등은 건강의 사회적 토대를 선명하게 드러냈다면서 그 연장선상에서 AI와 디지털 헬스 기술이 효율성과 혁신이라는 명목하에 보건의료 및 돌봄 체계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황 위원장은 디지털 전환은 이제 정책 방향을 규정하는 기준처럼 작동하고 있다며 이번 특집호가 기술 설계의 문제가 곧 형평성의 문제임을 환기하고 민주적 거버넌스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상윤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위원은 사회기술 체제로서 디지털 헬스와 인공지능 비판 논문을 통해 디지털 헬스와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하나의 사회-기술 체제(socio-technical regime)로 규정했다. 이 위원은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가 인구 고령화와 의료 인력 부족 등 보건의료 위기의 해법으로 제시하는 기술적 해결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위원은 인공지능이 더 정확하다고 홍보하는 이면에는 어떤 데이터를 표준으로 삼을 것인지에 대한 정치적 질문이 생략되어 있다면서 특히 알고리즘이 기존의 사회적 위계와 차별을 데이터로 번역해 정상화함으로써, 배제와 차별을 시스템의 정상적인 작동으로 보이게 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또, 의료와 돌봄의 핵심인 관계적 요소를 계량화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주변화하고, 챗봇이나 원격 모니터링 등 표준화된 상호작용이 혁신으로 포장되는 현상도 꼬집었다.
이 위원은 디지털 헬스는 자본주의적 통치 맥락에서 약자와 노동자를 감시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면서 공공성에 기반한 의료 모델을 침식시켜 의료의 시장화를 가속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서 건강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향으로 이 위원은 디지털 의료와 인공지능 거버넌스가 어떤 의료체계를 지향하는지, 어떤 불평등을 감소시키려는지, 의료와 돌봄을 어떤 권리로 보장할 것인지라는 규범적정치적 우선순위를 전제로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소비자 만족도를 반영하는 수준이나 단순한 의견 수렴 과정으로 참여를 제한하면 안 된다. 기술의 영향을 받는 모든 당사자가 기술 도입 목표와 성과지표, 데이터 사용 범위, 이익 배분 등에 대해 실질적 결정권을 갖지 못하면 비판을 무력화하고 흡수하는 수용성 관리 장치로 전락할 수 있다면서 우선순위 선정, 정책 방향의 결정, 결과에 대한 평가 등 모든 과정에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형태로 참여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데이터 인프라의 공공화가 필요하다는 점도 짚었다.
이 위원은 디지털 헬스의 공공성은 서비스 제공 주체의 공공성에 한정되지 않는다면서 데이터알고리즘플랫폼의 공공성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정 기술의 도입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기술이 어떤 조건에서 누구의 권리를 확장축소하는지를 둘러싼 정치적 토론과 민주적 참여, 결정 과정이 중요하다고 진단한 이 위원은 기술에 대한 사회적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특집호에는 디지털 기술 발전 담론에 묻힌 현실에서의 건강 불평등을 조명하는 다양한 연구를 수록했다.
김준혁 연세대 치과대학 교수(치의학교육학교실)은 소셜 돌봄 로봇(SCR)의 돌봄 윤리를 통해 돌봄 로봇이 노동 대체 수단이 아닌 관계를 지지하는 사회적 보완재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김지민(토론토대학교 사회학과)김경민(경기연구원) 연구원은 연결된 기계와 단절된 돌봄을 통해 디지털 돌봄을 돌봄 통치성의 관점에서 분석하면서 민주적 구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기후 위기와 건강 불평등의 상관관계를 다룬 연구 결과도 실었다.
김현미 연세대 교수(문화인류학과)은 생태돌봄의 관점에서 본 건강불평등을 통해 생태 돌봄의 관점에서 환경오염이 계급과 젠더 등에 따라 차별적으로 체현되는 구조를 분석했고, 부산대 정보융합공학과 연구팀(김예진안소진이환희)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다중 에이전트 기반 맞춤형 건강 피드백 시스템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맞춤형 건강 피드백 시스템의 구조적 조건을 탐색했다.
한편, 이번 특집호에서는 건강의 구조적 결정요인으로서 주거권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연구팀(박금령강서현양채원)은 한국의 주거와 건강형평성을 통해
주거를 단순한 자산이 아닌 건강 형성의 핵심 환경으로 보고, 주거 정책이 건강 형평성 전략의 중심축이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건강형평성학회는 건강은 의료 서비스의 범위를 넘어 노동주거환경기술권력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결정된다며 디지털 전환 역시 이러한 구조적 배분 질서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의 문제이며, 앞으로도 건강 형평성을 위한 실천적 학술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https://accesson.kr/hejournal/?lang=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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